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대청호에 잠긴 수몰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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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 대청호에 잠긴 수몰의 현장”
  • 박진수 기자
  • 승인 2020.12.24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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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명소길(37)- 금강의 발원을 따라 대청호로 가는 길

모든 길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길을 오가는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도 하고 역사의 중요한 이야기도 남긴다. 보은의 길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지정학적인 연고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양한 전설이나 역사적인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길, 그냥 편한 마음으로 걷기 좋은 길, 자연과 함께 걷고 싶은 숲길, 그 모든 길을 걸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회남대교에서 바라본 대청호.
회남대교에서 바라본 대청호.

회남면 남대문리앞에서 지방도가 두개로 갈라진다. 지방도 509번을 따라가면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가 나온다. 대청호 담수로 남대문리의 중심마을이 509번 지방도를 따라 형성 되었지만 예전엔 호수로 잠긴 곳에 마을이 많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571번 지방도를 따라 걷다보면 신곡리가 나온다. 신곡리 마을 역시 대부분의 가옥이 침수되면서 도로를 중심으로 윗부분에 있던 가옥만 남아 있다.
신곡리에는 비지정문화재인 어필각이 있는데 1756년(영조 32년)에 왕이 지은 글을 직제학 문명구에서 하사한 것을 현판이 있는 곳인데 지금은 보존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양중지라고 불리는 북쪽에 우암 송시열 선생의 영당이 있었는데 1980년 대청댐 담수로 수몰되면서 그 흔적도 없어졌다고 한다. 이 영당에 있던 곳은 장이 설정도로 장터라고 불리었다. 지금도 신곡리 마을을 조금 지나면 양중지라는 지명이 버스승강장에 남아있다.
신곡리를 지나자 대청호수를 가로 지르는 큰 다리가 나온다. 바로 회남대교로 이 다리는 1980년 12월 총연장 450m, 폭 10m의 철근 콘크리트로 된 다리로 이 다리를 걷다보면 아찔한 공포감 마져 들게 한다.
이 다리가 건설되었을 때 ‘콰이광의 다리’ 라고 불릴 정도로 인상깊은 다리였다고 한다. 이 다리가 건설되고 삶을 비관한 사람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지금은 다리앞에 표지판을 세워 자살에 대한 충동을 막고 있을 정도라 한다.
회남대교를 건너면 지형이 마름처럼 생겼다고 해서 마름골이라 불리던 사음리가 나온다. 마을 대부분이 담수로 지금은 거의 마을 이름만 남아 있다.
이 마을에는 자연지형과 연관된 지명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달돋이 고개’ 는 달맞이를 하던 고개로 지금은 담수되었고 고개를 넘으면 덕을 받는다는 뜻으로 ‘떡고개’ 라고 불리는 이 고개는 고개 마루만 남아있다고 한다.
이 사음리라는 마을 이름보다는 어부동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다. 예전 어부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불리워지기 시작해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사음리는 어부동이라는 낚시터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사음리에서 지금은 물 건너편에는 사탄리, 용호리, 분저리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지금은 대청호 담수로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예전 번성했던 그 시절을 상기하면 시냇가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졌을 것 같았다. 
사음리를 지나면 대전시와 경계를 이룬 회남면 법수리가 나온다. 이 법수리에는 원법수라 불리는 지금은 대청호에 담수된 마을로 예전에는 청원군 문의면 가호리로 건너는 나루터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571번 지방도를 경계로 산중턱에 아담한 모습으로 마을 형성하고 있다. 지방도 571번을 따라 가다보면 대전시가 나오고 법수리 마을 앞 대청호 물을 건너 예전 청원군 문의면으로 배를 타고 건너던 나루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던 모습이 연상되고 있다.
대청호 담수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수몰민들의 당시 심정은 헤아릴 수 없겠지만 옥토와 살던 집, 마을 어귀 둥구나무, 마을 전체를 뒤로 하고 떠나야 했던 그 심정은 대청호 푸른 물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듯 했다. 

신곡리 마을 전경.
신곡리 마을 전경.
신곡리 마을앞 대청호 전경.
신곡리 마을앞 대청호 전경.
신곡리 앞 대청호 건너편 사탄리 마을.
신곡리 앞 대청호 건너편 사탄리 마을.
회남대교 모습.
회남대교 모습.
사음리 어부동 입구.
사음리 어부동 입구.
법수리 마을 전경.
법수리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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