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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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월
  • 최동철
  • 승인 2020.05.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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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

 ‘송화 가루 날리는/외딴 봉우리//윤사월 해 길다/꾀꼬리 울면//산지기 외딴 집/눈 먼 처녀사//문설주에 귀 대이고/엿듣고 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듬해인 1946년 박목월 시인이 상아탑에 발표한 시 ‘윤사월’이다.
 
 윤사월은 음력 4월에 윤달이 들어 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낼모레가 올 윤사월의 초하룻날이 된다. 4월이 연거푸 두 번이어지니 봄도 두 배로 길어진다. 송홧가루도 더욱 오래 날릴 것이고 봄도 더딜 터이지만 눈먼 처녀는 꾀꼬리 울음을 통해 봄날을 느낀다.

 올 경자년은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과 윤달이 겹친 해다. 올 한 해 날수는 365일이 아닌 하루가 늘어난 366일이다. 2월이 29일까지 있었다. 생일이 2월29일인 사람은 4년마다 생일을 맞이해야 한다. 음력으로 따져도 올 해는 윤달이 있어 384일나 된다.

 2월29일 있는 해는 무조건 쥐띠, 용띠, 원숭이띠의 해다. 또한 2월29일이 일요일, 화요일, 목요일인 해는 400년에 13번 나타나고, 금요일, 토요일인 해는 14번, 월요일, 수요일인 해는 15번 나타난다.

 윤년과 윤달이 들어있는 해에 불가에서는 반드시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齊)라는 행사를 치른다. 살아생전 자신의 신구의(身口意) 즉, 몸과 말과 마음으로 저지른 3가지 악업에 대해 참회하는 등 죽기 전에 미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의미의 의식이다.

 한편, 윤년과 윤달이 들어있는 경자년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아이러니한 면이 있다. 1840년 경자년은 중국과 영국이 제1차 아편전쟁이 발발한 해다. 청나라가 서구 열강에 첫 패배한 해이기도 하다.

 1900년 경자년은 청나라 말기 비밀결사 무술조직 의화단의 난이 있었다. ‘외세 배척’을 내세워 서양인, 기독교인에게 무차별 테러를 감행했다. 자국민 보호를 내세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일본 등 8개국은 군대를 파견해 베이징을 점령했다.

 의화단을 암암리 조종하고 지원했던 청나라 서태후는 천진으로 피난을 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지금까지도 중국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1960년 경자년은 마오쩌둥(毛澤東) 때의 3년 대기근이 시작됐다.

 올 경자년의 재앙도 우한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미국대통령도 의심하듯 ‘코로나 19’의 발원지는 중국으로 꼽힌다. 어쨌든, 윤년과 윤사월이 든 올 해 발생한 대량살상 전염병은 전 세계 많은 이들을 사망케 했고, 현재도 진행형 ‘팬데믹(Pandemic)’인 상황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보은군은 다행스럽다. 군민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절대로 안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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