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선례 남긴 가축분뇨처리시설 입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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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선례 남긴 가축분뇨처리시설 입지 선정
  • 김인호 기자
  • 승인 2023.12.2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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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이 지난달 말 가축분뇨 처리시설 사업장 입지로 장안면 오창2리 마을을 선정했다. 꼭 필요한 가축분뇨 처리시설이지만 기피 시설 중 하나로 인식돼 부지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보은군은 인센티브를 걸고 후보지 공모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오창2리가 탄부면 평각1리와 탄부면 석화리 마을에 앞서 선정됐다.
군에 따르면 오창2리는 기존의 퇴비공장을 없애고 군에서 운영하는 최신식 퇴비화 시설 유치를 원하는 마을 주민들이 많았다. 또 인근 마을의 동의를 얻어 향후 분뇨 운반차로 인한 민원 발생 소지도 낮아 부지를 확장할 수 있는 여건 등에서 다른 마을보다 높은 평점을 획득했다. 이 마을 이남희 이장은 “우리 오창2리에서 가축퇴비 처리시설 사업을 신청한 것은 오직 현재의 축산분뇨 악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장안면 오창2리는 개인이 운영하는 퇴비공장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이 아주 긴 세월 퇴비 냄새에 견디기 힘든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창2리와 입지 경쟁을 한 탄부면 평각1리와 석화리 마을의 경우는 해당 마을 및 인근 마을에서 반대 민원이 심한 상황으로 사업 추진 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보은군의 부지 선정 발표 후 미미한 여진도 이어지고 있다. 오창2리와 인접한 구인리 일부 주민들과 장안면 가축분뇨처리장 반대추진위원회는 ‘인접 마을 동의 없는 공모 선정 취소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평생을 냄새 맡고 살순 없다’ ‘후보지를 결정하기 전에 사업 설명회를 했어야’ ‘장안면 선택은 철저한 힘의 논리’ ‘장안면 초입에 퇴비공장이 들어오면 축산분뇨 수송 차량, 퇴비 수송 차량 등으로 관광 속리산의 이미지가 크게 추락할 것’ ‘탄부면에서 2개 마을이 신청했는데 1개 마을만이 신청한 장안면으로 선정한 것은 주민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것’ ‘탄부면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장안면을 선택한 것은 보은군이 우리에게 등을 돌린 것’ 등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모든 이들에게 박수받는 결과물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싫든 좋든 가축분뇨처리 시설은 선택 아닌 필수 사안으로 우리군 어딘가에는 반드시 해야할 공공시설이다. 보은군의 이번 가축분뇨 처리시설 사업장 선정은 위에서 내려꽂는 게 아닌 아래로부터 나온 해당 주민들의 자발적 의향을 반영해 군정 난제를 푼 선한 선례를 남겼다. 한편으론 반대하는 사유가 오창2리 마을의 간절함보다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거니와 오죽하면 자기들 마을에 남들이 꺼려하는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을 왜 들이려는지 속끓는 그 마음을 못 헤아려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군은 내년 환경부가 주관하는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공모사업에 총사업비 428억원, 일일 처리용량 200톤 규모의 사업 신청를 준비하고 있다. 퇴비부속도 검사가 의무화됨에 따라 지자체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가축분뇨 처리시설 설치사업이 늦어질수록 공모 경쟁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업이 차질 없이 신속하게 잘 진행돼 악취에 고통받는 오창2리 마을 주민들이 냄새 공포에서 하루속히 해방되고 보은군 환경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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