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청결을 낚는 강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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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청결을 낚는 강태공
  • 송진선
  • 승인 1991.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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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대청호 청소를 도맡아온 스킨다이버 이지승씨
인적드문 시골 한 구석, 물살이 세월을 노래하는 호젓한 회남대교 통나무집 고기잡는 이지승씨(36)와 노젓는 아내 민선희씨(34). 철모르는 아들 딸이 그림같은 꿈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보은에서는 보기드문 스킨 다이버 이지승씨는 10년째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총호를 청소하는 아저씨로 익히 알려져 있다. 작살로 잡은 싱싱한 쏘가리 매운탕을 먹으로 오는 단골손님들은 그가 들려주는 자연보호얘기로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지만 그래도 투박한 시골 어부의 말소리가 정겹기만 하다고.

이지승씨가 처음 대청호쓰레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80년, 회남면 소재지였던 신곡리가 댐건설로 수몰되자 사음리(어부동)에 자리를 잡고 낚시꾼들에게 음식을 판매하면서부터 낚시꾼들이 몰리면서 대청호반 주변은 그들이 버린 쓰레기에 보은, 옥천, 영동등의 상류지역에서 떠내려온 깡통, 세제용기등의 쓰레기 들이 모여 노는 젓지 못할 정도로 떠다니고, 특히 장마가 끝난 뒤엔 푸른 호반 위에 온통 총 천연색의 쓰레기 집합소로 변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내가 사는 주위만큼은 깨끗하게 정리해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자는 것이었다. 손가락질도 받고 손해보는 짓을 왜하느냐고 탓하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있으니까 주위가 깨끗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의 삶은 이제 대청호에서 꾸며지고 있다.

3백65일 거의 모두를 어부이면서 청소일을 병행하고 있는 이지승씨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이지승씨는 "작년에도 쓰레기 두 트럭분(2.5톤)을 자원 재생공사에서 수거해 갔는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내가 고물장사 한다는 소문도 났었다" 며 웃지못할 사연을 들려준다. 대청호가 오염된다고 하면 회남주민들에게만 화살을 돌리기 일쑤인지라 오기 아닌 오기가 생겼고 대청호를 깨끗이 하는 회남주민으로서의 자신을 지키기위해 이지승씨는 더욱 열심히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집 마당 한 켠에는 언제나 못된 이기주의가 버린 각종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다. 자신이 대청호의 마지막 청소부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램은 그가 낚고 싶어하는 월척만큼이나 간절하다. 왜냐하면 자연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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