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의 느린 걸음으로 한강과 금강의 분수령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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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의 느린 걸음으로 한강과 금강의 분수령을 넘는다”
  • 박진수 기자
  • 승인 2020.08.27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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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명소길(33)- 자연을 닮은 마을과 옛 전설을 찾아 걷는 길
산외면 구티리 마을 전경.
산외면 구티리 마을 전경.

보은읍 학림리 19번국도를 걷다보면 속리산의 밖에 위치했다 하여 산외면이라 불리는 동네가 나온다. 그 첫 번째로 만나는 동네가 산외면 봉계리이다. 흔히 봉계 삼거리라고 불리는 이 곳에는 산외면 문암리에서 발원한 문암천이 보청천 줄기와 만나는 지점에 1957년에 준공된 다리가 노후된 다리가 있다. 지금은 새롭게 도로가 만들어져 있어 이 봉계교를 건너면 ‘능성구씨 세거지’ 라는 표지석을 만난다.
본래 능성구씨의 집성촌은 형님인 구수복은 마로면 관기리에 동생인 구수팽은 산외면 봉계리에 세거지를 이루고 집성촌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묘사화로 형인 병암 구수복이 사직되자 동생인 신암 구수팽은 봉계리에 은거하며 학문에만 힘썼던 인물로 후에 활인서 별좌를 제수받았으나 취임하지 않고 후진 양성에만 힘썼다고 한다. 명종대에 이조판서에 추증되었던 보은군의 역사인물이다.
이곳 봉계삼거리는 산외면에서 청주와 보은, 세 갈랫길이 있어 예전에 주막이나 상권이 형성될 정도로 의미있는 지형을 이루고 있다. 봉계삼거리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속리산이 나온다. 봉계리를 지나자 ‘아시뱅이’ 라고 불리는 아시리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을 골짜기가 집의 형국을 하고 있는데 현재 마을이 들어선 지점이 아씨방(別堂)에 해당된다는 뜻으로 이곳 아시뱅이 남쪽에는 낟가리를 쌓아 놓은 것 같이 생긴 노적봉이 보이고 아시리에서 보은읍 종곡리로 넘아가는 고개가 있는데 이 고개를 불공고개라고 불린다. 아시리 마을 안쪽에서 속리산으로 불공을 드리러 가던 고개로 아시리 불공고개를 넘어 수철령, 무수목, 북암리, 소리목 고개를 넘어 속리산으로 가는 옛길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옛길에서 유래된 불공고개는 흙이 붉어서 불공고개라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아시리 북쪽에는 수옛산이라 불리는 작은 산이 있는데 이 수옛산은 본래 곽씨 문중 소유의 산으로 곽씨 문중에서 아시리 구씨 집안의 소유하게 된 전설이 있다. 옛날 나무를 하던 구씨중 한 사람이 사냥꾼에게 ㅤㅉㅗㅈ기던 노루를 숨겨줘 살려주자 노루가 은혜를 갚고자 명당자리를 알려주자 조상의 산소를 옮기면서 곽씨 집안은 쇠퇴하고 구씨 집안이 번성했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아시리에는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 정자가 있는데 이 느티나무는 능성구씨 8대조가 심은 나무로 8그루를 심어 정자로 사용했는데 한그루는 일제시대 때 베고 7그루만 현재 남아 있다고 한다. 아랫녘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갈 때에 이 앞을 통과하여 구티리를 거쳐 질골로 나가는 길목인데 이곳에서 팔교정을 모으면 마을 사람에게 술을 사고 지나갔다고 한다.
또 아시리에는 능성 구씨 종중 소유의 구이극 효자문이 있다. 효자였던 구이극과 그의 조카 시영의 효행을 기리기 위하여 1838년(헌종 4년)에 명정되었다고 한다. 주변의 자연마을의 원형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아시리를 지나자 산외면의 면소재지인 구티리가 나온다. 이 구티리는 본래 거북티고개 밑에 위치하고 있는 거북티 또는 구치(龜峙)라 불리웠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거북이 구(龜)자는 사라지고 아홉 구(九)자를 써서 구티리라 불리게 되었다.
구티리에는 작은 철로 조성된 철비가 마을 중앙 느티나무 밑에 세워져 있다. 어사 김명진의 애민선정비로 일부가 파손되어 있지만 보기드문 철비라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있어 보였다.
특히 이 구티리 마을은 구티고개가 아홉구비라 구티리(九峙里보)다는 마을 입구에 있는 산이 거북이와 같다고 하여 구티리(龜峙里) 라고 했다고 한다. 산외면 구티리에서 탁주리로 넘어가는 구티고개는 1984년 세계은행 차관사업으로 확장 및 포장되어 일곱구비였던 것이 최근 두굽이 더 줄어 지금은 다섯구비만 남아 있다.
구티리에는 구티고개보다 작아서 작은 구티고개라고 불리는 고개가 또 있다. 구티리에서 길탕리 주막거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지금은 엣 고개의 흔적은 사라지고 직선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작은 구티고개를 뒤로 하고 구티고개에 정상에 도착하자 거북이 형상으로 조성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구티고개 정상에서 올라온 구티리 마을로 흐르는 물은 금강으로 이어지며 반대편 탁주리 방향으로 흘러가는 물은 한강으로 흐르는 한강과 금강의 분수령을 만난다. 산 하나를 놓고 한강과 금강으로 서로 다른 발원지라는 점에서 새삼 구티고개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었다.
 

봉계 삼거리에 위치한 능성구씨 집성촌 표지석.
봉계 삼거리에 위치한 능성구씨 집성촌 표지석.
아시리 느티나무 정자.
아시리 느티나무 정자.
능성 구씨 종중 소유의 구이극 효자문.
능성 구씨 종중 소유의 구이극 효자문.
어사 김명진의 애민선정비.
어사 김명진의 애민선정비.
산외면 구티고개 전경.
산외면 구티고개 전경.
구티고개 정상에 설치된 조형물.
구티고개 정상에 설치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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