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를 피해 사증팔항으로 찾아온 편안한 마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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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를 피해 사증팔항으로 찾아온 편안한 마을을 만난다”
  • 박진수 기자
  • 승인 2020.08.20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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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명소(32)- 충청도에서 경상도로 이어지는 길
한중리 백록저수지 전경.
한중리 백록저수지 전경.

 

마로면 갈전리 효자고개로 넘어가면 옥천군 청산면 법화리로 향한다. 보은군과 옥천군의 군계를 뒤로 하고 세중리와 갈전리에서 변둔리로 이어지는 뒷산에 위치한 ‘증산(甑山)’ 에는 시루봉이 자리하고 있다.
높이 505m, 산 모양이 시루처럼 생겼다고 해서 시루봉인 이 산은 백조일손(百祖一孫)밖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난리가 일어나는데 이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십승지지의 하나인 속리산을 찾아가고 그중에서도 사증팔항(四甑八項)에 해당하는 곳에 피난처를 정하라는 속설이 전하고 있는데 이 말을 믿고 마로면 갈전리 증산에는 양씨들이 피난을 오고 시루봉의 꼭지에 해당하는 변둔리에는 밀양 박씨가 안동에서 피난을 와서 마을을 이루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 보은에는 4개의 증산이라고 불리우는 시루봉과 팔항(八項)이 있다. 4증(四甑)에는 동증(東甑)은 마로면 적암리에 있는 시루봉으로 높이가 417m이며 서증(西甑)은 수한면 광촌리와 옥천군 안내면 방하목리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 484m이고 남증(南甑)은 시루봉(甑峯)이라 불리는 마로면 갈전리와 변둔리에 걸쳐있는 산으로 높이 505m으로 바로 이곳이었다. 마지막 북증(北甑)은 내북면 적음리와 두평리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 482m로 알려져 있다.
또 보은의 팔항(八項)은 멍에목이, 불목이, 갈목이, 무수목이, 구리목이, 까치목이, 비둘목이, 반목이 등을 8팔항이라 전하고 있다.
마로면 변둔리의 옛 지명에는 ‘멋두니’ 라는 마을의 중심마을로 시루산의 꼭지에 해당하는 지형이라고 한다. 이 멋두니 앞 도로변에 주막이 자리하고 있는 위치가 예전 주막거리였다고 한다.
변둔리 마을을 지나면 ‘대한중’ 이라고 불리웠던 한중리가 나온다. 한중리에 들어서자  백록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의 저수지가 생기기 전에는 ‘북나무들’ 이라는 2만평 정도의 들이 있었다고 한다.
저수지로 수몰된 이 북나무들에는 큰 북나무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백록저수지를 끼고 한중리 1구에는 예전 호랑이 굴이 있다는 해발 500m의 굴봉산이 배산을 이루고 있다. 이곳 한중 1구에는 경북과 접경에 위치한 약물탕이라는 샘물이 있었다고 한다. 눈병에 걸렸을 때 이 샘물로 닦으면 씻은 듯이 낫는다고 해서 ‘두람무티’ 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백록저수지를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이 바로 한중1구이다. 한중1구에는 파평 윤씨이며 자는 원경이고 호는 금좌였던 윤여익의 추성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문이 있다. 윤여익은 대대로 명문집안에서 출생하였는데 임진왜란때 스승인 중봉 조헌선생을 따라 영규대사와 더불어 청주성을 탈환할 때도 그 휘하에서 진력을 다해 싸웠다고 한다. 윤 의사는 스승과 더불어 금산전투에 참전하여 700 의사와 함께 순절한 인물로 철종 20년에 명정(銘旌)되었다고 한다.
한중1구에서 백록동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친환경마을을 알리는 장승이 세워져 있다. 백록저수지를 끼고 ‘힐녹이’ 이라고 지칭하는 백록동 마을이 나온다, 지금의 백록동이라 불리는 한중2구로 향하는 힐녹이 아랫마을에는 옛날 이곳에서 장수가 나서 어릴 때 죽었는데 또 말이 한필 나와 죽으므로 장수와 말을 같이 묻었다고 하여 말꼴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다.
한중2구에 서남쪽에 있는 흰 사슴처럼 흰 바위가 있다고 해서 힐녹이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이 백록동에는 6.25때 피난민들이 살았다는 피난민촌이라고 불리우는 마을이 있다.이 백록동의 뒷산으로는 경상북도 상주시와 도계를 이루고 있다.
충청북도 옥천군과 군계로 이어지는 마로면 변둔리에서 경상북도 상주시와 도계를 이루고 있는 한중리로 이어지는 길에는 ‘사증팔항’ 이라는 재난과 험난한 고난의 세월속에서 이를 피하고자 했던 서민의 고단함을 느끼게 하는 애환의 길이었다. 한때는 경상도땅에서 다시 충청도땅으로 도계를 넘나들었던 민초들의 삶이 만들어낸 마을의 길이었다.
세상의 중심마을인 세중리에서 갈전리를 거쳐 대한민국의 중심인 한중리로 이어지는 마을길에는 재해와 재난을 막으려고 찾아온 선조들의 자연풍수가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한중1구에 위치한 윤여익 충신문.
한중1구에 위치한 윤여익 충신문.
친환경마을로 알리는 백록동 입구 장승.
친환경마을로 알리는 백록동 입구 장승.
힐녹이 마을, 한중2구 백록동 마을 전경.
힐녹이 마을, 한중2구 백록동 마을 전경.
한중1구에서 바라본 백록저수지 전경.
한중1구에서 바라본 백록저수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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