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하는 농촌의 활력을 찾는 방법
모두들 떠나가기만, 떠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는 농촌에서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꿈을 찾아 도시로 떠난 사람들을 다시 농촌으로 불러들이는 일이다. 참담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농촌에도 희망은 있다.그것은 바로 회색 도시에서 허파에 희뿌연 매연가스를 담으면서 1주일을 바쁘게 살고 있는 도시민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해주는 일이다. 바로 농촌관광, 생태체험 관광을 추진하는 길이다.
그린 투어리즘은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농촌을 재건하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린 투어리즘 더 이상 새로운 말이 아니다.
이미 다른 지역은 일찍 눈을 떠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린투어의 대표적인 사례는 강원도 화천군 신대리 토고미 마을이다. 이외에 경기도 포천 교동마을, 강원도 강릉 대기리 마을, 충남 서천 합전 마을, 충북 음성 용바위골, 전북 진안능길마을, 전남곡성 봉조리 마을, 경북 경주 세심마을, 경북 봉화 관북마을, 경남 남해 다랭이 마을 등이다.
이들 마을은 지난해 농협 중앙회가 농림부의 후원으로 농촌마을 가꾸기 사업 대상, 우수상·장려상을 수상한 마을로 대상을 받은 강원도 화천군 토고미 마을에는 1억원이 나머지 우수상에는 6000만원, 장려상은 3000만원씩의 사업 지원금을 받았다. 88가구 296명이 거주하는 화천군 신대리 토고미 마을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 현실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주민들은 스스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생태 마을 가꾸기 계획을 수립했다.
쌀농사의 경우 오리농법으로 전환하고 환경농업반을 주축으로 마을 빈집을 초가집으로 개축하는 한편 소달구지 타기, 새끼고기, 가마니치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시의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지난해 6월 오리입식 이벤트 행사때에는 1200여명의 도시민들이 참여했고 283가구가 회원으로 가입했을 정도로 정착된 상태다.특히 토고미 마을이 벌이는 도농교류로 삼성전기 등의 대기업체나 여러 사회단체와 자매결연을 맺었고 도시회원의 한 달 체험방문이 500∼600명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참가비를 내고 농촌 체험학습을 하고 농산물도 사가니 농가가 고소득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 98년 전국에서 최초로 농협에서 지정하는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된 경기도 여주군 상호리는 농업이 정착돼 연간 8000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상호리는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은 가는 곳마다 영농폐기물이 널브러져 있는 일반 농촌과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 주민들이 스스로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에 나섰다.
단풍나무, 은행나무 등으로 야산의 수종을 갱신하고 산책로도 만들었다. 또 농로 주변에는 자연석으로 단장하고 꽃과 조경수를 심어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공원으로 꾸며져 외지에서 마은 도시민들이 찾아와 휴식을 겸한 농사 체험지로 각광을 받고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로 판매,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다. 경기도 포천 교동마을은 1995년부터 패키지 조성사업을 했고 99년부터는 팜스테이 마을로 운영하고 있다.
99년 첫해에는 600여명의 도시민들이 찾아왔지만 이듬해에는 3000명이 넘었으며 최근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매년 이 마을을 찾아오는 도시민이 늘고 있다는 것. 특히 단체 방문객이 늘어 팜스테이를 운영하는 20농가가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적정인원 60명이 넘어선 까닭에 교회까지 숙소로 이용할 정도. 농림부 지정 녹색농촌 체험마을인 충북 음성군 용바위 마을도 도시민들의 체험행사 및 주부들을 겨냥한 농산물 쇼핑관광이 활성화된 마을이다.
이미 올해도 서울 농협지역본부와 공동으로 음성군은 주부 230여명을 음성 용바위골 마을로 초청해 전통방식으로 고추장 만들기 체험 행사를 벌였고 이 행사에서 담근 고추장을 숙성시켜 6월경 고객들에게 보낸다고 한다. 보은군도 회북면 쌍암리와 회남면 분저리가 녹색 체험마을로, 내속리면 구병리는 아름마을로 지정돼 사업이 추진되는 등 보은군도 본격적인 그린 투어리즘 기반 조성에 착수했다.
이미 농촌 경제 회생의 길을 농촌 관광에서 찾고 그에 철저히 대비해온 타 자치단체에 비하면 보은군은 이제 걸음마를 떼려고 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그린 투어리즘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잘 보전된 자연과 환경친화적인 시설, 자연과 문화를 느끼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인정과 감동으로 환대하는 서비스가 핵심 컨텐츠가 되어야 한다. 이때 차별화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세계 최대 또는 최초가 아닌 세상에서 하나뿐인 것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도시민들이 농촌을 찾으면서 기대하는 것은 풍요로운 자연과 전통이 그대로 남아있는 농촌에서 조용함을 맛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일 게다. 농촌관광은 그린 비즈니스이다. 농촌다움이 훼손된다면 성립할 수 없으며 농촌다운 전원풍경의 보전과 농촌의 독특한 문화의 존재 여부가 성공의 열쇠다.
따라서 도시환경과 차별화된 농촌의 깨끗하고 맑은 공기와 물을 보전하고 산과 하천과 들판을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도록 가꾸는 것이 급선무인데 그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살린 특색있는 농가와 마을을가꿔야 한다. 또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 도시민들의 건강에 이바지 해야 한다.
그러면서 도시민들이 쉬고 즐기고 먹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농촌주민과 도시민이 함께 농촌에서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을 만들고 도시민들이 농촌의 인심과 정취를 만끽하며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 전통문화 체험 시설, 농사체험 시설, 농촌 생활 체험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속리산 국립공원에다 천년고찰 법주사, 정이품송, 국내 최고의 성인 삼년산성 갑오년 동학 농민 혁명의 취회지 및 최후 결전지 등 관광 문화 자원을 갖고 있어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고 그동안 개발 권역에서 벗어나 인공미가 거의 없는 보은군은 농촌관광의 성공 조건을 국내 어느 지역보다도 잘 갖추고 있다.
얼마든지 도시민들을 유인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이 눈을 뜨지 못했고 행정기관의 적극성이 결여된 때문이다. 따라서 농촌을 단순히 먹거리 생산만 담당하는 곳으로 이미지를 고정화시킨 것에서 탈피하고 또 정부에서, 행정기관에서 자금을 지원해줘야만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는 주민들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농촌관광은 죽어가고 있는 농촌을 살리는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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