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잖아 다가올 미래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

“가까운 미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 시대. 철학자인 우빈나 박사는 ‘AI 몸피로봇’인 ‘로댕’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몸피로봇’이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사용자의 몸이 되어 주는 일종의 외골격 로봇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외골격 로봇과는 다르게 최첨단 AI가 탑재되어 있어 자의식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빈나 박사는 로댕의 철학 스승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콘퍼런스에서 돌아오던 길에 우 박사는 교통사고를 당해 목 아래로는 모두 마비된, 전신불수가 되고 만다. 그런 그에게 로댕 프로젝트의 ‘몸소’, 즉 사용자가 되어 달라는 제안이 도착한다. 철학자와 AI 로봇의 만남은 어떤 방향으로 향할 것인가?”
보은 이평리에서 나고 자란 철학자 구연상 교수의 장편소설 ‘AI 몸피로봇, 로댕’(646쪽)은 그다지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닥칠 로봇 사회에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쟁점을 다룬 철학소설이자 과학소설이다. 구 교수가 상상한 2029~2030년을 배경으로 AI 로봇의 세계를 다룬다.
철학자 우빈나 박사가 자동차 추락사고로 전신마비 상태가 되자, 람봇연구소 마소장이 사람이 입고 벗을 수 있는 몸피로봇 로댕을 제공한다. 우박사는 이것을 착용하고 람봇연구소 사업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과 문제에 관해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 AI로봇에 대한 철학자의 자문을 다룬 이야기들이 거대한 서사 속에 잘 갈무리되어 있는 까닭에 사건 전개가 흥미롭다.
이 소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학소설과 달리 철학소설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자 소설도 낯설지만 인류가 곧 직면하게 될 현실 문제를 다룬 철학소설은 더욱 낯설다. 임재해 안동대 명예교수는 구 교수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과학소설은 관련 과학지식과 상상력으로 써나갈 수 있지만, 미래 철학소설은 기존의 철학지식과 상상력으로 써나갈 수 없다. 왜냐하면 미래 철학은 고전 철학과 달리 이미 수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 소설에서 제기되는 철학은 우리가 처음 만나는 철학이자, 기존 철학자의 철학이 아닌 오롯이 저자 구연상의 철학이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자기 철학을 하는 진정한 철학자라 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위화의 소설 ‘원청’이 과거의 역사적 배경으로 인간적 감수성을 자극하고 공감하게 하는 정서적 재미를 주었다면 구연상의 이 소설은 현실적 문제의식을 이깨우며 논쟁적으로 전개되는 지적 사유에 설득당하는 재미를 흠뻑 누릴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우박 구연상 작가는 이 소설 서두에서 “‘몸피로봇, 로댕’이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로댕이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것을 막을 길은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인류는 엄청난 난제들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 문제들을 잘못 푼다면, 인류는 자칫 자멸의 길을 갈 수도 있고,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재앙을 안겨줄 수도 있다. 만일 우리가 이러한 문제를 올바로 풀어가고 싶다면, 나는 언제나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사람다움의 길,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물어볼 만한 ‘물을-거리’이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 구연상(59)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동광초(9회)-보은중(30회)-보은고(6회)-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나왔다. 우리말로학문하기모임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 사단법인 세계문자연구소 이사, 세계문자심포지아 학술감독을 맡고 있다. 학술서로 『우리말은 병신 말입니까』, 『하이데거의 존재 물음에 대한 강의』, 『서술 원리, 논술 원리 I. 서술은 매듭풀이다』, 『서술 원리, 논술 원리 II. 논술은 따져 밝히기다』, 『철학은 슬기 맑힘이다』, 소설로 『몸피 로봇 로댕에게 얼굴이 없어야 하는 이유』, 『부동산 아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