임담배 생산농민과 동고동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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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담배 생산농민과 동고동락
  • 송진선
  • 승인 199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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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엽연초 생산 협동조합을 가다
젊은층의 영농기피현상으로 잎담배 생산면적이 점점 줄고 있고, 어쩌면 생산이 중단될 지도 모른다는 극한 상황도 예견되지만, 잎담배는 생산만 하면 일단 전량을 정부에서 수매하고 있어 몫돈을 만져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작물중의 하나이며 UR 대응작목으로도 좋은 작물로 알려지고 있다. 잎담배 생산과정은 맨처음 1월말경이나 2월초 묘판에 씨를 파종해 싹을 틔운 뒤 묘를 키워 밭에 이식하고 잎을 키워 말린 다음 다시 건조된 담배 잎을 품질별로 구분해 출하하기까지 10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그리고 모든 생산과정이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사람의 손에 의해서만 가능했지만 점점 기계화가 추진되어 요즘 담배경작은 과거의 노동력에 비해 50%이상 절감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기계화는 추진되겠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에는 생산자 단체인 엽연초생산 협동조합의 많은 노력이 거듭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잎담배의 주요 생산지인 우리 보은군은 `92년산 잎담배 수매를 10월15일부터 시작해 오는 12월5일까지 계속할 예정인데 현재 대부분 수매가 끝나고 산외면 구티리 지구만 남은 상태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농민들이 정성을 기울여 양질의 담배를 생산해 수량도 많았지만 등위를 높게 받았다"며 한 등위라도 더 잘 받도록 하기위해 수매현장을 쫓아 다니는 엽연초 생산조합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엽연초 생산 협동조합은 담배경작자의 조직을 통해 잎담배 생산력의 증진 및 경작자의 공동이익과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고 잎담배 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데 존립 목적을 두고 있다.

수매대금에서 2%를 조합비로 징수해 조합을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를 적립, 현재 4억여원의 자립자금을 마련한 보은 엽연초 생산 협동조합은 처음 1927년에 청원군 미원 엽연초 경작조합으로부터 보은군 연초산지 4백ha를 분할받아 당시 조합원중 최충근씨가 발기인 대표가 되어 보은면 삼산리에 사무실을 두고 보은 엽연초 경작조합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59년에 현위치인 삼산리 170-2번지에 사무실을 신축 이전함으로써 자립의 기반을 다졌고 `61년에는 법률개정에 따라 보은 엽연초 생산조합, `63년에는 엽연초 생산조합법이 제정 공포됨으로써 공법인으로 승격되고 `89년에 보은 엽연초 생산 협동조합으로 개청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조직기구는 이범로 조합장과 육동석 전무이사, 유석종 상무, 김응렬 서무과장, 구명회 생산과장등 조합장과 총 16명의 직원이 엽연초 생산농가의 권익을 보호하고 양질의 담배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지도 및 질병예방 등 다방면으로 노력, 생산농가와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이사 8명, 감사 2명, 대의원(총대) 90명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로 조합발전에 한 몫하고 있다. 더욱이 1대 최충근 조합장(1927.5∼1957.8)부터 2대 김선우(1957∼1961) 3대 박기종(1961.2∼1961.11) 4대 최한근(1961∼1966) 5대 구홍서(1966∼1981) 6대 유찬준(1981∼1987) 7대 최낙빈(1987∼1990) 조합장까지의 선출은 간접선거였지만 `90년 9월3일자로 조합장이 된 현 이범로 조합장부터는 직선체제로 전환, 조합장이 곧 생산자이며 경작자의 이익을 좀더 폭넓게 대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범로 조합장은 "직선이 된 것은 그만큼 농민들의 힘이 커진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경작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좋은 방향으로 조합이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엽연초 생산 협동조합은 효율적인 기술지도를 위해 군내 잎담배 생산지역을 권역별로 묶어 보은(내속 포함) 수한(회북 회남 포함) 삼승(탄부 포함) 마로, 산외 구티, 산외 장갑, 내북의 7개권역으로 구분, 7명의 산지 지도사가 현지 기술지도를 실시해 생산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 군내 잎담배 재배현황은 총 6백67ha에서 9백33가구가 당초 1천5백77톤의 생산을 예상했으나 1백31톤이 증가한 1천7백10톤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78년 1천59ha의 경작면적에 비해볼 때 재배면적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80년 8백86ha 1천9백78가구, `85년 7백53ha 1천6백45가구, `90년 8백11ha 1천3백가구, `91년 7백50ha 1천48가구, `92년 6백67ha 9백33가구로 경작면적과 생산농가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담배수매 현장에서 만나 경작인들은 하나같이 "힘들어서 못 짓겠어""젊은 사람만 있어도 좋은데 늙은이들끼리 지을수가 없어"라는 비관적인 하소연을 하고 있고, 인건비 등 생산원가의 증가에 비해 수매가 인상폭이 적은 것도 재배감소의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잎담배 재배면적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잎담배의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아 조합관계자들은 잎담배 경작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타작물 특히 벼재배와 비교할 때 담배는 3백평당 조수입이 벼의 경우 보다 70∼80만원 가량이 더 높은 것이다. 따라서 보은 엽연초 생산 협동조합에서는 단위면적당 생산단가가 높은 잎담배 생산의 기피를 막고 노령화로 인한 생산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93년부터 오는 2001년까지 잎담배 생산기반 구축 7개년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계획에 의하면 7년동안 총 55억4천5백50만원의 자금이 소요되는데 이중 77%가 보조이고 융자는 17%, 자부담은 6%로 잎담배 재배농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게 된다는 것.

우선 내년에는 7억7천6백만원이 소요되는데 7개년 동안의 계획을 세부적으로 보면 전업농가는 50세미만으로 2.5ha 이상의 토지소유 경작자를 2개 마을에서 5가구씩 총 80가구를 선정해 육묘하우스, 트렉터, 종합관리기, 벌크 건조기, 엽편미싱기, 감시 장치, 건조장, 창고 등의 시설을 갖추도록 하고(총 16억5천6백만원 투입) 준 전업농가는 1.5ha 이상 토지소유 경작자 중심의 집단 재배 마을이거나 5ha 이상의 준 전업농가로 5가구씩 총 57가구를 선정, 육묘 하우스, 벌크 건조기, 트렉터, 종합관리기를 갖추게 하며(1억9천9백50만원 투입) 일반농가는 0.8ha 이상 경작자에게 경작관리기와 포크레인은 보급하고 (3억2천9백만원 투입) 집단 재배마을은 총 31개 마을을 선정 지원하며(9억6천1백만원 투입) 공동 위탁 건조시설 총 16동을 건립한다(24억원 투입)는 것이다.

이와같은 계획은 젊은 인구의 이동이 두드러짐에 따라 노령화로 인해 잎담배 생산을 기피하자 비교적 젊은 인구가 있는 마을을 선정, 집중 지원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만큼이라도 생산할 수 있도록 잎담배 생산기반을 다져놓는데 이 사업의 의의가 있다고. 이러한 사업구상에 대해 육동석 전무 이사는 "잎담배 생산의 정예화를 추구하고 외부환경에도 흔들림이 없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또한 단위면적당 단가가 타작물에 비해 높은 담배를 계속 짓도록 권장하는 목적도 있다"고 밝힌다. 이 사업이 계획대로 7년동안 실행된다면 잎담배생산기반은 완전히 구축되는 것이고 엽연초생산농가 및 조합의 미래가 환히 빛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부가해 엽연초 생산농가의 공통적인 요구사항인 수매가의 인상을 위해서도 있는 힘껏 뛰고있다고 조합 관계자는 밝힌다.

한편 엽연초 생산 협동조합의 조합원인 잎담배 경작농민을 조합원으로 하고 잇는 신용협동조합도 생산조합내에 편제되어 있는데 `90년 2월14일에 설립되어 `91년 1월 재무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다. 조합원 8백41명이 매년 잎담배 수매대금에서 출자금을 적립하고 있어 10월31일 현재 2억1천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시중 은행과 같이 자금이 필요한 조합원들에게 대출도 하고 있고, 지난 정기총회시에는 조합원에게 평균 9%의 이익배당을 하기도 했다. 신협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생필품과 농용자재의 공동 구매사업도 추진, 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조합원들의 복리증진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와같이 보은 엽연초 생산 협동조합은 생산자인 경작 농민들을 보호하고 품질 좋은 담배를 생산한 농민들에게 소득증대를 가져다 줄 수 있도록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보은에 조합의 첫 깃발을 올린 후 65년 동안, 사무실에서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화이트 칼라의 직업의식 대신 뙤약볕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농민들과 한몸이 되어 일한다는 직업의식으로 항상 잎담배 농민들 곁에 있어온 보은 엽연초 생산 협동조합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을 거듭해왔고 자립기반도 공고히 다졌지만 영농기피 현상이 일반화되어 점점 잎담배 경작농민이 감소하는 위기감이 조여오고 있는 가운데…… 그럼에도 지금 조합은 그들 나름대로 장기발전 계획을 수립하며 1927년에 홀로 걸음마를 배웠던 것과 같이 자립기반을 닦으며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탈출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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