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리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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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리는 믿음
  • 김종례(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1.23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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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애하는 신랑 신부님.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는 바입니다. 이제  두 사람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자 사랑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꾸준한 성숙과 정화가 요구되는 사랑의 꽃을 피우려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건축물로 따지자면 믿음은 기초공사나 주춧돌이요. 사랑은 아름다운 인테리어나 장식물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초공사가 허술한 건축물에다 화려한 장식물이나 인테리어가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사랑과 행복의 봄바람은 따스히 불어오는 법이지요. 행복은 넝쿨째로 굴러오는 당신이 아니라, 깊은 신뢰감으로 가정이라는 정원을 돌보아야 피어나는 꽃송이입니다. 마치 흙의 진솔함과 액션으로 탄생하는 씨앗의 발아처럼 말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지난해 봄날에 있었던 남편의 결혼 주례사의 일부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믿음의 스포트라이트였던 영화의 한 장면도 떠올려 보았다. 영화 타이타닉을 관람한 사람은 커다란 배의 난간에서 두 연인의 써프라이즈 포즈를 기억할 것이다. 그 위험한 난간에서 여주인공이 두 손을 놓을 수 있었던 것은, 뒤에서 팔을 붙들고 있는 한 남자를 온전히 믿었기에 가능했던 감동의 명장면이었다. 이와 같이 일상의 소확행은 내 곁에 있는 작은 한사람을 신뢰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리라. 쉬운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불신의 탑만 쌓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진면목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刑端表正(형단표정)이란 말이 있다. ‘마음이 정직하고 깨끗하면 형상이 단정해지고, 그것이 얼굴이나 신체 표면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진솔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할 때 평온해진 영혼은 형단표정을 만들지만, 마음에 거짓이 있어서 무거운 짐을 진 자는 형단표정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나도 어릴 적에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나면 불안한 마음으로 도덕책에서 배운 ‘늑대와 소년 이야기’를 떠올리며 자책하였던 기억이 많다. 이와같이 거짓말의 반복으로 한번 신뢰감을 잃은 아이는 자신을 믿는데도 10여년의 세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아니 평생이 걸려도 자신에 대한 신뢰감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어야 스스로 자존감이 높아지며 커다란 자신감도 생기게 마련이다. 즉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야말로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첫 단추가 되는 것이다. 그 단단한 내공의 정신이 진실과 정직과 신의를 재정립시켜 주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의 첫걸음이 무엇보다도 타인에 대한 정직성과 자신에 대한 자존감 형성이라 할 수 있는 이유이다.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최악의 대립에도 절대적인 믿음만 성립한다면 위기를 기회로도 바꿀 수 있지만, 서로간에 신뢰성이 무너져 버리면 대인관계 회복에도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진실과 믿음을 배제하고는 그 무엇도 소통의 동기로 우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정직성과 믿음의 덕목은 밥상머리에서 뿐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의 구성원들 모두가 다뤄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은 마치 도약하는 흙의 진솔함으로 탄생하는 씨앗의 발아와 같으니 그러하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한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므로 모르는 사람은 물론, 아는 사람도 조심하라고 불신을 가르쳐야 하는 안타까운 세상이 되었다. 허심탄회한 믿음의 소통보다 불신의 탑이 수위를 높여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봇물처럼 터지는 먹거리에 대한 불신적 동영상, 이웃을 신뢰하지 못하여 빚어내는 비참한 범죄현장, 심지어 가족간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패륜의 실체들. 또한 정치인과 지역간의 불신이 모여서 비극의 역사책도 씌어지는 중이다. 정직한 사람, 진솔한 인격, 믿음의 가치가 배제되고, 모든 기준이 어그러지고 무너진 잣대가 난무하여 세상이 뒤숭숭하고 어지럽다. 속인 자는 우월해지고 속는 자는 만만해지는 이상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믿음의 길이란 참 나(我(덧말:아))를 만나는 것이다’라는 성현의 말씀을 곱씹어 보고 되새김질함이 시급한 오늘이다.
 이 시대를 살려낼 수 있는 정직성, 믿음의 좌표는 이제 곧 치러질 21대 총선에서도 확인되어야 할 필수적 덕목이다. 지금부터‘출마자의 가슴 속에 하늘과 땅을 우러러 양심의 부끄러움이 없는가? 군민들의 삶의 원천인 흙의 진솔함이 충만히 배어 있는지?’를 면밀히 짚어야 함은 우리 군민들의 당연한 책무일 것이다. 출마자 역시 ‘더 갓 이즈 인 더 디테일’  인간의 영혼 깊숙이 디테일을 주관하시며 진실과 거짓을 가름하시는 신의 존재를 두려워하면서 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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