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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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냄새
  • 양승윤(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4.04.0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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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곤충이 있다. 충청도에서 노래기라고 부르는 노린재다. 조선조 정조 때 이만영(李萬榮)이라는 문신이 쓴 재물보(才物譜)라는 책에 등장한다고 하니 노린재는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주변에 있어왔다. 오이가 싹이 나서부터 열매가 매달리는 전 과정에서 노린재와 싸워야 한다. 재물보에도 노린재는 주로 오이 잎을 갉아 먹는다고 쓰고 있다. 노린재에는 냄새 샘(嗅腺)이 있어 적을 만나면 냄새를 피우는데 꽤 오래 간다. 그래서 고추나 토마토의 어린 순이나 갖가지 채소에 달라붙은 웬만한 벌레는 손가락으로 쉽게 떼어낼 수 있지만, 노린재는 아니다. 손에 닿기만 하면 냄새가 난다. 땅 위에 사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물속에 사는 노린재 종류도 많다. 1mm 정도로 아주 작은 것부터 6.5cm 되는 큰 것도 있고, 모양도 다양하여 흔히 눈에 띄는 납작한 것부터 막대 모양으로 긴 것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발견되는 노린재가 300종류나 된다니 이 또한 놀라운 숫자다.
   지구상에서 가장 지독한 냄새를 피우는 동물은 생긴 모양이 족제비 비슷한 스컹크(skunk)다. 족제비보다 몸집이 훨씬 커서 몸길이가 40cm 정도가 보통인데, 1m 가깝게 큰 것도 있다. 미대륙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최상위의 육식동물로 고양이과의 퓨마(puma)가 있다. 그런데 이 퓨마가 쉽게 공격하지 못하는 동물이 바로 스컹크다. 이 작은 동물은 항문을 통하여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데, 3m 정도까지 정확하게 그것도 빠른 속도로 연속해서 대여섯 번이나 발사할 수 있다. 스컹크가 발사하는 냄새 성분 중에는 유황 화합물인 싸이올(thiol)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싸이올은 양파 껍질을 벗길 때 눈물 나게 하는 화학 성분과 비슷하여 공격해 오는 적의 시각(눈)을 잠시 차단하거나 심하면 질식에 이르게 한다. 그래서 개같이 순한 동물은 스컹크의 독가스를 정통으로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독수리도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날짐승이다. 독수리는 조용히 하늘 높이 날면서 지상의 모든 것을 샅샅이 관찰할 수 있는 예리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티벳 사람들은 독수리를 하늘과 가까운 영물(靈物)로 받든다. 이들의 전통적인 장례방식인 조장(鳥葬)을 천장(天葬)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독수리는 지상에 죽어 썩어가는 동물 사체를 찾아서 먹어 치우는 청소동물이다. 사체의 내장 속에 머리를 처박고 벌겋게 피범벅이 된 채로 게걸스럽게 파먹는 장면은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서 자주 보게 된다. 썩은 동물의 사체 냄새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공격당할 위험을 느끼면 빨리 날기 위해서 먹었던 것을 토(吐)하기도 하는데, 이때 독수리의 위산이 섞인 구토물에서 최악의 냄새가 난다고 한다. 독수리 발에서도 악취가 난다. 인체에서 배출되는 땀처럼 끈적끈적한 분비물이 나오는데, 이 분비물 속에 강력한 요산(尿酸)이 들어있어서다.
악취를 내는 또 다른 동물로 코끼리가 있다. 코끼리는 영리하고 점잖은 동물이라는 인상이 있어서 악취를 풍긴다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수코끼리는 때때로 아주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매년 한 달 가까이 발정기에 들어서면서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분비가 평시의 약 60배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이때 하루 300리터 가량을 배출하는 오줌 색깔이 녹색을 띠는데 이 오줌이 심한 악취를 풍긴다. 코끼리는 암수 구분 없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눈과 귀에서 나오는 분비물 또한 악취의 범벅이다. 코끼리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점액은 농구공만큼 부어오른 볼에 있는 분비샘에서 배출되는데, 이것 또한 악취가 매우 심하다. 1km 거리에서도 불쾌한 냄새가 감지된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들도 젊은이들과 다른 냄새가 난다. 노인 냄새다. 노화로 인해서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땀 분비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땀은 몸속에서 생성되는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40대 후반께부터 땀의 분량이 조금씩 줄어든다. 그 대신 노인 냄새의 주역인 노넨알데하이드(Nonenaldehyde)라는 물질이 발생하는데, 피지(皮脂) 속 지방산(脂肪酸)이 산화되면서 만들어진다. 이것이 털구멍 모공(毛孔) 속에 쌓이면서 퀴퀴한 냄새를 만들어 낸다. 물을 많이 마시고 몸을 항상 청결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틀니와 목 뒤쪽 관리를 잘하고, 양치질하면서 설태(舌苔)도 부드럽게 긁어내고, 특히 손이 잘 닿지 않는 귀(耳) 뒷부분을 깨끗하게 하면 노인 냄새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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