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교통 사각지대를 소통으로 이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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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교통 사각지대를 소통으로 이끌자
  • 양승윤 (회남면 산수리 거주)
  • 승인 2021.02.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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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이다. 새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반가운 절기다. 봄은 겨우내 얼어 움츠렸던 생명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그러고 보면 우주 만물의 생존질서에 따라 죽을 것은 죽고 살아날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그래서 봄을 가장 반기는 세대는 노년층이 분명하다.
   대전광역시에 63번 시내버스가 있다. 이 버스는 대전역 동광장 인근의 소제동 차고지를 출발하여 충북 보은군 회남면사무소 건너편 작은 언덕까지 편도 30여 킬로미터에 53개 정류장을 하루 15회 왕복한다. 이 버스는 십 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내륙 지자체인 충북의 그것도 외진 섬마을 같았던 회남면 일대 여러 벽촌마을을 대전시로 이어주는 연육교 구실을 하고 있다.
  봄이 오면 63번 버스는 바빠진다. 회남면 종점에서 새벽 6시에 떠나는 첫 버스에는 대전역 새벽시장에 신선한 토종 채소류를 실어 나르는 7080대 할머니들로 만원을 이룬다. 증손자들에게 줄 쌈짓돈 마련에 나선 102살 할머니도 계셨는데, 얼마 전에 부음이 돌았다. 이른 봄 어린 고춧잎에서 삶은 햇고사리, 한여름에는 풋고추에 머위와 부추, 오이와 옥수수에 막 솎아낸 들깨 모종까지 손수 가꾼 신선한 푸성귀가 이들 할머니의 수고로 대전시민의 밥상에 오른다.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먼저 탄 승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함께 무거운 보따리를 끌어 올리고 할머니들을 부축해서 자리에 앉힌다. 할머니들이 바닥에라도 다 앉아야 비로소 버스가 출발한다. 승하차 시마다 승객들도 기사도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서로 안부를 묻고, 동네 소식을 전하고, 어제 아침 시장정보도 교환한다. 대전역에 도착하면, 할머니들의 짐을 내려주는 기사들도 있다.
   6시 55분에 출발하는 두 번째 버스에는 중고교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중 일부는 밤 9시 20분이나 10시 10분 막차를 타고 귀가한다. 코로나 이전의 얘기다. 이들의 하차 정류장을 잘 아는 버스 기사가 소리쳐서 조는 학생들을 깨워준다. 학생들은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리면서도 어둠 속에서 친절한 기사님에게 고개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그래서 요골, 절골, 오리골, 애기밭골, 세정골 등 동네 이름만 들어도 아기자기한 시골길을 꼬불꼬불하게 달리는 버스 타기가 즐겁고 버스 안의 광경이 푸근하고 아름답다.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화두는 가정이나 사회나 정치권이나 어디에서나 소통이다. 지난해 10월 2일 자 연합뉴스는 전국의 465개 유인도 중 73개 섬에는 어떠한 형태의 교통편도 없다고 보도했다. 1785명에 이르는 이들 섬 주민들은 섬에 갇혀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의 연전 서면 보고에 따르면, 하루에 한 번도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기초 행정단위가 전국에 걸쳐 1000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교통복지 차원에서 상시 운행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농어촌지역의 버스 운행비 부담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농어촌지역을 운행하는 소형 버스도 일반 여객버스와 마찬가지로 타 지자체를 경유할 때는 지자체 간의 협조가 필요한 데, 복잡한 행정절차와 이해관계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통 사각지대의 거주자는 주로 노년층이다. 2018년 1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들 노년층의 61%는 버스에 의존하여 이동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통편이 없는 유인도나 1000개나 되는 교통복지 사각지대는 하루빨리 소통으로 이어져야 한다. 도농 간의 소통, 세대 간의 소통 이외에도 농어촌을 살리고 귀농 인구를 늘리며 전통적인 한국인의 정서를 되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63번 버스가 하루도 빠짐없이 노년층의 발이 되어 주는 우리 회남면 일대는 얼마나 다행인가. 차제에 주민들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이장협의회 같은 단체에서 63번 버스 기사나 대표를 초청하여 전체 주민의 고마움을 표시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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