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비, 잃어버린 꿈 … 섬진강 제방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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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비, 잃어버린 꿈 … 섬진강 제방 붕괴
  • 보은신문
  • 승인 2022.10.1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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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 잊을 수 없는 뼈아픈 재난현장 그 명암

글 싣는 순서
1. 화마가 휩쓸고 간 울진군 … 그 고통은 지금도 
2. 국민이 살린 서해의 기적 … 태안 기름유출사고 
3. 쏟아진 비, 잃어버린 꿈 … 섬진강 제방 붕괴
4. 뚫린 하늘, 처참한 물폭탄 … 제천시 폭우피해
5. 어찌 잊으랴 그날의 악몽 … 1980년 보은수해


 21세기를 출발한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세계 곳곳은 현재도 외침, 내부 분열 등으로 인한 전쟁, 질병, 풍·수해, 화재, 가난 등의 고통 속에 살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난민들은 오갈 곳 없이 눈물과 고통으로 세계 곳곳을 떠돌고 있으며, 지진, 화재, 수해, 태풍피해 등으로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동해안 산불로 자연이 훼손되고 재산을 불태운 재난사태가 발생했고 이전에도 2008년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2020년 발생한 섬진강 수해, 같은 해에 발생한 충북 제천 수해 등 전국 곳곳의 재난현장을 찾아 뼈아픈 고통을 이겨내고 발전해 가는 모습을 취재·보도함으로서 재난을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물에 잠긴 구례읍.
물에 잠긴 구례읍.

 

  자연으로 가는 길 끊어버린 악몽의 전남 구례 수해
  2년 전인 2020년 8월 7일과 8일, 이틀간 국립공원 지리산을 자랑하는 전남 구례군일대에 평균 400㎜에 달하는 비가 쏟아져 내렸다. 
 이 비로 구례읍을 관통해 흘러가는 섬진강 물이 역류해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구례읍으로 흘러들어 상가, 주택, 농지, 우사 등을 쓸고 내려갔다.
 이 사고로 구례읍, 문척면 등 섬진강 인근 5개 읍·면은 무려 2층 높이의 주택까지 물에 잠기는 수위를 기록했다.
 마을 마을마다 물에 잠기지 않은 집이 없었다. 무려 746세대의 주택이 물에 잠겨 114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3.1km에 이르는 제방이 무너지고 650m의 도로, 도로인근의 수문 및 권양기, 699ha의 농경지 및 시가지를 수마가 휩쓸고 내려갔다.
 지역 곳곳의 축사도 물에 잠겨 무려 15,950마리의 가축이 물에 떠내려갔고, 이로 인해 입은 구례군의 재산피해는 무려 1807억원에 달했다.
 상가 곳곳의 옷가게, 식당, 정육점, 마트, 전자업소, 문구점, 농약사 등 수많은 업소에 들어있던 각종 상품도 모두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구례군과 주민들은 수해복구를 위해 분골쇄신했으나 수마가 할퀴고 간 구례읍 시가지는 물론, 구례읍 봉동리, 마선면 광평리, 토지면 파도리, 문척면 월평마을, 문덕면 죽마리, 서민강 어루생태관, 간천면 간문리 주민들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당시 수해로 기름유출도 빌생했다.
물에 잠긴 지역 곳곳의 기름 탱크에서 기름이 흘러나와 침수지역의 농경지를 덮쳤다.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를 방불케 하는 악몽이었다.

 

물에 잠긴 구례읍 시가지.
시가지에서 수재민을 구조하고 있는 모습.

수해의 고통, 이를 달래는 자원봉사 행렬
 수마가 휩쓸어 주민들이 고통속에 헤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모여들었다.
 순천대학교, 전남·경북·대구청년 CEO 협회, 거제시 공무원, 여수시 사회단체 및 공무원, 경주시, 남해군자원봉사단, 해남군 의용소방대연합회 및 적십자봉사회 등 전국 곳곳에서 달려와 수해 피해지역 곳곳을 누비며 소 돼지 등 가축 사체, 물에 젖어 못 쓰게 된 연탄, 각종 옷가지, 갖가지 생활용품, 전자제품, 서적 등을 치우느라 진땀을 흘렸다.
 실제로, 땅끝마을 해남군에서는 해남군의용소방대연합회 82명의 회원들이 비가 그친지 불과 3일 후인 2020년 8월 11일, 구례군 지역 수해 피해지역을 찾아 수해를 입어 넋을 잃고 있는 민가의 곳곳을 깨끗이 청소하며 의기를 불어 넣어줬다. 
 적십자봉사회에서는 급식지원 장비를 총동원해 수해복구를 위해 땀 흘리는 지역주민과 봉사자들에게 식사를 지원했고, 해남군 체육회에서도 구례읍을 찾아 침수된 각종 체육시설을 복구했다.
 구례군에서도 수해복구에 발벗고 나서 유실된 도로, 무너진 하천제방, 상수도, 하수도, 산사태 보구, 각종 문화 관광 체육시설, 폐기물 처리장 등을 복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붕괴된 제방, 마을 상하수도, 임시주택, 조명시설 등의 복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구례군에서는 1,700억 원 규모의 지구단위종합복구사업을 통해 항구적으로 홍수피해를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물에 잠긴 양정뜰.
물을 피해 지붕으로 올라간 소.

수마가 휩쓸고 간 구례군, 민·관 갈등 찾아와 
  구례군에서는 주택 침수피해 주민을 위해 19억64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데 그쳤다.
주택이 전파한 양정마을, 구성마을, 냉천마을 등 37세대에 5억9200만원, 집이 전파된 37세대에 5억9000만원을 지급했고, 반파한 5세대에 4000만원, 침수피해를 입은 669세대에 13억3200만원을 지급하고 고통을 달랬다. 
그러나, 이 금액은 그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다. 주민들은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집 한 채에 16000만 원 밖에 안된단 말이냐”며 “그 돈 가지고는 콘테이너식 집밖에 짓지 못한다”며 “집안에 있던 TV, 냉장고, 세탁기, 김치냉장고, 노트북, 에어콘 등 갖가지 전자제품 만해도 그 돈보다 많다”고 주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는 것이 양점마을 전용주(58) 이장의 말이다.
이어 “손해사정인이 평가한 나의 손실은 1억2000만원인데 실제로 받은 금액은 3500만원에 불과했다”며 “정말 이 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앞이 캄캄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전용주 이장에 따르면 군청과 불과 500여m 인근에 있는 이 마을에 섬진강 물이 역류하면서 마을이 물에 잠겨 한우농가에서 키우던 1500여마리의 소가 물에 잠기거나 떠내려가거나 폐사하고 213두만 건져내는 피해를 입었다.
 그렇게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보상금은 20%가량에 불과해  송아지한마리에 100만원의 보상금이 전부였다. 송아지든 큰소든 평가금액의 20%에도 못미쳤다.
 보다 중요한 것은 섬진강 수위조절을 제때 하지 못해 침수피해를 발생하게 한 한국수자원공사의 책임 회피다.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지사와 영산강홍수통제소는 수해가 발생하기 전 섬진강댐의 방류량을 불과 1시간 30분 간격으로 두차례에 거쳐 5~10배 방류하면서 방류사실을 방류 직전에 구례군에 알린 수해의 진범이다.
 

무너진 둑을 복구하고 있는 모습.
물에 잠겼던 구례교.

섬진강댐의 급작스런 방류가 수몰의 원인임에도 수해원인을 섬진강 지류인 구례읍을 지나는 서시천 제방이 붕괴되면서 홍수가 발생했다고 우기며 서시천과 섬진강 본류의 제방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한국수자원공사의 계획에 구례군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섬진강 제방둑을 높이기 위해 구)문척교를 철거할 경우 이 다리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먼 거리를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구)문척교 보존을 위한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곳곳에 “50년 역사의 다리, 부모님의 피와 땀의 다리,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구)문척교 철거 저지에 나섰다.
 50년전에 놓인 구)문척교는 섬진강 사이로 나눠진 구례읍과 섬이었던 문척면과 간전면을 이어 10개 마을 725가구 1293명이 이 다리를 이용한 다리로 50년간 수많은 주민들이 구례읍을 오고 갔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오랜 추억이 담긴 이 지역의 상징물이다. 
이로 인해 다수의 주민들은 문척교 철거를 반대하고 있지만, 철거에 동의하는 군과 일부 주민들은 묵묵히 한국수자원공사의 계획에 따르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2년여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 아물지 않은 섬진강 제방 붕괴사고, 어서 빨리 그 상처를 치유하고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의 앞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나기홍 ·김인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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