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나와의 연결고리를 만나보게 되는 작은 정원에서, 쏟아지는 생명전자의 정기를 느껴보는 아침이다. 진록의 물결을 뭉개고 앉은 가뭄이란 놈이 한껏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충혼의 열기로 뜸을 뜨던 넝쿨장미도 점점 달아오르고, 들판을 소통하던 바람도 날개를 접었는지 잠잠하다. 모는 모끼리, 꽃잎은 꽃잎끼리 서로 몸 기대며 동고동락하는 6월. 멀리서 짝을 찾는 산 꿩 소리도 끊어질 듯 이어지며, 평화롭게 전원 교향곡을 연주하는 중이다. 순환의 이치와 우주운행의 질서를 지켜가며 6월의 근황을 낱낱이 고백하는 중이다.
오늘은 감나무 그늘로 숨어들어 무성한 잡초를 뽑다가 문득‘마지막 수업’이라는 小故史 한 대목이 떠오른다. “어느 날 스승이 제자들을 데리고 벌판에 나가서 질문을 하였다. ‘우리가 앉아있는 이 들판에는 보다시피 잡초가 가득하다. 어찌하면 이 잡초들을 다 없앨 수가 있겠느냐?’ 제자들은 깊이 생각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삽으로 땅을 갈아엎으면 됩니다. 뿌리채 태워버리면 됩니다.’등등 ~ 제자들의 모든 대답을 경청한 스승은 말하였다. ‘이것이 너희들을 향한 나의 마지막 수업이니라.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가 각자가 말했던 것처럼 너희 마음속에 있는 잡초를 모조리 없애버려라. 만일 마음의 잡초를 없애지 못한다면 1년 뒤에 다시 나를 만나러 이곳으로 오거라.’ 그리고는 1년이 금새 지나가 버렸다. 제자들은 무성한 자기 마음속의 잡초를 버리지 못하고 우울한 얼굴로 그 벌판을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잡초로 가득했던 그 벌판이 곡식이 가득한 옥토로 변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벌판 한가운데는 이런 푯말이 꽂혀 있었다.‘너희 마음에 잡초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들판의 곡식처럼 알곡같은 생각을 가득 채워서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제자들은 스승의 지혜로운 참교육을 깨닫고는 집으로 돌아가 학문수행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나도 복지관에 가면 매일 만나는 아름다운 귀절 하나가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꽃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 없으되,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이기심, 미움, 욕심, 허영, 질투시기, 자만심 등, 가슴에 자리잡은 마음의 잡초를 없애려면 알곡 같은 사랑을 심을 수밖에 별도리가 없을 것 같다. 그 자리에 사랑, 겸손, 존중, 배려, 친절, 자비심 등을 심는다면, 무성했던 마음의 잡초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평안과 기쁨이 찾아들 것이기 때문이다. 황무지 같은 마음 한 평에 피워낸 한 송이 깨달음의 꽃! 언젠가는 백만 송이의 꽃도 피워내는 정원 같은 아름다운 영혼이 될 것이다. 새로운 깨달음으로 진리를 만난 영혼은 사랑의 회복을 이뤄내고, 그 사랑으로 우주와 세상을 치유해 가며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리라.
한나절 동안 잡초를 뽑다가 무심코 문전옥답을 내다보니, 얼마 전에 심은 모들이 앙증맞게 열병식을 하는 중이다. 청소년들처럼 푸르른 기상을 뿜어대며 자라나 머지않아 황금들판을 만들 기미이다. 어깨를 가지런히 하며 웃자라지도 덜 자라지도 않으면서, Companion Vitamin을 날려주는 6월이기 때문이리라.
잡초가 제거된 잔디밭을 뒤돌아보다가, 내 삶의 뒤안길도 되돌아보며 반성문을 쓰는 하루가 되었다. 정결한 생각과 바른 판단 중도의 마음이 열리면서, 치유의 눈이 떠짐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평형을 이루지 못하고 치우쳤던 마음을 버리고 나니, 지혜의 창고문이 스르륵 열리고 있음도 체감하게 되었다. 잡초를 뽑는 일에 집중한 여름날 한나절에 정신적 보물을 한 아름 얻었음이 아닌가. 마치 고통과 희락을 동시에 맛보면서 글쓰기에 몰입할 때처럼 말이다. 누구나 마음의 잡초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마음의 온도를 올려준다면, 새로운 지평선을 맞이할 것은 자명한 이치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높아만 가는 태양의 고도 아래서 덮쳐오는 허기와 갈증. 옛 고향 산모롱이 어디쯤엔가 ~ 감로수처럼 퐁퐁퐁 솟아나던 청량한 옹달샘이 그립다. 잡초 같은 생각으로 시름시름 오염된 깊은 심연에, 마음의 잡초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옹달샘 하나 파고 싶다. 온갖 세상적인 번뇌를 날려줄 수 있는 맑은 옹달샘 한 사발 마시고 싶다. 우리 모두 민족의 혼. 호연지기 같은 정신적 백신으로 무장하여, 충혼의 열기 가득한 상생의 언덕을 오르는 6월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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