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존감 (밥상머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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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존감 (밥상머리 교육)
  • 김종례 (문학인)
  • 승인 2023.07.1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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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눈을 뜨면 커튼자락을 들어 올리고 마당을 내다보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부우연이 밝아오는 여명의 빛을 따라서 흔들거리는 꽃빛을 따라서, 여기저기 눈인사를 건네고 밤사이 갓 피어난 꽃무더기 앞에 쪼그려 앉는다. 눈앞에는 싱그러운 꽃잎들이 바람과 왈츠를 추건만, 발아래는 잔디와 잡초와의 힘겨운 경쟁이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잡초와 잔디의 무모한 경쟁에 휩쓸리며 가는 요즘이다.‘밉게 보면 잡초 아닌 꽃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 없으되,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가끔은 시 귀절도 주절거리며 ~ 아마도 청포도 익어가는 7월을 이렇게 보내야 하나보다.  
  아침부터 잔디 속에서 잡초를 가려내던 중, 얼마 전 격돌하였던 수능 킬러문항 배제에 대한 양론화가 떠오른다. 학교교육과정 중심의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약화시키겠다는 사전 경보쯤으로 여겨졌다.‘서열에 집중해야 하는 아이들과 이를 정쟁화 시키려는 정치권’에 대한 우려감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머릿속이 참으로 복잡하고 불안한 시점이었다. 결국 학교 교육과정 충실과 적정난이도 출제 안의 제시로써 큰 불길은 잡았지만, 거슬러 올라가 원인을 들춰보면 속절없는 경쟁병에서 비롯된 걸 알 수가 있다. 이러한 무대책 경쟁의 시대에서 끊임없는 서열문화와 비교문화에 흡수되며 자라가는 아이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서재로 돌아와서 퇴직 전에 연수하였던‘대한민국의 경쟁병’에 대한 결과물을 뒤적거려본다. 이 시대에 파생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점들을 분석한 결과 내린 종합 진단명은‘무한 경쟁이 대한민국을 잠식한다’인데, 서두에는 경쟁이란 인간 외 모든 생명체의 본성과도 같은 것이라는 다윈의 진화론이 적혀있다. 원래 본질은 미래 발전적이나 부질없이 한계를 넘어버린 경쟁심의 부작용적 측면을 다룬 강연이었다.‘진 사람은 물론 이긴 사람까지 손해를 보는 지나친 경쟁심은 개인과 국가를 잠식시키는 거대한 괴물’이라는 결론에 공감도 하였다. 사교육과 입시경쟁, 스펙과 취업경쟁, 소득경쟁, 기업경쟁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무한 경쟁에 흡수되어 가는 아이들의 미래가 암담하기 때문이다. 임기응변적 교육과정개정, 취업률 저하와 가정경제, 물질만능과 묻지마 범죄 등, 무모한 경쟁병의 논리를 사회적 질병으로 진단하여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할 사안이다. 
  바야흐로 아이들이 가정에서 생활하는 여름방학이 다시 시작되기에, 가정학습 지도방안과 밥상머리 교육의 필요성이 긴요하게 작동되는 시점이다. 노자의 부쟁의 덕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적 착오라 하더라도, 맹목적인 경쟁을 위한 경쟁. 즉 지나친 경쟁심에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을 방관하지는 말 일이다. 학교와 학원이 경쟁을 위한 경쟁의 파도치기에 휩쓸리다 보니까, 선의의 경쟁의 도를 가르쳐야 하는 건 오로지 부모의 가정교육 몫이 되었다. 방학 중 찜통더위와 씨름하며 지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밥상머리의 출발점은 무엇이 좋을까 고민한다면, 무모한 경쟁에서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을 성 싶다. 무작정 이기라는 다그침이 아니라 용기와 자존감을 세워준다는 뜻의 격려(encouragement)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자녀들의 성공과 실패의 감정을 두루 공감해 주며, 어떠한 경우에도 너와 함께 한다는 애정이 담긴 격려가 꼭 필요하리라. 오직 경쟁을 위한 무모한 경쟁심에서 탈피하려면, 진정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체험학습을 장려하는 여름이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하여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두려움 대신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며, 타인의 칭찬과 인정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자신에게 신뢰를 보내게 될 것이다. 아이의 내면에 자신감이 형성되면 힘든 상황도 잘 이겨내는 정신적인 파워가 생기기 때문에 진정한 자존감을 신장시킬 수가 있다. 
  유일무이하게 창작된 자신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독자적인 아이가 되기를 빌어주며, 미래지향적 메시지 전달에 충실한 밥상머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와의 비교대상을 세워야 하는 상대적 승리감보다, 너만의 흥을 캐내어 너다웁게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별이 되거라. 네 생각대로 앞서간다고 교만하지 말고 뒤쳐진다고 절망하지 말지어다. 너는 이 세상에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우주 속에 하나의 별이며 보석이니라. 잠수함의 토끼처럼~ 갱도의 카나리아처럼~ 지혜롭고 용감하게 살아갈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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