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값 똥값’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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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값 똥값’ 어찌할꼬..
  • 최동철
  • 승인 2022.10.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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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족함을 안겨주던 황금들녘이 며칠 새 횅해졌다. 성능 좋은 콤바인이 논마다 부지런히 오가며 논 가 화물차 짐칸의 대형포대에 수확한 나락 담기를 수차례씩 한 덕이다. 헌데 정작 흐뭇해야할 수확 농민들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나락 값이 똥값’이기 때문이다. 논농사 경작에 드는 인건비, 농약. 비료, 농기계 기름 값 등은 천정부지 치솟는 반면 나락 값 인상은 더디기만 하다. 올 적정 벼 값이 66,000원은 되어야 하는데 45,000원만 먼저 지급한 뒤 나머지 정산은 기다리라 한다.

 정부는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으로 쌀값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45만톤의 쌀을 매입한 뒤 시장 격리 조치를 하기로 했다. 원래 정부의 올 예상 초과 생산량은 25만톤 규모였다. 그런데 태풍 등 큰 피해가 없어 20만톤이 더 초과생산 된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총 1조원을 투입해 쌀 45만톤을 사들이기로 한 것은 쌀값이 1년 새 25%나 떨어지며 통계 작성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즉 1년 전 20kg당 5만4228원 하던 쌀값이 24.9% 하락한 4만72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같이 쌀값이 폭락하는 데는 쌀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인 것이다. ‘밥이 보약’이니 ‘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간다. 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즉석식과 즉석식품, 즉 ‘정크 푸드’가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아직까지 쌀밥이 주식이기는 하지만 하루 삼시세끼 중 한두 끼만 먹는 시대가 됐다. 나머지는 햄버거, 피자, 샌드위치, 밀가루 음식, 닭튀김요리 등 다양한 음식으로 대체한다. 특히 젊은이들 식생활의 서구화 탓에 쌀밥은 갈수록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2년도에 1인당 쌀 소비량이 68.61kg였던 게 2021년도는 56.5kg으로 약 12.11kg이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엔 50kg 초반 대까지 내려갈 것이다. 어쨌든 이리하여 쌀이 남아도니 재고는 누적되어 쌓이고 쌀값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쌀 산업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등 정치권이 새로운 소비를 창출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탄수화물은 비만의 주범’이라는 쌀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노력 등이다.

 즉, “밀가루 등으로 인공 정제된 ‘나쁜 탄수화물’은 칼로리가 높지만 밥에 든 ‘좋은 탄수화물’은 오히려 적당량을 먹어야 건강과 체중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적극 홍보 전략과 쌀 관련 상품을 개발해 쌀 소비를 증가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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