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보다는 우리 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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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보다는 우리 옷입니다"
  • 보은신문
  • 승인 199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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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옷 입으며 신토불이 실천하는 김인각(35)씨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이 다시 한번 쳐다보는가하면 잘아는 지기들은 산에서 내려왔냐고 하면서 인사를 대신합니다」365일 언제나 우리 옷 한복을 입고 다니는 김인각(35)씨의 일성. 보은농고를 졸업하던 84년 김씨는 대도시로 취업하는 동료들과는 달리 농사를 짓겠다는 일념으로 전국 최연소 농어민후계자가 되어 영농에 정착하게 됐다. 80년 수해로 어려워진 집안살림을 일으켜 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영농의 현실은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젊은 나이에 김씨가 접한 농업의 일상적인 현실은 너무나 거리가 멀어 그는 자연스럽게 농민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중 항상 한복 차림으로 민중운동을 주도하는 백기완선생님을 개인적으로 만나게 되고 좋은 인상을 받아 김씨가 우리옷을 입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백선생님의 우리것에 대한 집착은 손수 만들어 입으시는 우리옷 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생활필수품이 신토불이 그 자체였으며 이러한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인연으로 88년 김씨 결혼식때 백기완선생님을 주례로 모셨다고 한다. 91년 그가 처음으로 우리 옷을 입었을 때 사회적으로 우리 옷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지나는 사람마다 힐끔힐끔 쳐다보는가 하면 잘아는 친구들은 산에서 도닦다 내려왔냐고 농담도 했지만 지금은 아주 편한 일상 복장이 됐다. 아직은 대중화되지 못해 일반 옷보다 가격면에서 비싼수준이지만 김씨에게는 우리 옷을 입으면서도 검소하고 편리한 노하우를 터득했다.

「처음엔 옷감 기질을 생각하지 않고 세탁을 잘못해 1~2년동안 손해를 보았습니다만 지금은 외출복과 작업복을 분리 경제적으로 옷을 입고 있습니다. 외출시 조끼와 두루마기로 변화를 줄 수 있으며 통이 넓어 작업복으로는 안성마춤이다」고 말하고 있는 김씨는 또 「옷이 헤져 입지 못할 정도가 되면 대부분 순면이나 모시로 되어 있어 걸레로도 재활용하기에 좋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의 우리 것에 대한 집념은 우리 옷에서 멈추지 않아 우리 문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소리로 대표되는 풍물에도 열중해 보은지역 대표적 사물 놀이패인 『땅울림』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참기름을 제조하는 보은전통식품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우리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신토불이를 실천하는 사람중의 한사람이다. 김씨는 최근 9살과 7살된 자식들에게 우리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놀린다고 싫어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우리 옷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좋아하는 모습에서 우리 것을 되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가 3백65일 우리 옷을 입는데는 의식주는 물론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우리것. 우리문화를 찾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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