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신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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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정신을 믿는다
  •  오계자(보은예총 회장)
  • 승인 2023.01.0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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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부쩍 그립다. 
그때 내가 멀리서나마 한껏 응원하고 박수를 쳤던 젊은이들, 질풍노도의 혈기로 민주화를 외치던 그 학생들이 그립다. 92학번 95학번 내 자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나는 데모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꼭 저항해야 된다는 확신이 선다면 데모에 앞장서도 좋다. 하지만 옆에서 하니까 따라하는 행위는 내가 용서 못한다고 했다. 
민주화의 확신을 품고 외치던 그때 그 젊은이들이 지금, 입법 사법 행정기관 산하에서 나라의 운영을 짊어지고 좌지우지 하고 있다. 허나 그때 그 순수한 민주화 정신을 찾아볼 수 없어 슬프다. 정치인은 표식xx로 변해 가고 있다. 제발 여의도 그 우아한 건물이 표식 동물원이라는 욕은 먹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요즘 내입에서도 튀어나온다. 민주화를 위해 열정을 쏟던 그 정신이 그립다.  
또 하나 그립다 
“내 탓이로소이다.”를 캠페인으로 외치시던 신부님이 그립다. 며칠 전 친구가 유머라고 보낸 카톡 메시지가 웃을 수만은 없는 그야말로 웃픈 내용이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일본의 아내는 남편의 정부를 찾아가 사정을 한단다. 이탈리아 아내는 남편을 죽여 버리고, 프랑스 아내는 남편의 정부를 죽이는 등 여러 나라의 분위기를 나열해놓고 한국의 아내는 대통령 책임지라고 한단다. 
가족을 잃은 아픔을 아디에 비교하랴, 당해보지 않은 우리는 그분들의 슬픔과 고통을 추상적 상상만으로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아픔의 몸부림이라고 이해하고 넘길 수만은 없는 몇몇 유가족의 외침이 더 가슴 아프다. 사고의 원인과 상황을 조사 중이고 모든 진실이 밝혀진 다음 원망과 요구사항이 터져도 될 일이거늘 대놓고 행안부 장관 물러가라, 심지어 대통령 퇴임까지 요구하는 부모의 글을 보고 그만 나도 화가 났다. 그 시간에 장관이 뭐했느냐고? 대통령이 뭐했느냐고? 그렇다면 부모님은 그 시간에 내 자식이 무슨 놀이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나요? 부모님은 뭐했나요? SNS에 댓글을 올렸다. “장관과 대통령 퇴임을 외치려면 부모 자격부터 내놓으세요.” 라고..
대학 3학년 내 손녀는 남의 나라 축제지만 호기심 많은 시기라 경험 해보라고 허락했음에도 토요일 모인다는 방송과 주변의 부추김에 휩쓸리지 않았다. 진짜 축제날은 시월 말일이지만 주로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행하기 때문에 알바 일을 토요일로 당겼고 친구들도 어쩔 수없이 그날 가지 못했다. 사고를 면해서 다행이 아니라 확고한 내 손녀의 사고방식에 나는 정말 뿌듯했다.    
이태원 사고 유가족회에 세월호 유가족이 합세 했다는 둥 민노총 회원이 합세했다는 둥 야당의 부추김이라는 둥 말이 많지만 나는 찌라시(유언비어)라고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은근히 기다린 것은 유족들 중 누군가는 슬픈 와중에도 유족만이 할 수 있는 말 “젊은 혈기로 축제분위기에 들떠서 무질서했던 우리 자식들로 인해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이고 국민여러분께 상처를 드려서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내 자식들의 무질서한 행동부터 먼저 앞세워 말해놓고 “지난해 코로나 19로 인해 많이 자제된 시기임에도 매우 혼란스러웠다면 올해는 곱으로 더할 것이란 예상을 치안 관계자들은 했어야했다. 왜 질서를 잡아주지 않았는가? 젊은이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일 때 치안 관계자들은 무얼 했는가?” 이렇게 항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치꾼들은 국민의 아픔을 악용해서 서로 물어뜯고 있으니 우리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살까. 
세월호 사고 후, 미국의 9·11 사태 때 한 관계자는 사고 조사에 1년이 걸렸으며 이런 조사에는 절대 정치인이 개입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인기에 환장한 여의도 정치인들 제발 진정하면 좋겠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나라에 기근이 들면 임금님께서 내가 덕이 없어서 그렇다고 왕이 내 탓이라 자책했다. 관계 기관장님들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덕이 없는 내 탓입니다.” 고개 숙이고 물러나는 매너가 그립다. 
혼자 헛걱정 하던 중 원고 마감이라는 메시지를 받고 눈이 번쩍 뜨였다. 내가 맡은 일이 있지. 맞아 온 국민이 각자 할 일이나 충실히 하는 거야. 적이 되어 떠들다가도 국가위기에는 단합으로 금 모으기 하던 우리민족 정신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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