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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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치
  • 양승윤(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2.06.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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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향해서 요 몇 년 동안 가장 공들이는 것은 블루베리 가꾸기다. 손자들이 모두 좋아해서다. 북미 원산의 이 열매는 얼마 전에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의 으뜸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짙은 하늘색, 붉은 갈색, 검정색 등 세 가지 색깔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 있는 것은 짙은 하늘색이다. 엄지손톱을 세워 새끼손가락 끝마디를 가운데쯤 짚으면 위로 남는 것이 블루베리 크기다. 물이 잘 빠지는 땅에 심고 물을 많이 주어야 한다. 처음에 스무 그루를 심고 솔잎을 긁어다가 나무 밑에 푹신하게 깔았다. 잡초 억제 효과가 있고 토양표면 관리에도 좋다고 해서다. 그동안 여러 그루가 고사했고, 제법 열매가 열리는 다섯 그루가 남았다. 블루베리는 칠월 한 달이 수확기다. 유월 중순께부터 시작해서 팔월 초순까지 딴다. 달고 맛있다. 냉동 보관하여 먹어도 좋다. 뱉어낼 씨도 없다. 그래서 잼 만들기도 쉽다. 자두나 딸기 같은 열매와 섞어 만들어도 맛있다.  
   블루베리가 열매를 맺어 한두 개씩 익기 시작하면 물까치와 한바탕 전쟁을 해야 한다. 대청호변의 우리 집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유독 물까치들이 많다. 서둘러서 새 방지망을 쳐야 한다. 물까치는 도시의 일반 까치와는 다르다. 부리에서 꼬리까지 길이는 35센티쯤 되고 꼬리가 길다. 15센티가량이다. 머리는 검은색, 등은 회색, 날개와 꼬리는 푸른색이다. 이들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떼로 몰려다닌다는 것이다. 그래선가 ‘숲속의 조폭’이라는 별칭도 있다. 때때로 히치콕의 공포영화 ‘새’를 연상케 한다. 숫자를 헤아리기는 조심스럽지만, 수 초 동안 시야를 가리는 경험을 몇 차례 했다. 또 매우 공격적이어서 맹금류에 속하는 새매가 물까치 떼를 피해 높이 날아 도망치는 광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전면에서는 공격하지 않지만, 뒤쪽에서 머리나 어깨를 스치고 달아나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누벨칼레도니(Nouvelle Caledonie)라는 프랑스령 남태평양 섬나라가 있다. 지난 2018년 7월 31일자 뉴질랜드헤럴드 보도에 의하면, 유독 머리 부분이 큰 이 섬의 까마귀는 식물의 잎이나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서 매우 복잡한 먹이 사냥을 쉽게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집 블루베리를 목표로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물까치들의 작업과정도 사뭇 놀랍다.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내려앉아 그물망이 블루베리 나무 꼭대기까지 늘어지게 해서 망 밖에서 목표물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이다. 더욱 놀라운 광경은 여러 마리가 그물망 옆부분에 아래위로 달라붙어 틈새를 벌리고, 한 마리가 그물망 안으로 침입하여 목표물을 망 밖의 동료들에게 물어 나른다. 사람이 쫓아오면, 금방 알아채고 보초병들이 ‘게이 게이’하고 목청을 높인다. 즉시 틈새가 다시 벌어지고 일꾼은 그 사이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까치는 보통 까치와 물까치, 산까치(어치), 때까치 등 네 종류가 있다고 한다. 낙향 초기에는 문제의 물까치가 산까치겠거니 했다. 주로 산속 대나무 숲에 살기 때문이다. 얼마 후 여러 자료에서 물까치로 확인되었는데, 물(대청호)가에 산다고 물까치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졌다. 모양새는 여타의 까치 종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머리 부분이 까만 것을 빼고 물까치는 검정이나 짙은 남색의 까치와는 달리 연보라색이거나 대청호에 비친 하늘 색깔처럼 푸른 빛깔이다.   
   산촌에 살면서 빠른 환경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청설모가 사라졌다. 그 많던 호두나무와 잣나무를 홧김에 모두 베어버릴 만큼 극성스러웠던 청설모다. 호두와 잣을 한 톨도 남겨놓지 않고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쥐가 없고 흔하던 산토끼도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에 고라니가 엄청나게 불어났고, 두더지가 극성이다. 블루베리 솔잎 밑에도, 고추밭에도, 고구마밭에도 두더지 굴 천지다. 풀밭에 숨은 살찐 지렁이가 바로 이놈들의 먹잇감이다. 들고양이의 개체 수가 늘어났고 야성이 강해진 것 같다. 새벽 버스 승객들의 얘기로는 어느 동네 새끼강아지를 고양이들이 물어갔다고 해서 소름이 돋았다. 참새가 크게 줄어들었다. 벼농사가 줄어든 까닭일까. 그 대신 참새보다 작고 깃털이 까만 삐삣(pipit)이 자주 눈에 띈다. 인도네시아에서 날아온 것 같다. 머지않아 물까치가 한 항렬(行列) 위인 까마귀와 사촌인 까치 종류를 제치고 텃새의 우두머리로 자리 잡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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