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애간장 다 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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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애간장 다 녹는데
  • 오계자 (소설가)
  • 승인 2020.07.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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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롭게 하루를 보냈다고 감사한 마음으로 현관문을 닫는 중에 휴대폰이 온 몸을 흔들어댄다. 우리 마을 비상소집이다. 너무도 황당한 불행의 폭탄이 떨어졌다. 이일을 어이할꼬. 관아에선 규칙만 생각하고 쾅!! 찍었을지 모를 직인이 힘없는 주민들의 가슴엔 대못이다.
행복마을 가꾸기에 모범으로 선정되어 받은 상금으로 우리 마을은 장구며 북과 꽹과리 등을 마련해서 저녁마다 젊은이들은 난타를 배우고 중년은 장구 배우기에 여념 없는 그야 말로 행복 마을이다. “우리나라 살기 좋은 나라여!” “그려” 이 말을 주고받으며 정부에 고마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행복마을 가꾸라고 상금도 준 바로 그 정부 관아에서 불행의 폭탄을 던졌다. 우리에겐 대물림의 불행이요 아픔이니까 후쿠시마 원자폭탄처럼 충격이다. 이럴 수가! 온 마을 주민의 생명줄, 식수원에서 80m(군 감사과 측정) 인근에 축사를 짓고 있다. 이미 허가를 받아서 축사를 짓는 사람인들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허나 남의 동네 주거지역에다 축사를 짓겠다는 생각부터가 비양심적이요 야비한 짓이다. 자기네 집 앞에 짓지. 우리는 너무나 황당해서 ‘말,잇,못’.
예부터 조선의 전통 시골풍경은 산을 배경으로 마을이 형성되니까 자연스럽게 산자락 집이 가장 높은 지대고 조금씩 앞집이 낮아진다. 동쪽 산을 등지고 서쪽을 향해 옹기종기 모인 전형적인 토속 마을, 전깃불도 없는 동네에 시집와서 반세기를 평화롭게 살고 있는 어암리다. 20여 년 전이든가 우리 동네 가장 높은 곳, 바로 뒷산 자락에 축사가 생겨서 파리며 냄새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식수였다. 그때는 집집마다 바가지 샘에서 물을 길러다 먹던 시절인데 동네 꼭대기서 가축의 오물이 질퍽거려도 한동네 살면서 울근불근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 집은 120자 암반 아래까지 깊이 펌프 관을 박아 지하수를 먹었다. 반갑게도 몇 년 전, 동네 남쪽 계곡에 관정을 파서 물을 모아 우리 마을도 수돗물이 생겼다. 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그 상수도원의 인근에 또 축사라니 있을 수도 없고 있어도 안 되는 일이다. 물론 허가 도장을 찍을 때는 현장답사든 조사가 있었을 터이고 군의 조례에 어긋나지 않는 허가라고 주장 하겠지만 도대체 그 조례라는 것이 왜 수시로 왔다 갔다 할까. 주거지로부터 이격 거리가 어느 해는 100m로 줄었다가 또 다시 200m 로 올리기도 한다. 군민을 위한 군민의 조례 맞는가?
생명줄 식수가 오염될 판국인데 당연히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축사를 막아야 된다고 뭉칠 수밖에. 나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격한 기분을 최대한 자제 하고 있다. 축사를 막기 위한 추진위원을 선출하고 대책 논의를 하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눈물 나도록 기가 막혔다.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최대 중요한 문제를 두고 힘없고 줄 없는 주민들은 이렇게 애간장 다 태우는데 주민을 위해, 주민에 의해서 만들어진 관아에선 과연 얼마나 주민을 생각하고 있을까. 아무 하자 없는 허가라면 취소 불가능이라는 것쯤은 촌놈도 안다. 하자 없는 허가라면 말이다. 허지만 규칙보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며 그 규칙도 사람이 만든 것이니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규칙 아닐까. 주말이라고 아들이 왔다. 퇴직하면 고향에서 살겠다며 오래된 집 헐고 제 손으로 새집 지을 계획하는 아들에게 무어라 할까. 고향에 와서 살 생각 말라고 해야 하나?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귀촌을 원하는 분들을 서로 모셔 가려고 홍보하는 지방자치 시대에 내 새끼도 이 동네 못 오게 말려야 한다.
제 작년이다. 정년을 앞둔 충북대 모 교수는 전원주택 짓고 자리 잡을 마을을 물색 하던 중 큰길에서 보니 우리 동네가 좋다고 왔다가 동네 꼭대기 축사를 보더니 끔찍한 말을 남기며 절레절레 흔들고 갔는데 이젠 내 자식도 고향에 오지 말라고 해야 할 판이다. 잠 못 들고 뒤척이다보니 뒷골 절에서 새벽종의 맥놀이가 온 몸과 내 영혼까지 휘감는다. 부처님이시여 하늘이시여! 밤을 새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대책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이 애타는 주민들의 절절함을 정부 관아에 전달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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