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 잊을 수 없는 뼈아픈 재난현장 그 명암
글 싣는 순서
1. 화마가 휩쓸고 간 울진군 … 그 고통은 지금도
2. 국민이 살린 서해의 기적 … 태안 기름유출사고
3. 쏟아진 비, 잃어버린 꿈 … 섬진강 제방 붕괴
4. 뚫린 하늘, 처참한 물폭탄 … 제천시 폭우피해
5. 어찌 잊으랴 그날의 악몽 … 1980년 보은수해
21세기를 출발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세계 곳곳은 현재도 외침, 내부 분열 등으로 인한 전쟁, 질병, 풍·수해, 화재, 가난의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난민들은 오갈 곳 없이 눈물과 고통으로 세계 곳곳을 떠돌고 있으며, 지진, 화재, 수해, 태풍피해 등으로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동해안 산불로 자연이 훼손되고 재산을 불태운 재난사태가 발생했고 이전에도 2008년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2020년 발생한 섬진강 수해, 같은 해에 발생한 충북 제천 수해등 해는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국 곳곳의 재난현장을 찾아 재해의 뼈아픈 고통을 극복하고 하루하루 발전해 가는 모습을 취재·보도함으로서 재난을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장기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수마가 휩쓸고간 제천…곳곳에 할퀸 흔적 역력
금년 7월 13일, 충북 북부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날 오후 8시 27분쯤 제천시 봉양읍 봉양리에서 “굴다리가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오후 9시48분쯤 제천시 덕산면 신현리에서도 “주택 앞에 빗물이 차올라 집안으로 들어오려 한다”는 긴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아직도 아물지 않은 2년 전 수해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2년전인 2020년 8월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제천시에 쏟아진 비는 무려 689㎜에 달하는 물폭탄을 맞은 것이다.
제천시는 당시 폭우로 하천이 범람해 시가지는 물론 읍. 면지역 곳곳이 물에 잠기고, 하천의 제방 붕괴, 수중보 붕괴, 농지유실, 도로파손이 이어졌다.
당시 폭우로 318세대 621명이 수재민이 발생했고, 3,672건의 피해로 총 797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실제로 241억원의 시가지 피해가 발생했으며, 무려 154개소의 제방, 수문, 수중보가 유실되어 17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봉양읍, 금성면, 청풍면 등 4㎞에 달하는 곳곳의 도로가 파손되고 다리가 끊겨 6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578㏊의 농경지가 침수됐고, 축사, 비닐하우스도 침수되어 63,531마리의 가축피해도 발생해 농민들의 억장이 무너졌다.
또, 제천~영월간 철도의 일부가 유실되어 무려 40여일 간 양방향 모두 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철도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2020년 8월 당시, 정부는 전국 곳곳에 연이어 쏟아진 집중호우로 커다란 피해가 발생하자 전국 7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특별재난지역에 지정된 제천시는 본격적인 수해복구에 나섰다.


복구에 나선 시민들 ... 수재민 상처 보듬어
제천시 봉양읍 구곡1리 이재성 이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발생했다는 TV뉴스를 보아왔지만 내가 이런 물난리를 겪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라며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전국 곳곳의 기관과 사회단체에서 우리 지역 수해복구에 도움을 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제천시는 민·관 너나없이 수해복구에 발 벗고 나섰다.
실제로 유실되거나 전파된 38세대와 반파된 37세대, 침수 피해를 입은 241세대의 주민에게 25억여 원을 지원해 집을 새로 짓거나 집을 복구했고, 수마가 휩쓸고 간 백운면을 비롯한 17개 읍·면 578ha의 농경지도 복구를 완료했다.
산사태가 발생해 산이 무너지고 임도가 유실된 13개 임도 80㏊면적의 임야도 복구를 완료했다. 문제가 된 제천~영월간 철도복구에도 17억여원을 투입해 복구를 완료함으로서 주민들 통행불편을 완전 해소했다. 특히, 당시 폭우로 시설이 매몰되고 축구장이 침수되는 등의 피해로 폐장된 제천 축구센터에 68억원을 투입해 지난 2월 복구를 완료했다.
축구장은 마치 천연 잔디 구장에서 뛰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됐으며, 경기장 4면 주변 펜스 전면에 충격흡수 안전 패딩 매트를 시공해 선수들의 부상도 방지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개선했다.
또한, 컨테이너로 쓰던 경기 운영실을 연면적 120㎡에 2층 규모로 정비해 경기 운영실 및 선수대기실도 마련했다. 제천시에서는 복구를 완료한 축구센터에 다수의 경기를 유치함으로써 지역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민들도 수해복구에 적극 참여했다.
제천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89개 단체 8,600여명이 달려와 피해복구에 전념했다.
대한적십자봉사회 제천지구협의회를 비롯한 제천시 자원봉사센터, 제천시 지역자율방재단, 제천시 새마을협의회 등 수십여개 봉사단체들이 읍면별로 흩어져 수재민의 고통을 달랬다.
이들은 침수지역 토사 처리 및 배수로 정비, 침수된 주택의 토사 제거 및 물에 젖은 가재도구 정리로 구슬땀을 흘렸다.
자원봉사센터는 구역을 봉양읍 일원의 마을을 찾아 침수된 주택 복구와 옷가지등 세탁물을 수거해 세탁봉사를 펼쳤다. 제천지역 군부대 장병들도 발 벗고 나서 수해복구를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었다.
발길은 타 지역에서도 이어져 인접한 충북 청주, 괴산, 보은, 강원도 영월, 증평과 충북 서울, 경북 대구에서도 이어졌고, 고액의 수재의 연금도 답지해 수재민들의 아픈 상처를 달랬다.


노력 흔적 곳곳에 역력 ... 깔끔한 마무리 필요
수마가 제천시를 할퀴고 간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제천시는 수해복구를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전체 570건의 공공피해 시설 중 564건을 복구 완료해 98.9%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제천시 곳곳에는 수해의 상처가 남아있다.
제천시 명지동의 못주골저수지 복구사업이 현재 진행형이며, 제천시에서 봉양읍 구곡리에 이르는 명지천재해복구사업도 완공을 서두르고 있다.
신속한 복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착공이 늦어져 지난 해 부터 본격적인 시공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명지동 목골저수지 복구사업은 둑이 무너져 아랫마을 명지동 수곡1리와 수곡2리의 집 3채가 침수되어 완파되거나 반파됐고 50여ha의 농지가 피해를 입었다.
가옥 침수피해를 본 권일동(69)씨는 “집에 물이 들어 집은 물론 전자제품, 옷가지 등 수천만원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그것만 해도 7~8천만 원은 되는데 1,400만원의 피해 보상금과 200만원의 수해 위로금을 합해 1,600만 원을 받은 것이 전부”라고 했다.
권 씨는 어쩔 수 없이 그 집을 허물고 집을 다시 짓고 가전제품 등을 들이는데 2억여 원을 들여야 했다. 정부가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보상을 한 것은 피해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피해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이 마을에서 큰길로 나가면 구복리앞 도로변의 소하천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 공사로 도로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도 “도로 곳곳이 공사중이라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며 “어서 빨리 공사가 마무리되어 편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이명호 적십자 제천지구협의회장은 “오랫동안 적십자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전국 곳곳의 재난현장을 다녀왔지만 정말 우리 제천에서 그런 피해를 입을 줄은 몰랐다”며 “어쨋든 수마를 잘 이겨낸 만큼 수해로 입은 상처를 말끔히 치유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자연 치유도시 제천시민들이 2020년 수마를 잊고 ‘새로운 경제도시 제천’으로 나날이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나기홍 ·김인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