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나는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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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 나는 장
  • 김옥란
  • 승인 2021.11.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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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잘 담아야 한다. 잘 담은 장은 가족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한다. 그래서 장은 중요하다. 아주 중요하다.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백번 말해도 중요하다.
사람은 몸이라는 집을 가지고 있다. 그 몸집 안에 장이 있다. 이름하여 간장, 심장, 신장, 위장, 비장, 췌장, 대장이 있다. 이 고마운 장들은 나대지 않고 묵묵하고 겸손하고 성실하고 우직하게 자기 일을 한다. 그들은 교만함도 오만함도 다툼도 모른다. 그냥 바보처럼 묵묵히 제 할 일을 열정을 가지고 한다. 그들이 고맙고 존경스럽다.
사람은 가정이라 불리는 집을 가지고 있다. 그 가정 안에 장이 있다.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이다. 옹기 단지와 항아리 안에 담겨 있는 그 장들은 나대지도 않고 설치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고 가만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숙성하여 가족들을 위해 충성하고 헌신한다. 그렇게 그 장들은 자신을 발효시켜서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한다. 그 장들은 물과 공기처럼 자신들이 소중하게 쓰여졌다는 사실에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묵묵히 침묵한다. 그들이 고맙고 존경스럽다.
우리는 지금 축제 속에 있다. ‘김장 축제’이다. 김장이 무슨 축제냐고? “한국의 김장은 축제입니다.” 이것은 30년 전, 내가 신문사 다닐 때 만난 어느 외국인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그때 나는 ‘아! 김장이라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과 풍습이 외국인들에게 축제로 비춰지는구나!’ 하고 몹시 감동했다. 그 순간부터 나도 김장을 축제로 여긴다. 김장은 축제이다. 장 축제이다. 사실 우리네 김장은 배추나 무를 겨우내 먹기 위해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낸 슬기로운 발명품이다. 여기에 우리의 현대기술이 김치냉장고를 만들어내어 이 김장김치는 1년 내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축제가 1년 동안 계속되는 것이다.
김장을 축제처럼 만들려고 배추, 무, 파, 마늘, 생강, 갓, 고춧가루, 양파, 새우젓은 싸우지 않고 서로서로 소통하고 화합한다. 그들이 고맙고 존경스럽다.
장 중의 중요한 장은 ‘보은(報恩)’의 장, 그리고 ‘대~한민국’의 장이다. ‘보은’이라는 가족과 ‘대~한민국’이라는 대가족의 밥맛 나는 삶을 위해 잘 발효되고 숙성된 장이 만들어져 나와야 한다. 어떠한 하나의 맛이 아닌, 어우러져 빚어내는 잘 발효된 맛의 장이 만들어져 나오길 바란다.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우리 고을 장인들께 뜨거운 감사와 존경과 응원과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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