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더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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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더께
  • 오계자 (보은예총 회장)
  • 승인 2022.01.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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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의 상징 거북은 늙어갈수록 위엄이 더해가고, 수백 년을 살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 늙어가면서 오히려 위용스럽다. 연세가 많을수록 소나무는 용맹스럽고 위풍당당하며 품위와 장엄함을 더 멋스럽게 풍긴다. 나는 늘 그런 모습에 반해 소나무를 좋아하고 솔버덩을 찾는 습관이 있다. 내 흰 머리카락과 주름이 품위로 표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감히 소나무를 닮고 싶어 한다. 사람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다. 나는 늘 주변의 지인들에게 늙어도 품위만은 잃지 말자고 한다.
가수 노사연이 부른 노래 중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라는 부분을 내가 아주 싫어한다. 늙는다는 단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왜 늙어가는 것이 아닌가. 늙어간다는 것은 제대로 익어간다는 의미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다.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풍모가 초췌해 지게 되지만, 내 뜻은 그 변화를 소나무처럼 위풍당당하게 위용을 지키는 쪽으로 노력하자는 것이다. 물론 그러자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자기계발에 그 정도는 노력해야 되는 거 아닐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늙어가면서 스스로 북어껍질 오그라들 듯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난들 별수 있으랴만 적어도 나는 스스로 움츠리지는 않으리라. 스스로 내 삶의 활력을 놓지는 않으리라고 맘먹었다.
그래서 시간활용을 최대한 쪼개서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한편은 즐기려고 한다.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내가 역마살이 아주 풍성하단다. 어쩌랴 사주팔자대로 살아야지. 웬수같은 바이러스 때문에 목적지 탐사와 일행의 주변 건강상태까지 철저한 탐색이 끝나면 방역지침에 어긋남 없는 길을 떠난다.
그렇게 이쪽저쪽 바쁜 여름휴가를 끝낼 무렵이다. “애구 이젠 구들더께여, 모든 게 다 귀찮아.” 하면서 짐을 꾸리다 말고 숙소 소파에 벌러덩 더러 눕는 일행을 보며 화가 났다. 내가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단어가 구들더께다. 나와 또래인데 저런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는 것이 화가 났다. “일어날 때 앉을 때 꼭 그렇게 신음소리를 내고, 스스로 구들더께가 되면 몸이 더 편안해져?” 듣기 싫어할 것을 알면서 언짢게 해버렸다. 저절로 나온단다. 그렇다면 습관이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습관도 다르지만 내 경험으로는 신음소리 내는 것이 더 힘들다. 더군다나 구들더께라는 단어는 사전적 해석은 구들에 겹겹이 앉은 때를 말하지만 늙었거나 병이 들어 방안에만 있는 사람을 놀림조로 하는 말이다. 그 놀림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한가. 누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한다면 자신의 삶에 활기를 놓지 않는 다는 것이 나만을 위함인지 사랑하는 가족도 위함인지 알게 될 게다.
오래전이다. 아들의 갑근세 계산 과정에서 내 이름이 보호자가 아닌 부양가족으로 바뀌어있다는 사실을 보았을 때 뒷방으로 밀려난 느낌이랄까 만감이 오가는 과정을 겪으며 깊이 생각해봤다.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조용히 자식만 바라본다면 자식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무거울까 싶었다. 자식이 힘든 일이 생겼을 때도 앞에 앉아 고개 떨구는 것 보다는 무관심 한 척 해주고 뒤에서 정성껏 기도 하는 것이 부양가족 세대가 할 일인 것 같다. 가족을 위해 기도하며 내 삶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운동하며 나의 氣를 내가 살린다. 말로만 자식 위하는 것처럼 말고 제대로 자식을 위한다면 자식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지. 우리는 이제 스스로 건강 챙기는 것이 재산 물려주는 것 보다 중요하다. 부모가 구들더께 되는 것은 자식에게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다. 그래서 내게는 단어조차 접근금지다.
젊은이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오늘 내가 주장하는 내용은 어른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잘 잡아야 된다. 노후에 함께할 건강과 영혼의 벗을 젊을 때 잘 챙겨서 함께 해야 된다. 노후대책은 경제적으로만 생각하면 불행이 온다. 경제보다 마음 붙일 벗이 더 중요하다. 주로 그 벗을 악기로 선택하는 분이 많은 것은 좋은 현상이다. 내 맘 벗은 대금이다.
구들더께라는 단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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