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25시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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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25시 연재를 시작하며 
  • 정상규
  • 승인 2024.04.11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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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필에서 경제위기를 맞아 날로 각박해져만 가는 사회 인심을 염려했던 구절이 생각난다. 아무리 천태만상의 범죄인들을 수용하는 차갑고 냉기 도는 교도소 안 사회라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차츰 바깥 사회처럼 재소자들의 심성이 교활해지고 지능적이며 잔인해져 가고 있는 것 같아 무척이나 가슴 아프다.
몇 십 명에서 몇 백 명에 이르는 재소자들을 담당해야 되는 사동이나 공장에서 최대한으로 이들을 보살피고 감시하며 통제한다고 해도, 눈 깜짝할 순간에 엄청난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재소자들을 대할 때마다 실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관계 직원들이 몇 날 며칠 행정 처리된 내용공개 준비를 하면, ‘정보공개청구’라는 제도를 악용하여 취소를 하는 바람에 한바탕 행정상의 마비가 일기도 한다. 이와 같은 교활한 재소자들이 있는 반면, 한 번의 우발적인 실수로 인하여 오늘도 새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각 기술교육장에서 혼신의 힘을 쏟아 기술을 연마하고 노력하는 재소자도 있다. 또한 가난과 무지의 늪에 빠져 배우지 못한 한을 검정고시 교육반에서 뒤늦게 향학의 의지를 불태우는 아름답고 눈물겨운 재소자들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교도소 약 4.5미터 담 안은 분명 한 마디로 얘기할 수 없는 복합된 사회이다. 교도소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선과 악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야근근무라도 하게 되면, 주간과 마찬가지로 계속 움직이며 근무를 하느라 모자라는 잠을 참고 눈을 비비며 순찰하는 등 근무를 서게 된다.
교도소에 근무하면서 하루도 넘는 시간 동안 재소자를 상대하다 보니, 웃음보다는 긴장하고 걱정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건 재소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떨 때는 내가 이 세상에 한 번 더 태어나면 남을 웃기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곤 한다.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으리라. 사람이 하루를 살면서 웃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교도소에서 나의 징역살이 아닌 징역살이 동안 보고 겪고 느낀 모든 것들을 틈틈이 적어 놓았다. 교도소에 있는 혹은 교도소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그리움의 고통이나 걱정의 아픔이 희망의 행복으로 거듭나는 데 도움닫기가 되기를 바라며, ‘작은 네모 세상, 교도소 이야기’와 ‘그 안에서 걷는 문학의 길’을 삶의 동반자로서 함께 걸으며 우리네 사는 이 세상이 한층 더 밝고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다음주부터 격주 연재)

*PS
기고자 정상규 씨는 보은군 산외면과 경계지점에 위치한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용화출신으로 용화초, 보은중, 보은고를 나와 고려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청송2보호감호소, 안동교도소, 김천교도소, 천안교도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등지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그는 고려대학교 사회복지실천연구회회원이자 한국교정학회 회원이며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회원으로 한국교정복지학회 이사를 역임했다. 2000년 수필부문 공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세계에 등단한 그는 백석문화대학 겸임교수(2005~2006)를 지낸바 있으며, 한국문인협회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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