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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22.06.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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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방 아주머니에게 전화가 왔다고 “아주머니, 전나(전화)왔어요” 해놓고 낄낄거리던 젊은 시절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전화는 의사소통의 전달매체로 생활풍속도는 물론 세상을 확 바꾸어 놓았다. 모든 것이 전화 한통화로 다 끝난다. 언젠가 장애인학교 여자선생님이 “불편한 점도 많아요. 청각장애자들이 운동장에 있을 때는 소리를 질러도 듣지를 못하니 일부러 애 있는데 까지 가서 데려와야 해요.” 하는 말을 들은바 있다.
전화가 없던 시절에 지인의 소식을 알기 위해서는 집에 직접 찾아가는 일 밖에 없으니 서로 유사점이 있는 것 같다. 전화사정이 좋지 않던 옛날에는 전화가 있는 옆집을 통하여 진척, 지인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럴 때마다 옆집 아주머니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전화가설 신청을 해놓고 보통 2-3년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기존의 가정집 전화는 “백색전화”라 하여 재산목록에도 들어갔고 전화상에서는 그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오래 기다려 가설되는 전화는 “청색전화”라고 해서 매매가 금지되었다. 나도 큰돈을 들여서 백색전화를 1대 사서 전농동에 있는 다방에 월세로 세를 놓아서 매월 받아 챙기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 난다.
그후 통신기술은 더욱 발전하여 “육상이동무선국” 전화라고 해서 어른 주먹으로 한주먹이나 되는 묵직한 쇠뭉터기 전화가 나왔다. 시설비와 차에 장착하는 비용을 합쳐서 그 당시 돈으로 약 300만원 조금 못되게 들어간 큰돈이었다. 그걸 자동차에 달고 다니며 동승한 친구들에게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조그만 장난감 같은 핸드폰을 초등생도 가지고 다니니 목하 핸드폰시대다.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받을 수 있고, 사진, 영화보기, 맛집 찾기, 일기예보, 길찾기 기능까지 갖추었으니 휴대폰은 만능의 충복을 데리고 다니는 것과 같이 신체의 일부가 되어있다. 이제는 방수기능까지 더하여 젊은이들의 몸에 붙어서 목욕탕에 까지 침입해왔다. 모두들 벌거벗고 있는 목욕탕 안에서 “저거로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생각하니 별것도 아닌 쭈그러진 몸이 몰래 찍힐까봐서 괜히 부끄러워진다. 공중 목욕탕에서 휴대폰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
한편, 핸드폰을 잘못 사용하면 중국에 근거지를 둔 북한군 컴퓨터 사기단에게 금융재산을 몽땅 털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런 마수가 나에게까지도 몇 번 뻗혀왔었다. 핸드폰이 자꾸 울리는데 가방 속 어느 구석에 있는지 찾다가 받는 순간 끊어지는 수가 있다. 모르는 번호다. 궁금해서 걸어보니 역시 보험선전이거나 “빠바바 빵! 귀하는 ×××에 당선되었습니다.”하면서 당첨금을 드리기 전에 신원조회를 해야 한다면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사기전화였다. 그런 낚시꾼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서 묘안을 생각해냈다. 사기성 있는 전화는 “사기꾼”이라고 이름을 입력을 시키는 것이었다. “사기꾼1”, “사기꾼2”... 이런 식으로 등록한 후 처음은 좋았다. 그리고 핸즈프리 기능도 설치했다. 어느날 차안에 점잖은 분들이 동승해 있을 때였다. “따르릉”하고 전화벨이 울리고 스피카에서 또박또박한 말로 “0, 1, 0, 3, 4, 5, 6, ... 사기꾼 전화왔습니다.” 하는 멘트가 울렸다. 이런 챙피. 그들 보기가 민망했다. 나를 뭐라고 알겠는가? 친구 중에 사기꾼이 있거나 아니면 내가 친구를 사기꾼으로 매도하는 사람인가? 뭐, 전화와 관련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보지만 전화는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는 수단이다.
수신하는 태도와 음성으로 성격과 나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누구나 늙어갈수록 행동이 굼뜨고 전화도 늦게 받는다. 전화를 빨리 받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부모님들은 핸드폰을 옆에 두고 자식 손자들이 전화오기를 기다린다. 외로운 부모님을 위하여 전화 한 통화라도 해드리는 것이 21세기식 작은 효도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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