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은 뉴스마다 어수선 했다.
기분이 언짢지만 덩달아 휩쓸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내 발등부터 살폈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서둘러 채소들 모종을 사다 심고 열무와 아욱은 씨를 뿌렸다. 식탁에 앉아 뒷문을 열면 멀찌감치 소복소복 탐스러운 꽃으로 무언의 정담이 오가는 꽃사과목 옆에 삼색버들이 산들거린다. 동강할미는 벌써 생을 마무리 중이고 알리움이 피는 중이다. 절정에 이른 매발톱 앞에는 삼색 제비꽃이 재잘재잘 수다들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덩달아 나도 미소꽃을 피우는 우리 집 식탁이다.
밝아진 마음으로 모임에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여기서도 총선이 화두다. 그때마다 희비가 엇갈린 벗들에게 나는 말했다.
잘 되면 제 탓이요 못되면 조상 탓 하지 말자 잘 된 것도 국민 덕이요 잘못 된 것도 국민 탓이잖아 이제 배를 띄웠으니 국민은 돛대의 방향이나 살피자.
어느 친구 말이 이번 총선 보면서 “손자들에게 바르게 살아라, 열심히 공부해라 그런 말 못하겠단다. 재판중인 범죄자들이 금배지 달고 거들먹거리는 판국에 돈이나 많이 벌라고 해야겠어.”그 농담에 모두 쓴 웃음이다.
일전에 모 대학에서 세 명의 전역생과 대화 중 육아문제가 나왔다. “할머니 세대는 올곧은 사람이 되기를 원했고 어머니 세대는 최고가 되기를 원했지, 학생들은 나중에 2세 교육의 중점을 어디에 둘 건가요.”했더니 찰나의 망설임 없이 “돈이죠.”한 목소리다. 나는 짐작은 했지만 염려했던 대로라서 놀랐다.
또 평소 코인에 빠져있는 친구가 권도형을 화두로 꺼낸다. 나도 신문지면에서 보았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 권도형이 몬테네그로 현지 법원에서 한국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단다. 그는 우리나라가 아직 가상화폐에 관한 법이 미비하니까 처벌이 미국보다는 약할 것이라는 속셈이지 싶다. 국내 피해자들은 미국으로 보내라고 목소리 높이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머리 숫자는 선진국보다 훨씬 많지만 가상화폐에 관한 법규 뿐 아니라 입으로는 민생을 떠들면서 민생 법규는 등한시 하는 입법부다. 서로 물어뜯기 바쁜 여의도. 전투라는 단어를 공공연하게 내뱉을 정도로 어떻게 싸울까 부터 연구하는 의원님들 정책연구도 좀하시고 시대 변화에 따라 필요한 법규 생각도 좀 하소서. 요즘은 정말 지겹다 표식 ㄷㅁ들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한다. 금배지 매달린 멱살을 잡고 싶다. 정도를 걷는 의원님들은 벙어리에 귀는 막았는지 도대체 답답하시다. 22대 국회 1호 법안 발의가 특검이다. 민생을 입버릇처럼 외치는 자들의 행태에 화가 난다.
세계적 피해 규모가 50조원으로 추정 된다면서 테라루나 코인 폭락사태 주범이 한국을 원한다고? 설마 권도형이 쌓아 놓은 황금이면 한국의 국회 진출 거뜬하다는 생각은 아니겠지. 조두순이 저장고에 황금만 있다면 넘볼 수 있는 자리가 될 수도 있음을 이번 우리 국민이 보여줬다.
나는 전부터 독일 국민이 히틀러를 원망하기 전에 히틀러의 악행을 투표 때마다 밀어주고 선택해준 국민 탓이라는 사실부터 인식하기를 말해 해왔다. 허나 그것이 내 나라 총선 결과를 보면서 먼 나라 일이 아님을 확실하게 일깨웠다. 이러다가 재판 중인 잡범들이 줄줄이 금배지 달겠다고 희희낙락 나서는 사태는 없기를 빈다.
그동안 내 생각은 각 분야마다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면 애국이요 자신의 미래를 향한 정진인 줄 알았다. 학생은 공부에 열중하고 공무원은 맡은 업무에 충실하며 군인은 국방의무에 충실하고 기업인은 사업 연구에 충실하고 등등 그것이 애국이라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내가 제자들에게 잘못 인도 한 것일까?
아니다 난세에 영웅이 나는 이치를 생각하면 국민들 모두가 영웅이 되어 지금부터라도 맡은 일에 열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그리 쉽게 무너질 리가 없다. 정치판이 난장판이 되는 것은 반거충이들이 설치기 때문이다. 이쪽이 옳다 저쪽이 옳다가 아니라 어느 쪽이든 깊은 연구와 확실한 정책을 펼치면 좋겠다. 어리석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부탁하고 싶다. 중앙 정치인 여러분 공부 좀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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