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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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수렁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22.10.1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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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이틀간 주적주적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옛날에는 겨울 양식과 온돌땔감 등을 챙기기에 한창 분주해지는 때다. 요즈음은 끼니를 굶는 사람들은 없어졌지만 썩어문드러진 진보적(?) 왕조체제에서 사는 북한 주민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한 걱정일 게다.
이런 생활과 관련한 고민과 달리 쓸데없는 고민의 수렁 속에서 허둥대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만큼 고민도 많다. 친구간 불화, 가정사 문제, 애정문제, 취직이나 승진문제 등등 누구나 하나 이상의 고민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저는 고민의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내 젊을 시절, 군복무기간에 신병으로 한동안 병원생활을 한 때가 있었다. 병원에서는 할 일이 없고 그저 책 읽는 일 밖에 없었다. 그때 읽은 책 하나가 데일 카아네기가 쓴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이라는 책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나의 허튼 고민을 제거해주는 귀감이 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자기가 고민의 수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고민으로 머리가 아파 죽겠다고 말한다. 그럴 때는, 내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하고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그 두 가지가 확실해졌으면 그 다음에는 모든 해결방안을 나열해 적어보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그들 해결방안 중에서 가능한 최적방안을 찾는 일이다. 다만 내 능력 범위를 벗어난 대안은 최적방안이 될 수가 없다. 선택이 되었으면 지체 없이 실행하는 것이다. 실행 중에 또다시 망설이고 고민하는 짓은 원위치로 되돌아가는 일이니 결코 그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말로하면 쉽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알고 있다. 결국 현명하고 신중하게 선택하고 선택된 대안은 강력하게 실천하는 것이 해결책인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정치판이 고민의 판이 되어 무척 시끄럽다. 정권이 바뀌면서 그간 뭉개고 덮었던 사건들이 들춰지면서 치부가 들어난 정치세력과 정치인들은 정치적 탄압이라면서 범죄수사와 감사에 항거 내지 협박을 가하고 있다. 수사하여 죄가 있으면 벌을 받을 것이고 그래서 모든 세상사가 사필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기 범죄행위를 ‘방탄쪼끼’로 막고 덮으려고 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런 자들은 지은 죄대로 죄의 값을 받으면 될 뿐 고민에 도움을 주어 같은 범죄꾼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착하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의 고민해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는데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을 때 고민을 하고 자꾸 고민 하다보면 머리가 띵해지면서 도대체 내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모를 때가 있다. 이정도가 되면 고민의 수렁 속에 빠진 것이다. 그럴 때는 자기 몸을 빠져나와서 공중에 붕 뜬채로 저 아래에서 고민하고 있는 초라한 자신을 내려 보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아무 일도 아니며 그런 자신이 불쌍하게 보일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더 큰 세상을 보라. 그러면 당신의 고민이란 것이 개미대가리의 큰 고민을 느낄 것이다. 소동파의 시 한수가 생각난다.
  “橫看成嶺 側成峯(횡간성령 측성봉)이요, 遠近高低 無一同(원근고저 무일동)이라, 不識盧山 眞面目(부식노산 진면목)은, 在此山中(지연신재 차산중)”이라” (옆에서 보면 하나로 이어진 산들이/ 곁에서 보면 따로 떨어진 봉우리이니/ 멀리서 봐도 가까이 봐도 틀리고/ 높낮이로 봐도 어느것 하나 같지 않네/ 여산의 산등이 여러 모습을 들어내도/ 그 참모습을 알지 못하는 것은/ 바로 내 몸이 그 산속에 있어/ 전부를 한눈에 보지 못함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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