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파도 헤치고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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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파도 헤치고 미래로…
  • 곽주희
  • 승인 1991.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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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꿈인 외톨박이 소녀가장 박영하 군
친구들은 행여 비가 올까하여 잠못이루던 소풍전날밤, "왜 너희 엄마는 안오니?" 란 친구들의 물음이 듣기싫어 잠못이루던 어린시절 지금도 별반 말이 없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렸을 때 찍었던 사진속의 표정이 왜그리 우울했는지 모르겠다는 박영학 군(16. 보은중 3년, 거택보호자)은 엄마, 아빠의 사랑속에 마냥 뛰놀아야 했던 어린시절에 백일도 안돼서 아버지를 잃고, 의지와 위안의 전부였던 엄마마저 9살 되던 해에 세상을 등져 이세상에 단하나 밖에 없는 외톨박이가 되어버렸다.

박영학 군은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해 버린 부모나 운명을 탓할 겨를이 없다. 그동안의 생활에 보탬을 주시던 숙부 박인수씨(40)마저 사업에 실패한 후 고혈압으로 쓰러져 거동조차 못하는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었고, 그래서 대전에 나가 식당일을 하며 사촌 4남매와 함께 생활을 꾸려나가는 작은 엄마와, 고생만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 조금이나마 생활에 보탬이 될까하여 신문배달도 해보지만 생활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는 엄마의 마지막 말씀이 언제나 귓전을 울리고 외로움이 밀려들 때마다 이를 잊기위해 책상앞에 앉는다는 박영학 군은 그래서인지 항상 우수한 성적을 유지한다. "과학자가 되고싶고 그래서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해 계속 공부를 하고 싶지만 생활형편상 보은농공고에 진학키로 결정했다" 고 말하는 박영학군은 핑도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결연을 맺은 아저씨나 이장님, 동네어른 등 많은 분들의 도움에 항상 감사드리고 있지만, 경제적인 도움에 앞서 고민을 함께 들어주고 반듯한 생각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정신적인 위안과 채찍질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그립다고.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었을 때 마음이 뿌듯하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언제나 불행한 이웃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는 박군은 야간자습시간에 어쩌다 도시락을 지참하지 못하여 저녁을 굶게된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 도시락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고.

어서 빨리 어른이 도어 숙부의 병환도 고쳐드리고, 고생만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숙모님을 편히 모시고 싶다는 박영학 군은 보은읍 수정리에서 희망찬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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