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의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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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의 이치
  • 김종례(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8.2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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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년이상을 인내해 온 단절의 터널 안에 홍수와 폭염까지 막중하게 덮쳐오며 ‘한 여름의 삼중고’의 멍에가 무거웠던 8월이었다. 그 와중에도 절기는 어느덧 입추와 처서를 지나 백로를 향해 달려간다. 빗물 듬뿍 머금고 고개 떨군 꽃잎들은 회복의 기미도 없이, 희미해져 가는 빛바랜 사진처럼 우주섭리에 순응하는 중이다. 이렇게 우주의 질서는 예고도 없이 왔다가는 일종의 거래를 나눈 뒤 소리없이 지나가나 보다. 순환의 법칙대로 윤회의 고리대로 어김없이 돌아갈 뿐인데, 선뜻 알아차리지 못하는 우매한 인간만이 갈팡지팡 우왕좌왕 할 뿐이다. 
 순환의 이치가 가장 쉽게 반영되고 적용되는 것은 아마도 날씨일 것이다. 물과 태양과 공기가 서로 순환의 굴레 안에서 천태만상으로 변하는 것이 기상현상이다. 막중한 인재와 자연재해를 기피할 수 없는 것도 서로가 원인과 결과를 주고받는 거래의 이치가 성립되기 때문일 것이다. 통상적인 우주섭리를 깨닫게 해주는 계절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구의 자전이나 공전의 궤도 속에서 나름대로의 질서를 유지하며 변화무쌍하게 스쳐가는 것이 계절이다. 봄이 되면 일조량과 강우량의 증가로 꽃과 잎이 피어나고, 여름이면 빛의 광합성으로 열매가 맺히고, 가을이면 기온의 변화로 개체로부터의 이탈을 꿈꾸며, 모든 옷을 훌훌 털어버리고 잠시의 휴한기로 들어가는 것이 겨울이라 할 수 있다. 채웠던 것을 모두 비워냄으로써 순환의 균형과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다시 올 봄을 준비함일 것이다, 
 가장 우리들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경기순환 역시 그러하다. 일정기간 동안 경기의 양호 상태인 정점과 경기의 하락 상태인 저점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을 ‘경기순환’이라고 하는데, 역시 상승, 둔화, 하강, 회복이라는 4단계를 반복해야만 유지가 된다고 한다. 이것을 개인의 물질로 따져볼 때,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은 손해라 생각하고 들어오는 것만 더 좋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쉬운 것이 상례이다. 비워야만 채워지고 채워야만 다시 비우게 된다는 當(덧말:당)無(덧말:무)有(덧말:유)用(덧말:용)의 지혜로 재력에 집착하지 않음이 좋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에너지는 흘러가는 구름처럼 지나가는 바람처럼 서로간의 교류이고 이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의 언덕길에도 늘 순환의 바람은 불어오기 마련이다. 태어나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길은 수많은 희로애락이 반복되면서 순환의 굴레를 통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에게나 즐거움과 행복만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 즉 고통과 괴로움을 피해가려는 도피안의 욕구는 존재한다. 그러나 절대로 피해 갈수 없는 것이 우주만상 순환의 이치요 윤회의 고리일 것이다.        
성경에도 ‘네 곳간을 비워라. 그래야 가득 채워질 것이다.’ 가 있다. 그러기에 아무리 곤고하고 빈곤하더라도  ‘항상 기뻐하고 일상에 감사하며 쉬지 말고 기도하라’ 고 말씀하시는 이유일 것이다. 법문 중에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고락의 윤회’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괴로움과 즐거움은 반드시 돌고 돈다는 뜻일진대, 희락과 쾌락은 반드시 괴로움의 터널을 통과한 후에야 찾아오며, 한때의 광명의 햇빛이 지나가면 다시 어두운 먹구름이 밀려올 수 있다는 뜻일 게다. 좋은 일도 반드시 좋다고만 할 수 없고, 나쁜 일도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는‘人生(덧말:인생)之(덧말:지)事(덧말:사) 塞翁之馬(덧말:새옹지마)’라는 말과도 상통하는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 순환의 고리를 무시한 채, 행복만을 추구하려는 어리석은 자아를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아까워서 다 비워내지도 못한 채,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무지함을 반성하는 시점이다. 누구나 나라는 자아의 개념과 한계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순환의 이치 앞에서 참 자유를 얻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쇳물을 녹일 만큼의 고열에서만 탄생하는 순금처럼 ‘한 여름의 삼중고’를 귀한 자산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 여름이면 생생하게 기억되는 80년도 보은수해의 기억이 큰 교훈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매정하리만치 쏟아 내렸던 소낙비와 수자원댐 물폭탄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하늘은 맑고 대지는 침묵한다. 어느새 바지랑대 끝에 잠자리 떼 맴돌고, 풀벌레 소리 고요하게 가을을 초대한다. 이 또한 곧 지나가기 위하여 다가오는 엄숙한 반전이니 어찌하랴.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가을 서정 사색의 늪에 다시 잠길 수밖에 ~ 우주만물의 순환법칙과 천재지변에 순응하면서, 무증상 깜깜이 감염과 조용한 전파로 돌고 돌아가는 바이러스 순환의 덫에는 절대 민감해야 할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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