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전 역사의 숨결, 온몸엔 전율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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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전 역사의 숨결, 온몸엔 전율이 흐른다”
  • 박진수 기자
  • 승인 2021.01.07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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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명소길(38)- 보은읍의 중심 삼년산성 둘레길

모든 길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길을 오가는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도 하고 역사의 중요한 이야기도 남긴다. 보은의 길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지정학적인 연고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양한 전설이나 역사적인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길, 그냥 편한 마음으로 걷기 좋은 길, 자연과 함께 걷고 싶은 숲길, 그 모든 길을 걸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하늘에서 바라 본 보은읍 전경.
하늘에서 바라 본 삼년산성 전경.

삼년산성은 사적 235호로 신라가 470년 축조를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석축산성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작은 규모의 편마암으로 높이는 12~20m, 성의 넓이는 8m로 전체길이 1680m의 그리 크지 않은 산성이지만 1500여년 넘도록 성벽을 유지할 수 있는 축성기술은 아직도 재현할 수 없는 우리 조상들만의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삼년산성 서문지앞 바위에는 아미지(蛾眉池)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글씨는 신라의 문장가 김생의 글씨로 추정하고 있다. 김생의 글씨로 확인된다면 이 암각자만으로도 보물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삼년산성 서문지에서 우측, 성벽을 따라 서북쪽으로 높이 쌓아 올린 치성으로 발길을 향했다. 비록 성벽을 오르는 길이 가파른 산성 길이었지만 좌측으로 펼쳐진 보은읍 전경은 힘든 여정을 조금이나마 씻어주는 듯 했다.
서북치성에 도달하니 멀리 청주의 상당산성이라도 보일 듯 시야가 멀리 튀이고 있었다. 한참동안 청주방향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힘들었던 걸음을 보상이라도 받듯 기분이 상쾌해 지고 있었다.
서북치성을 뒤로 하고 북문으로 향하는 길은 내리막길, 북문은 서문보다도 성문이 있었던 곳인지 의심할 정도로 약간의 흔적만을 남기고 있었다. 북문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 눈앞에 북동치성쪽으로 조성된 성벽은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성벽의 위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견고하고 산의 능선을 따라 포곡형으로 조성된 성벽은 경주의 첨성대를 수만개를 축조한 신라인들의 기술력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아주 작고 납작한 돌로 우물정자의 형태로 20m의 직선 높이로 조성된 성벽 앞에 두 팔을 벌려 그 위엄을 측정해 보았지만 1500년이 넘도록 무너지지 않고 견고한 기술력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만 감동과 믿을 수 있는 우리의 문화재였다.
북동치성에 올라 말티재 넘어로 속리산 방향으로 시야를 돌렸다. 말티재 능선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한남금북정맥이 한눈에 펼쳐지고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고 있었다. 신비로운 보물이라도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었다.
북동치성을 지나면 동문지를 만난다. 최근 동문지 발굴을 통해 아주 작은 규모의 문지를 찾았다고 한다. 문지가 있다는 것은 성문이 있었다는 흔적임을 알 수 있어 서문보다는 작은 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문지를 지나 남동치성으로 올랐다.
그리 힘들지 않는 걸음으로 오르다 보니 남동치성에 올라 성 밖으로 시야를 돌렸다. 상주방향으로 이어지는 25번 국도가 펼쳐지고 있었으며 저 멀리 신라의 도읍 경주 땅이 상상되고 있었다.
삼년산성을 지키던 신라군 역시 이 남동치성을 수비하는 군사라면 신라의 도읍, 경주 땅에 두고 온 부모님과 자식을 걱정하면서 한없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남동치성에서 서문지가 있는 성벽을 따라 삼년산성 1680m 전체를 둘러볼 수 있지만 발걸음을 재촉해 남동치성과 능선으로 이어진 탄부면 평각리로 향했다. 삼년산성이 위치한 오정산 정상 능선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최근 보은군에서 삼년산성 고분군으로 지표조사를 통해 수천기의 고분이 발견된 곳이다.
오정산 능선사이로 구릉지가 유난히 많아 고분군으로 추정은 되어 왔지만 최근에서야 고분군이 형성된 지역으로 조사되면서 앞으로 삼년산성과 연계한 고분군 공원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산 정상으로 이어진 숲길을 걷다보면 작은 토굴도 만난다. 6.25 전쟁 당시 조성된 반공호라는 이야기도 있고 무속인들이 기도하는 장소로 보여지기도 하고 숲을 걷는 길에 심심치 않은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 곳은 예전에는 금괭기라고 해서 고려장터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보니 능선이 끝나면서 멀리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이 있었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를 오가는 차량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바쁘게 오가는 차량을 바라보면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져본다. 탄부면 평각리 마을은 지형이 소가 누워 있는 것 같이 생겼는데 마을이 앉은 자리가 누운 소의 뿔자리라고 한다.
이 마을은 땅이 기름지고 수확량이 많고 수입도 높아 돈논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이 마을에서 생산된 쌀을 ‘돈논쌀’ 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탄부면 평각리에서 이번 여정을 멈추고 다음은 탄부면 평각리에서 말티재 고갯길을 떠나보기로 한다.

삼년산성 서벽.
삼년산성 서벽.
삼년산성 아미지 글씨.
삼년산성 아미지 글씨.
삼년산성 서북치성 모습.
삼년산성 서북치성 모습.
삼년산성 서문지.
삼년산성 서문지.
삼년산성 일출 광경.
삼년산성 일출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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