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와 아이들 (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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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와 아이들 (인성교육)    
  • 김종례(문학인)
  • 승인 2024.07.0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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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분이 지나간 지가 엊그제 같은데 하지가 지난 지도 벌써 열흘이다. 잎새마다 직사포 쏘아대듯이 내려앉는 폭염을 피해 느티의 그늘로 숨어든다. 느티나무를 삥 둘러싸고 있는 논마다 동고동락하는 벼들이 상생의 의미를 더해주니, 내 마음도 진록의 청정함을 공유하며 덩달아 싱그럽다. 이 한철 제 홀로 몸부림치는 잎새처럼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가! 내가 종종 이렇게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어린 시절 집 앞에 태산처럼 서 있던 느티나무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눈만 뜨면 동네 아이들이 느티나무 아래 모여들어 훌륭한 놀이터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사방치기, 구슬 따먹기, 술래잡기로 해지는 줄도 모르고 놀이에 몰입하였던 유년이 그리워서다. 밤낮으로 날아오던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도 영혼의 음악처럼 그리웁고, 들바람에 자작거리던 할머니의 자장가 소리도 눈물겹게 사무쳐온다. 아마도 그 사랑의 음성을 영원히 잊지 못하고 헤매는 보헤미안이 되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저물어만 가는 이 나이에도 느티나무 아래에 앉노라면, 우울함. 두려움. 서러움의 세계가 썰물 빠져나가듯이 사라진다. 느티나무는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았던 평화로웠던 유년기에, 내게는 침묵의 스승이고 보호자이며 믿음직한 동무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다시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학교 아이들이 궁금해지는 7월이다. 태양처럼 뜨거워진 꿈을 안고 가정으로 혹은 사교육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인간성 상실의 문제가 심각하게 수반되는 천안통 천이통 시대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보내주는 침묵의 교훈을 나눠주고 싶은 간절함은 글을 쓰게 한다.  
  첫째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한 알의 작은 씨앗으로 시작된 것임을 알게 하리라.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밀알 한 알 그대로 남을 것이고, 썩어서 밑거름이 되면 큰 가지를 뻗어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것이다.’라는 말씀도 들려주리라.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작은 밀알 같은 정성된 가치와 존재의 삶, 그리고 하나의 구심체가 된 사람들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들려주고 싶다. 쟁점은 한 알의 밀알이 아름드리 느티처럼 세상에 드러나려면, 정성으로 일관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주와 요령으로 돈이나 명예나 권력은 얻을 수 있겠지만, 정성 없이 얻어진 결과는 불안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매사에 정성을 통해서 성장한 사람의 영혼은 이 느티처럼 신비롭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예까지 오면서도 밀알 한 알로도 남겨지지 못한 내 정성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둘째는 씨앗 한 알이 아름드리 나무가 될 때까지는 얼마나 많은 역경과 씨름하면서 왔는지를 들려주리라. 그 어떠한 장애물에도 굽히지 않으려고 사시사철 발버둥치며 반듯하게 일어섰으리라. 저 수많은 잎새와 가지가 비바람에 일렁대며 뿌리까지 흔들리기도 하였지만, 드디어 오아시스 같은 멋진 그늘막을 선물로 만들어준 것이리라. 자식에게 튼실한 그늘막이 되어주고자, 세상과의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 부모와도 유사하다. 저 7월의 들판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정성된 삶의 가치를 추구한다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결코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어려움과 난관에도 꿋꿋한 인내심과 강인함을 길러서, 용감한 도전자들이 모두 되기를 기원해 본다.  
  셋째, 오늘 다시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 앉노라니, 느티나무 인성교육에 전념하던 퇴직 전 일이 생각난다. 자연의 소리 음반도 틀어주고, 명상교육 자료도 들려주었다. 느티 아래로 지나다니던 연둣빛 아이들 목소리도 환청으로 들려온다. ‘나처럼 생각의 나이테를 살찌워 창조적인 아이가 되거라. 나처럼 사랑의 꽃을 피우며 그늘막으로 헌신하거라. 세상을 향한 진정한 대의를 품고 상상의 날갯짓으로 비상하거라.’느티는 오늘도 수많은 팔을 흔들어대며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중이다. 
  나도 덩달아 초록거리며 방학을 맞이하고 있을 너희들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가 지구에 온 목적은 느티처럼 평화와 질서를 선물하기 위함이니, 마음의 두레박을 무한정 내려놓고 너만의 기적의 삶을 만들거라. 대자연의 이치와 우주의 섭리를 깨달아 감성지수 만점인 아름다운 인성으로 자라거라’창조주의 위대한 능력과 영혼의 음악처럼 자연의 하모니의 극치! 나무 中 나무 느티나무 아래서의 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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