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세 할머니와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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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세 할머니와 도지사
  • 김옥란 
  • 승인 2023.03.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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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머니는 제주도에 사시는데,  연세가 105살이셔요. 제주도 최고령이시랍니다. 도지사가 새로 부임하면 할머니를 찾아와서 큰절을 올립니다. 그러면 할머니는 은행에서 미리 준비해두셨던 빳빳한 일만원짜리 신권 한 장을  도지사에게 주십니다"

20년 전, 서울 압구정에서 학생들 독서지도 수업할 때, 안나라는 학생의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는 오래도록 여운을 주었다.  특별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105살까지 살아계신 할머니,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일백 다섯 번이나 만나신 그 어르신께 인사드리러 찾아오는 도지사, 큰절 올리는 도지사에게 (정월 초하룻날 어린 자녀들 손주들에게 세뱃돈 한 장 쥐어주듯 )  빳빳한 일만 원 짜리 새 돈 한 장 선물하는 일백  다섯 살 어르신의 유머와 총기와 다정하심.... 그 풍경들을 머릿속에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향기로워 나는 아직도 안나네 집에서 들은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늙어야 할 텐데.... 그렇게 멋지게 늙어가야 할 텐데....

100세를 사는 초장수인들의 생활을 분석한 일본, 이탈리아 연구들에 따르면 초장수인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1.(뇌)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향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친구가 많았다. 믿는 종교가 있었다. 자원봉사 활동이 많았다. 목적의식이 뚜렷했다.
2.(입) 콩, 견과류, 야채를 많이 먹었다.
3.(폐)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끊었다.
4.(간) 음주 빈도가 많지 않았다.
5.(배) 뚱뚱하지 않고, 복부 비만이 적었다. 아침을 포함해서 세 끼 식사를 했다.
6.(척추) 몸이 유연했다.
7.(다리) 신체 활동량이 많다.
8.(가족) 대개 집안에 장수인이 있다.

안나의 제주도할머니는 몇 살까지 더 사시다 돌아가셨을까? 분명 그 어르신도 초장수인들의 특징을 많이 가지셨기에 그토록 장수하셨으리라고 믿는다. 나는 초장수인들의 특징이 나의 특징 되도록 노력하겠노라고 새 봄, 봄날 아침에 다짐해 본다. 우리 모두 이 세상 사는 동안 봄 햇빛처럼 늘 건강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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