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다른 먹거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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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다른 먹거리 세상
  • 양승윤(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2.07.14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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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통계로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음식물 쓰레기가 15,000톤이나 된다. 이 숫자는 같은 해 전체 생활 쓰레기 45,000톤의 1/3에 해당된다. 한 사람이 쏟아내는 음식 쓰레기가 매년 130킬로나 된다는 계산인데, 보은군에서 공급받는 15킬로들이 퇴비 9포대를 쌓아 놓은 것과 같다. 이 음식물 쓰레기의 매립이나 소각에도 연간 8,000억에서 1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미국과 유럽국가의 평균치인 95-115킬로보다 훨씬 많다. 반찬을 다양하게 늘어놓고 먹는 한국인들의 오랜 식문화 때문이다. 
   이슬람 사회의 식단은 단출하다. 밥이나 빵이 주식이고, 굽거나 튀긴 염소고기나 닭고기가 몇 토막 나오고 국물이 자박자박한 야채볶음이 전부다. 야채볶음에는 더러 생선이 들어간다. 이슬람사회 음식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짐승을 도살할 때 할랄(halal)이라는 의식을 행한다는 것이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서 산 짐승을 도살한다며 신께 고(告)하고 감사드리는 기도문을 암송하고 나서, 도축되는 짐승의 기도와 식도를 순식간에 베어 죽는 고통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는 의식이다. 음식점에도 판매용 식품에도 할랄했다는 표시가 있게 마련이다. 이슬람 지역으로 수출하는 식재료와 약제품에까지 할랄 표시가 필수적이다.
   중동 이슬람 지역은 거의 모두 사막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염소와 양을 많이 키우지만 물고기는 가물에 콩 나듯 볼 수 있다. 지중해나 홍해 같은 해양을 끼고 있는 이슬람국가에서나 물고기를 먹는다. 이들이 식용하는 물고기는 너무 크거나 작지 않고, 비늘이 덮혀 있고 지느러미가 뚜렷한 물고기로 어류도감(魚類圖鑑) 앞쪽에 나오는 종류들이다. 문어나 낙지와 쭈꾸미, 갈치나 뱀장어, 해삼이나 멍게 같은 해산물은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도들의 혐오 대상이다. 예외적으로 오징어를 먹는 곳이 있기는 있다. 채식주의자들이 온전하게 채식만을 고집하기도 하지만, 달걀 흰자는 먹어도 되고, 노른자까지도 괜찮고, 더러는 닭고기까지는 먹어도 된다고 주장하는 채식주의자들이 있는 것과 같다. 
   중동 보다 신앙심이 깊고 이슬람 계율을 더욱 신실하게 지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있다. 중앙아시아다. 중앙아시아는 일반적으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메니스탄 등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의 5개 이슬람공화국을 지칭한다. 이들 국가명 끝에 붙는 ‘스탄’은 페르시아어로 ‘(누구)의 땅’이라는 의미다. 이곳 중앙부에 위치한 카스피해는 세계 최대의 내륙호수로 37만 평방킬로나 된다.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카자흐스탄이 카스피해 연안을 가장 많이 접하고 있다. 이 나라는 국토면적 272만 평방킬로로 한반도의 12배, 인구는 1900만(2021년)이고, 고려인 10만 명이 산다. 
   오래전에 국제이슬람세미나를 주재한 적이 있다. 동남아의 이슬람학자들이 제일 많이 참가하였는데, 먼 카자흐스탄에서 40대 젊은 학자들이 4명이나 찾아왔다. 예산이 부족하여, 학교 숙소를 이용하고, 구내식당에서 만찬을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사례비가 적은듯하여 조금이라도 더 드릴 요량이었다. 주방장을 찾아가 식대 예산을 알려주고 잘 부탁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세미나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어져서, 모두들 시장기가 역력했다. 세미나가 종료된 뒤에도 필자는 질문자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세미나가 끝난 분들은 얼른 식당으로 올라가서 먼저 식사를 하시라고 안내를 했다. 
   한참 후에 식당에 도착하였는데, 다행히 모두들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반찬을 보니 돼지고기 두루치기, 갈치구이, 낚지볶음 등 무슬림들에게는 절대 대접해서 안되는 메뉴 일색이었다. 앞이 캄캄했다. 이들이 귀국한 후 한국에 가서 음식으로 모욕을 당했다고 학교 당국에 신고를 하면, 학교는 교육부로 항의를 하고 교육부에서는 외무부로 항의할 것이 뻔했다. 이를 우리 외무부가 통보받아서 교육부로 이첩하고 교육부에서 우리 학교로 공문을 보내면서 해당자를 엄중조처하라고 하면, 나는 영락없이 중징계감이었다. 사색이 되어 덜덜 떨며 전후 사정을 설명하며 사죄를 하자, 카자흐스탄국립대 부총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마세요. 우리는 나무뿌리던지 풀뿌리던지 먹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먹습니다. 카스피해에서 잡은 물고기가 1.8미터를 넘으면 꼭 할랄을 해야 하지만요. 얼마 전까지도 한겨울에는 굶어 죽는 노인들이 꽤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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