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자기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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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 자기발전
  • 오계자 (소설가)
  • 승인 2021.01.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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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경자 년은 보냈지만 개운치 않은 새해를 맞았다. 이젠 한숨만 쉴 것이 아니다. 경자 멍석 툭툭 털고 새로운 신축 멍석을 깔았다. 길어진 역병이 정치판에서는 누구 탓하기 바쁘지만 우리는 시키는 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춰 외출 삼가 하는 동안 자기 계발에 충실하면 좋겠다.   
언젠가 책을 읽다가 이런 질문을 본 적이 있다.   
  <당신이 취업을 위한 수험생이라 생각하고 고사장에서 시험지를 기다리고 있는데, 백지 한 장 나눠 주면서 제목도 자유, 내용도 자유. 이런 시험지를 받는다면?>  
   묶어진 시간, 감독관의 시선, 합격해야 된다는 강박감 등으로 인해 여유롭고 망설임 없이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난 당황했을 것 같다. 많은 세월을 이성적으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경험도 쌓고 감성(感性)에 젖어 센티멘털하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덥석 펜을 움직이지 못할 것 같다. 어쩌면 현대인은 저장된 지식이 너무 많아서 쓰고 싶은 말을 골라내기 힘든 사람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또한 낮은 학벌로 인해 능력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은 사회를 향해 할 말이 많을지도 모른다. 능력이란 것 자체가 센델 교수의 주장처럼 운의 영향력이라고 말이다. 상황이나 경우에 따라 저장고에서 적합한 내용을 곧 꺼내어 펼칠 수 있을 정도로 준비 된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노력으로 수준 높은 인재들도 많으니까. 
  요즘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과외 수업이 있다. 단기 논술지도이다. 아마 요리 강습처럼 이런 주제에는 이것을 첨가하고 저런 주제에는 저것을 첨가하라는 어떤 공식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교육된 사람이라면 아마 수월하게 써내려가는 학습도 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술은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니 더 확실한 것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지도해야 한다. 그래야 논술이라고 명명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에서든 술술 논리적 해답이 나올 것이다.
독서하고 연구해서 새로운 지식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쌓는 것만이 부자는 아니다. 그 가치를 부과해서 새로운 창조를 하고 활용해야 된다. 갈고 다듬는 방법과 표현하는 기술이 바로 논술이다. 살면서 자기경영이나 자기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수업을 해야 할까?  나는 그 해답을 혼자 있을 때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사색이다.
  우리가 중요시하는 행실 중에는 체통이라는 말이 있다. 이 체통을 위해 자제하라, 조심하라, 하면서 원초적인 동물성을 감추는 교육을 받고 예의범절은 배운다. 어떤 공간에 혼자 있을 때 무슨 생각, 어떤 행동을 할까? 체통 때문에 두르고 있던 가식은 벗어던지고 표정 연기 필요 없이 흐트러진 모양새로 뒹굴기만 할까? 아니면 새벽안개에 숨죽은 낙엽처럼 촉촉하게 젖어서 그리운 사람 생각하며 공상의 나래를 펼칠 것인가. 세상 누구보다 두렵고 조심스런 존재는 바로 자기 안에 있는 자신의 시선이라는 모 작가의 말을 난 늘 가슴에 담고 있다. 사색이야말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과학이나 예술은 물론 모든 분야는 느낌부터 시작되어 표현 된다. 느낌, 그리고 표현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것도 북적거림 없이 혼자일 때이다. 심리학을 공부하연서 인간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해서 성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필요한 것을 원할 줄 모른다고 했던 교수님의 강의가 생각난다. 살다보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른 채 쫓길 때가 있다. 마치 꼭 해야 할 일을 놓친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던 경험도 있다. 그런 경우에 자의로 무엇을 결정하고 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사색이 필요하다. 혼자일 때 차분하게 자기발전의 물고를 튼다. 흔들리다가, 또는 넘어졌을 때 홀로 일어서기에 성공하면 그 힘으로 내면은 더욱 충실해진다. 언젠가 <멍 때리기 대회>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참가한 청소년들의 표정에서 무념무상을 느꼈다. 가끔은 텅 빈 시간도 괜찮을 것 같다. 사색이 충전의 시간이라면 비움은 곧 채움을 위함이 아닌가. 정신적인 성장과 발전이 교육이라면 명상, 사색은 정신성장의 촉진제가 된다.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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