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승면 원남리 송진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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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승면 원남리 송진호씨
  • 송진선
  • 승인 199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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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저축왕의 근면한 삶
풍성한 오곡백과를 거둬들이는 농부들의 미소가 여유로워 보이는 늦가을- 벼타작을 끝내고 막 들어와 꼬깃꼬깃하게 접힌 지폐와 동전을 세어 보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저금통장을 떠올리며 흐뭇해하는 송진호씨(59. 삼승 원남) 그는 지난 27일 저축의 날에 저축추진 충청북도 위원회 위원장상(도지사상)을 받았다.

"농사를 지으면서 돈을 모았으면 얼마나 모았겠어요. 많이 모으지도 못했는데 상을 주니 정말 고맙네요. 요즘같이 과소비 풍조가 만연된 때 돈을 쓰기보다는 모으는데 더 힘을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소감을 말하는 송진호씨는 법 없이도 사는 선량이요,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농부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가 저축을 시작한 것은 9년전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영오씨(29. 청주대 무역학과 졸업)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부터로, 지금까지 2천만원 가까이 저축해왔다. 전에는 먹고 살 끼니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저축할 엄두도 못냈지만 '나는 비록 무일푼으로 갖은 고생을 했어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3남매중 맏이로 태어난 그는 원래 집안형편이 어려워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홀어머니와 닥치는대로 일을 해 남동생과 여동생을 짝지워 분가시켰는데, 그렇찮아도 작은 키가 더 작은 졌다 싶을 정도로 험난한 삶을 살아왔다고.

부인과 함께 남의 집 품팔이, 건설 공사현장의 등짐 지는 일, 공장 날품팔이 등 유일한 재산인 건강한 팔과 다리로 일에 몰두, 별보고 일 나가서 별보고 들어오기를 몇년간 반복하다 보니 점점 살림은 불어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명의로 된 땅문서를 손에 쥐었을 때는 세상을 모두 얻은 기쁨을 맛보았다고.

지금도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우선 저축부터 하는 등 모으는데는 이력이 났다는 송진호씨, 더욱이 지난해부터는 부인이 공장을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고 송진호씨 역시 농한기인 겨울에도 따뜻한 아랫목 대신 인삼밭에 삼씨 뿌리는 일, 공사판 잡역부 등 잠시도 쉬지않고 일을 한다.

"어머니는 지금 연세가 76세인데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며 "부디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라고 대학졸업한 아들이 올해 좋은 직장에 취직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램을 말하는 송진호씨는 근검절약의 생활신조의 아들에게도 가르치고 있다.

부인 김옥래씨와 홀어머니를 봉양하며 삼승 원남리에서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없어도 누구보다 행복하고 화목한 삶을 사는 송진호씨는 억척스레 세월을 엮어온 그의 마디 굵은 손으로 오늘도 성실하고 근면한 시간을 맞이한다.


(금주에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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