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德)이 퍼지는 속도는 파발마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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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德)이 퍼지는 속도는 파발마보다 빠르다.”
  • 박평선(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 박사)
  • 승인 2024.04.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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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선거는 국민 주권의 가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그런데 총선의 결과에 대한 평가보다는 후보자들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에 선거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때도 총선이 시작할 무렵이라 선거 캠프를 돌며 공명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래서 한 후보의 선거사무실에 방문을 했는데, 후보자는 선거 차량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어서 사무실에 없었다. 그래서 선대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덕이 퍼지는 속도는 파발마보다 빠르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이 말은 춘추전국시대 공자의 말을 맹자가 인용하면서 “덕이 있는 지도자가 나오기만 하면 당시의 혼란한 사회를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는 패자(&#38712;者)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제자인 공손추에게 해준 말이다.<『맹자(孟子)』, 「공손추장구상(公孫丑章句上)」, 제1장> 

 그 말에 선대위원장은 “후보자들이 덕이 있어야지요”라고 대답을 하며, 요즘은 돈이 아니면 당선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누가 돈을 더 많이 쓰느냐에 따라 당선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씁쓸한 마음을 안고 선거사무실을 나오게 되었다, 나오면서 “덕이 없으면 후보자로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이후로 선거 때면 후보자를 찾아다니며 공명선거 캠페인을 했는데, 선거사무실에 방문해서 5분 정도 대화를 해보면 대략 당선 여부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선거운동 기간에 당선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다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운동원들의 활동을 보면 후보자의 역량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유교경전 중의 하나인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는 “대도(大道)가 행해지는 대동사회(大同社會)에서는 제일 먼저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천여 년 전부터 우리의 선조들은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반드시 현명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 현명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성인군자(聖人君子)라고 했는데, 유교사상에서 말하는 성인군자는 오륜(五倫)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오륜이란 부모님께 효(孝)를 다하고, 나라에 충(忠) 다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부부가 화합하며, 친구끼리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아마도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관계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오륜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이 성인군자이며,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은 어떠한가? 앞에서 언급했던 선대위원장의 말처럼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오늘날에도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은 인성이 잘 갖춰진 사람, 도덕적인 사람이면서 전문 분야에 있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또 실무능력도 뛰어난 사람을 의미할 것이다. 

 산천을 둘러보면 봄꽃이 만발하고 있다. 보청천의 벚꽃도 만개해서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것이 마치 흰 나비 때가 춤추는 듯하고, 흰 눈이 내리는듯도 하다. 봄기운에 괜히 마음이 흥기되기도 하고,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속리산을 바라보며, 저 자연처럼 우리의 정치도 아름다운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다운 정치는 높은 민주시민 의식의 바탕에서 피어나는 열매와 같다. 그런데 맛 좋은 튼실한 열매는 향기로운 꽃이 맺혀야 가능하다. 아름다운 꽃이 맺히려면 덕이 있는 향기로운 후보자들이 공명선거라는 꽃을 피워 내여만 한다. 그런 후보자들이 경합을 버리는 선거는 축제가 된다. 누가누가 더 아름답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가를 응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즐거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축제가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선거문화일 것이다.      

 이제 선거가 끝나고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간 지금이지만 다음번 선거에서는 덕의 향기가 파발마보다 빠르게 퍼저 보은군민의 마음속에 깊이 스며드는 그런 꽃과 열매를 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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