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노루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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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노루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
  • 보은신문
  • 승인 1997.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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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대량 사육에 성공 강덕식씨(마로면 소여리)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습니다」마로면 소여리에 가면 「충북덕산야생농장」이라는 문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전국에서 야생노루라고 지칭되는 고라니가 가장 많이 사육되고 있는 강덕식씨의 농장이다. 강씨와 고라니의 인연은 소설과 같다. 넉넉하지 못한 5형제의 맏이로 태어난 강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가장이 되어야 했다. 13살이 나이에 강씨는 친척분이 운영하는 방앗간에서 쌀가마를 날라야 했고 한참 성장해야 할 나이에 그에게 쌀가마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 되었다.

작은 체구를 하고 쌀가마를 나르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동네 아저씨의 소개로 당시 마로면 소여리에 소재한 탄광에서 기계를 만지는 일을 한것이 그의 두번째 직장이었다. 방앗간보다 일이 힘들지 않아 강씨는 부지런히 일을 배우고 당시 월급 2만5천원으로 일곱식구를 책임져야 할 가정노릇을 해야 했다. 형편이 어려워서 열심히 일만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기술을 배우던 18살때 탄광에서는 그에게 공무반장을 맡겼고 당시 강씨에게는 일곱식구와 단칸방을 면할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 것이 그의 작은 소망이었다.

강씨의 이러한 작은 소망을 동네 이웃들은 외면하지 않았고 지금 그가 살고 있는 집이 바로 그때 구입한 집이다. 당시 터는 강씨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내집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남부러울것이 없었다. 생황에 여유가 생길 무렵 소여 탄광이 폐쇄되면서 강씨의 어려움은 다시 살아났다. 다행히 두번째로 어려운 시기를 만났을때는 강씨는 혼자가 아니었다. 한 동네에서 같이 성장해온 현재의 부인 염정숙씨를 만나게 되었고 나름대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마땅히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한 강씨로서는 부모님이 일구던 화전과 집앞 8백여평의 텃밭이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이었다. 하루는 강씨와 부인이 콩밭을 일구러 산밑에 있는 화전에 갔을 때 야생노루 새끼 두마리가 콩을 먹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자신들의 인기척에도 도망가지 않았던 야생노루를 집으로 데려와 강씨 부인의 모유를 먹이기도 하고 분유도 먹여 키우기 시작했다. 유난히 강씨의 부인을 잘따랐던 야생노루였기에 부인은 정성을 다해 키웠다.

그러나 야생으로 뛰어놀던 노루를 가둬놓는다는 것이 마음에 꺼려 이 두마리의 노루를 살려보내주었다. 노루를 놓아준후 강씨의 부인은 몸이 허약해 병원신세를 지게되었고 키우던 노루생각에 병세는 더욱 악화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TV에서 우연히 강씨 눈에 들어온것은 야생노루 고라니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탄광에서 일할 때 받은 퇴직금 7백만원을 털어 고라니 암놈 7마리, 숫놈 3마리를 구입했다. 처음엔 닭장을 개조해 고라니를 키웠고 고라니를 키우는 재미로 병세가 악화됐던 강씨 부이느이 병이 낫아가고 있었다.

고라니를 키운 경험이 있었던 강씨는 부부는 집앞 텃밭을 축사로 개조해 2년만에 100마리의 고라니를 번식시키게 되었고 96년 10월 주병덕 충북도지사의 도움으로 고라니 축사를 연구해 명실상부한 야생동물 농장을 세웠다. 현재 강씨는 고라니 101두를 비롯 멧돼지 41두, 사슴등을 사육하고 있으며 농장 한쪽에 건강원을 만들어 최근 대도시인들에게 인기있는 호박중탕을 주문판매하고 있다.

98년부터 본격적으로 고라니를 분양할 계획에 있는 강씨에게는 현재의 시설을 보완하고 자신이 연구끝에 개발한 멧돼지 사육장등을 확장할 계획에 있다. 강씨의 꾸준한 노력을 지켜본 마을주민들도 현재의 농장보다는 야산을 이용한 야생동물농장을 꾸며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부지도 마련중에 있지만 강씨의 힘만으로는 안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강씨는 현재의 농장 인근 야산을 이용한 전형적인 야생동물농장을 만들어 도시민들에게 체험할 수 있는 동물원을 조성할 계획에 자신의 힘만으로는 부족함을 알면서도 지역주민 전체가 잘살수 있는 복지농촌을 위해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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