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가정에 무료 전기점검
정말 어려우면서도 나보다 10원이 없는 남을 위해 선뜻 그 10원을 내주는 사람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 살만하다고 하는데 한전 보은지점에도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한전 보은지점 보은인들의 모임인 보은회. 이재흥(46, 배전과)회장과 김천식(배전과)총무를 비롯한 12명의 회원은 청소년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에서 올해부터는 직업을 이용한 봉사활동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지난 9일 일요일. 늦게까지 방에서 뒹굴며 휴식을 취하거나 자녀들과 외식을 하거나 놀이공원을 찾는 등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 시간인데도 이들은 쉬는 것을 마다하고 봉사활동에 나섰다. 찾아간 곳은 외속리면 서원리 서봉훈씨와 서병주씨 가정. 두 가정은 주택개량도 하지 않은 노후된 주택으로 전선도 불량하고 외부에 노출된 전선이 오래돼 일부 피복이 벗겨지는 등 자칫 전기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시꺼멓게 그을린 부엌 천정에 매달린 전구는 들어왔다, 나갔다하며 제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전기는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만 아는 연세가 높은 노인들이어서 그대로 놔두는 형편이었다. 마루, 부엌, 화장실, 외등, 배전판 등 어느 것 하나 바꾸지 않을 것이 없었다.
보은회 회원들은 전선을 교체하고 전구도 새것으로 교환해주고 노출된 전선은 테이프로 감싸 빗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스위치도 손이 닿는 편리한 곳에 설치해줬다. 이들의 봉사활동으로 전기가 제대로 공급이 되자 새 집으로 이사한 것 처럼 두 가정의 노인들은 크게 기뻐했다. 소요된 금액은 9만원. 비록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이들은 어렵게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밝혀준 등불이 되었다.
두 가정의 노인들은 “고장이 나면 어떻게 하는 줄도 모르고 업자를 불러 고치려면 돈이 들어가니까 그냥 놔두고 있었는데 우리 같은 늙은이들을 이렇게 도와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몇 번을 인사를 했다. 보은회는 96년 9월1일 결성돼 처음에는 불우한 청소년들의 중식비 지원부터 시작했다.
이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저녁식사도 함께 하며 때론 아버지 같이 때론 삼촌같이 이들 청소년들을 대했다. 한 번 선정되면 그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지원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봉사금은 매월 내는 월회비 2만원과는 별도로 특별회비 1만원씩을 내서 만든 것으로 지금까지 총 290만원이 지원됐다. 올해부터는 청소년들을 지원해주는 것과는 별도로 저소득계층의 노후 전선을 교체해 주는 봉사활동까지 확대했다.
소요되는 것은 모두 회원들 자체 회비로 충당한다. 이들은 현장 봉사활동을 하면서 거동불편 고령자의 전기 민원을 접수해 처리해주고 전기 사용상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해소해 주는 등 한전의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옥천 청산출신이지만 부인 박정숙(40)씨가 보은 장신출신이어서 보은회에 가입했던 이재흥 회장은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기 위해 결성한 것인데 퇴임 등의 여건이 아니고는 아직 단 한명도 탈퇴하지 않을 정도로 모임이 잘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외계층에게 밝은 웃음을 주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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