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건강하기를 원하지만, 나이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가는 세월을 그 누가 멈출 수 있겠습니까?
세월 따라가는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이 시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배운 시다. 선생님께서 칠판에 이 시를 써놓으시고 원을 그리며 원 가운데 선을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이렇게 백발이 이 선처럼 빠른 길로 온다는 설명을 하실 때, 나는 어린 마음에 ‘백발이 와서 늙으면 참 좋겠다. 어른들은 모든것을 자기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으니까.’하였다.
어린아이들이 잘못하면 야단치고 또 아이와 젊은이들이 노인을 무서워하니까 어른들은 돈도 많고 힘도 세고, 무엇이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백발은 나도 모르게 빨리 지름길로 달려와 먼저 건강부터 위협을 한다. 이가 빠져나간 것은 오래전부터이고, 육체의 구석구석은 그 기능이 하나하나가 무너지고 약해진다.
젊은 청춘은 언제 나와 함께 있었는지 까마득히 멀어져 갔고,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을 보면 나는 이방인이나 외계인같이 느끼며, 작아지고 소외감이 느껴져 자신감이 없어진다.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노랫말이 어쩌면 그렇게 꼭 맞을까. 이 노랫말을 늙은이가 지었나 젊은이가 지었나 잘 모르지만, 젊어서 이 노래를 들을 때는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늙어서 놀아야지 생각했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 그게 아니었다.
늙어서, 돈이 있고 시간이 있어도 건강이 따르지 못해 놀 수도 없고, 편안하지도 않다.
이 떨어지니 세월 앞에 어쩔 수 없는 것 또한 연약한 인간 존재다. 내 앞에 다가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만이 내가 좀 더 편안하게 사는 길이라는 생각이 해가 갈수록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요즘은 암에 걸려도 초기에 진단받으면 치료율이 100%고, 2기 3기에 발견해도 말기가 아니면 생명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치되고 있어 현시대를 우리는 백세시대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백세시대가 도래했다고 긴 세월 어떻게 살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계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저 막연히 죽지 않으니까 산다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다.
삶의 존재를 느끼며 판단력 있게 사물을 보는 눈이 살아 있어야 사는 것이다.
가족, 일가친척은 물론 어려운 이웃을 살피며 사회와 어울렁더울렁 살면서 모두가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이 왔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며 후회없는 삶이 될 것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 현재 남아있는 건강 잘 관리하고 아껴서 삶에 가치를 느끼며,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나의 내면속에 묶여있는 사랑, 인정, 말씨 눈빛을 많이 토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노라면, 건강은 나의 소중한 친구가 되고 큰 재산이 될 것이다.
건강이 소중한 자산인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