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딸 효도속에 풍요로운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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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딸 효도속에 풍요로운 가정
  • 보은신문
  • 승인 199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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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부자 임일수씨 집을 가다
탄부면 고승리 아랫마을- 넓게 펼쳐진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골목을 지나 비탈길을 올라가며 산허리가 마지막에 푸른 나무숲을 뒤로 하여 아담하게 단장된 임일수씨(68) 집에 다다른다. 백발을 가지런히 뒤로 넘기고, 푸근한 농심이 가득히 풍기는 임일수씨의 얼굴을 마주하면 세상의 그 어떤 근심걱정 모두 사라지는 듯하다.

반세기를 넘게 땅을 일구며 그 어떤 고통도 모두 잊고, 이제는 진정 인생의 황혼을 바람있게 보내는 노부부의 다정함이 임일수씨의 가정에 매어 있다. 임씨 부부에겐 아들이 없다. 딸만 여섯을 낳고 기르면서 한때는 아들 하나 얻기를 애타게 소원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아들 부럽지않게 성장한 여섯바매의 효도로 아무런 후회도 애타는 마음도 찾아볼 수 없다.

임일수씨는 27세때 부인 호무임씨(65)와 결혼하여 29세때 첫 딸을 낳았다. 임일수씨는 "집안의 맏이라서 아들 하나 낳기를 소망했었지만 억지로 될 수 없는 일이기에 미련은 없고, 큰 딸부터 막내딸까지 모두가 자기 생활터전에서 자리잡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효성 또한 지극해 아주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며 밝게 웃어보인다.

큰딸인 임헌순씨(39)는 결혼하여 두자녀를 두고 서울에서 상업을 하며 바쁜 시간을 쪼개어 자주 부모님을 찾아보고 있고, 둘째 임헌님씨(37)와 네째 임헌애씨(31)는 대전에서 결혼해 각각 두 자녀씩을 두고 다정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으며, 셋째 임헌태씨(33)는 속리산에서 남편과 함께 화성상회를 경영하면서 3남매를 키우며 자주 친정을 찾아 부모님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다섯째 임헌숙씨(27)와 막내 임헌호씨(24)는 아직 미혼으로 대전과 서울에서 각기 직장여성으로 건실한 삶을 살고 있다. 임씨부부는 일곱째로 아들을 낳았었지만 병치레 끝에 5개월만에 그만 자식을 잃고 말았다면서 "애태우며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당시 농촌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의학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읍내병원만 쫓아다니다가 큰 병원은 가보지도 못하고 끝내 아들을 잃었다"며 아쉬웠던 당시를 되새긴다.

이내 표정을 바구면서 임씨는 "그러나 여섯 딸들이 모두 자기 일로 바쁜데도 자주 들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며 "효행에는 우리 딸자식들이 남들 부럽지 않게 잘 한다"고 자랑을 잊지 않는다. 부모님 생신이 다가오면 여섯 자매는 미리미리 집으로 내려와 음식도 장만하고 외손자들까지 대거 합세해 대가족이 떠들썩하게 보낸다.

다섯째인 임헌숙씨는 남달리 밝고 활동적이어서 대전에서 언니집 일을 도우면서 스스로 공부해 전문대학을 졸업하는 등 자기 생활에 충실해 임씨 부부의 자랑거리이다. 임일수씨는 그동안 일구어오던 농토를 힘이 부쳐 다하지 못하고 위탁영농회사에 맡기고 있는데, 그래도 활동적인 천성탓인지 집들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10여마리의 토끼를 키우며 노후를 만끽한다.

부인 호무임씨는 아직도 정정하게 논에 들어가 김도 메고 거름도 뿌리며 집 안팎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으며 주민들과 공동일도 하는 등 건강함을 자랑하고 있다. 임일수·호무임 부부에게 힘을 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임씨의 동생이 자신의 큰 아들을 임씩 호적에 올려 대를 이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임씨의 아들이 된 임헌관씨(39. 농업)는 그동안에도 큰 아버님으로 임씨를 이웃에서 모셨왔지만 이제는 친아들이 되어 매일 찾아와 문안도 드리고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펴보며 효행을 실천하고 있다. "자식들이 생활하면서 어렵거나 불행을 겪으면 그것만큼 가슴아픈 일은 없다"며 "우리자식들은 모두들 잘 생활하고 있으니 마음 상하지도 않고 행복하기만 하다"는 노부부는 산 아래 아담한 집에서 정결함과 평온함을 주변에 드리우고 노년의 여유를 즐기며 오늘을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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