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선선해진 걸 보니 계절을 지나는 하늘을 가득 채우려는 가을이 이제야 시작되는가 보다. 국화가 꽃망울을 맺고 있지만 금년은 추석도 예년에 비해 일찍 지나쳐 보내게 되었고 늦더위도 계속되고 있다 보니 어저께까지만 해도 한여름인 것만 같았다.어느 때는 계절의 흐름이 내 삶의 시간과 공간을 추월해 가고 있는 것 만 같아 알지 못 하고 지나쳐 버릴 때가 있는데 이는 마치 옛 로마의 율리우스 역(달력)을 현행 그레고리 역으로 바꿀 때 시간의 공백도 없이 날짜를 뛰어넘어 간 것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의 한 토막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허전함에서 이제 가을을 느낄 수 있게 되고 보니 잊고 있던 세월의 한 자락을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하여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금년 처럼 뒤 늦게 비가 내리고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길고 긴 여름은 내 평생에 처음이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가 되고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뚜렸해지는 현상이 수십 년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염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을 보면 올여름 기후가 이러한 기상 변화의 문턱을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이 때문인지 과일이나 채소류 등의 작황이 좋지를 못해 수급이 이루어지지를 못해 모든 농산물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다 수산물이나 생필품값도 치솟다 보니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주변에서 자주 실감하게 되는 대부분의 농산물값은 예년에 비해 3, 4배나 오르는 유례없는 가격이다.
그러나 이는 이상기온에 따른 농산물 흉작이 원인이다.
농사를 잘 지은 이들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또 농산물을 제값 받지 못하던 농민들의 한 풀이가 되었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은 고통스럽다.
전 같으면 이맘 때 쯤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농산물 구매를 부탁해 오면 아무 거리낌 없이 구입 해 주었는데 금년에는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이와 같이 농산물 값이 너무 비싸게 되면 농사를 하지 않은 이들이나 실패한 이들은 괴리감으로 농촌 인심도 야박해지게 마련이고 추후 과잉 생산으로 인하여 값이 하락하거나 적정선에 이르더라도 허탈감에 빠질 수 있기에 어떤 경우이든지 마음을 추스려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정부에 쌀값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많은 생산으로, 국제협약에 따른 쌀수입으로 쌀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생애의 절반을 가난과 굶주림으로 살아오며 어려운 세월을 경험한 이들의 마음은 격세지감이 가득하다.지금도 지구촌 저쪽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보릿고개보다도 더 참혹한 굶주림 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가깝게는 우리 한반도의 북쪽서도 먹을 양식이 모자라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는 정말 이 땅의 은혜로 이 가을에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안함과 풍요로움에 감사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가을에는 감사 해 보자,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제 수확을 하게 되면 우선은 내 가족이 되겠지만 또 어느 누구의 양식이 되어 줄까? 바라기는 어려운 이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양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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