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티, 피발령의 겨울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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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티, 피발령의 겨울서정
  • 보은신문
  • 승인 199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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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25호선 확포장공사…청주∼보은간 거리, 시건 단축
잿빛 구름이 드리워진 겨울 하늘아래 갸날픈 여인네의 정갈한 어깨섶처럼 한껏 멋을 부리며 뻗어있는 산동성이가 깊어가는 겨울 서정을 더해주고 있는 수리티·피발령. 보은∼회인∼청주를 잇는 국도 25호선이 험난하게 휘감아 돌며 길이 난 수리티와 피발령은 옛부터 내려오는 수많은 전설을 묻어둔 채 확포장 공사가 한창이다. 한눈에도 험난해 보이는 산등성이 골짜기로 맑은 소리를 내며 계곡물이 흐르는 싱그러운 수리티와 피발령을 걷고 걸어서 넘었을 옛 선인들의 채취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 싶어 미쁘기만 하다.

옛적에 걸음을 재촉하며 산을 넘고 내를 건너 청주∼회인∼보은을 오갔을 나그네의 발자취가 골마다 묻어 있는 수리티와 피발령은 지금은 엄연히 국도 25호선에 적을 두고 있다. 진해∼정주간 국도 확포장 계획의 일부로 추진되고 있는 보은∼회인∼청주간 국도 25호선에 공사는 지난 85년 시작돼 총 공사비 1백78억5천4백만원의 공사비를 들여 올해안으로 완공될 예정. 이번 공사가 완공되면 회북 오동리와 청원군 가덕면 청룡리를 가로막고 있는 피발령, 수한 차정리와 회북 건천리 사이의 원활한 교통소통의 걸림돌이었던 수리티재가 시원스럽게 뚫리게 된다.

총 공사 구간 25.2㎞중 현재 확장공사가 끝나고 포장공사만이 남아있는 피발령 구간 2,7㎞와 수리티 구간 4.7㎞는 비록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워낙 험난한 산세를 따라 길이 난 터여서 힘든 공사 구간으로 꼽힌다. 보은∼청주간 2차선 도로는 이곳 수리티재, 피발령 고개 일부에 이르러 3차선으로 건설될 계획이어서 92년 완공을 이룰 때는 험악한 산골의 정경이 전혀 새롭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설 전망이다. 숱한 전설을 담고 있는 피발령과 수리티는 이제 그 전설을 '전설'로만 묻어둔 채 새로운 신화로서 보은 주민들에게 다가올 것이다.

수리티와 피발령에 얽힌 대표적인 전설은 두가지 오리대감 이원익에 얽힌 전설과 명나라 이여송 장군에 얽힌 전설이 그것이다. 오리대감 이원익은 조선조 선조와 인조때 영의정을 지낸 바 있으며 대쪽같은 천성과 지극히 소탈하고 검소한 성품으로 비바람조차 피하기 어려운 오막살이 초가집에 살며 평생을 약 한첩은 물론, 끼니조차 변변히 하지 못하며 일생을 지낸 것으로 유명한 청백리이다.

그가 경주 목사가 되어 부임길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청주를 지나 한나절을 걷다보니 험준하기 이를 데 없는 고개를 만나자, 한 여름철에 가마를 메는 가마꾼도 죽을 일이거니와 더불어 키작고 볼품없는 사또를 골탕먹여 볼 요량으로 호장이 "이 고개는 삼남지방에서 제일 높은 고개라 가마를 타면 가마꾼들이 피곤해 회인에서 3∼4일을 묵어야 한다" 고 아뢴다.

하루속히 부임지에 도착해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게 좋은 듯 싶었던 이원익 대감은 지체없이 가마에서 내려 길을 걷다가 히죽거리는 호장의 장난기 어린 얼굴에서 자신이 속았음을 눈치채고는 "신분이 다르거늘 너와 내가 어찌 함께 걸을 수 있단 말이냐, 내가 걷고 있으니 너는 마땅히 기어서 넘어야 할 것이다" 라고 호통을 친다.

이원익 대감의 지엄한 호통에 손과 무릎이 피투성이가 되어 고개를 기어 넘어야 했던 호장은 또다시 기어넘을 생각을 하자 덜컥 겁이나 남를 베어 수레를 만들도록 한 후 수레에 사인교(가마)를 태워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피발’이 되어 고개를 넘었다 하여‘피발령’수레로 넘었다 하여‘수리티재(현재 수리티라고 부름)’라고 불렀다고 한다. 회북 오동리에 있는‘사근다리’는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온 이여송 장군 에 얽힌 전설을 갖고 있다.

풍수지리에 밝은 이여송 장군이 귀국길에 산천 정기가 특출날 이 지역을 보고는 그냥두면 이곳의 정기를 타고난 인재들이 배출돼 명나라에 화가 미칠 것을 우려, 지혈을 자르고자 칼과 곡괭이로 산허리를 자르도록 명령했다. 이때 갑자기 붉디붉은 피가 쏟아져 삽시간에 내를 이뤄 지혈이 끊긴 곳에서 10리까지 피가 흘렀다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리하여 피가 쏟아진 고개라 하여‘피발령’이라 부르고 피가 삭아서 없어진 지점을‘사근다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숱한 전설과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아온 수리티와 피발령은 이제 역사적인 대역사에 따라‘건설의 산물’로서 우리 군민은 물론 보은을 찾는 관광객에게 그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피발령과 수리티를 끼고 보은∼회인∼청주를 관통할 국도 25호선이 완공되면 53㎞인 보은∼미원∼청주간 도로보다 10.4㎞가 짧아지고 시간상으로는 약 10분이 단축된다.

현재 보은∼미원∼청주간 도로가 통행차량의 증가로 교통량이 폭주하고 있어 관광철에는 심한 정체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만큼 국도 25호선이 완공되면 교통량의 분산에 따른 원활한 교통소통이 기대되며 대청호와 속리산관광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순환도로의 기능도 충실히 해낼 것으로 예상돼 보은 주민들은 커다란 기대를 갖고 피발령과 수리티를 관통하는 보은∼회인∼청주간 국도 25호선의 확포장 공사 완공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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