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되면 임기 채울 수도
하유정 도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 이어 지난 8월 22일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보은에서 재선거가 점쳐지고 있는 이유다.
하 의원은 작년 6.13지방선거를 앞둔 3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산악회 야유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법원에서 이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예정대로라면 하 의원은 12월 이전에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는데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경우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보은에서 하 의원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도의원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말 하 의원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재판 당사자가 사건에 적용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됐는지를 헌법재판소에서 판단 받고 싶다고 법원에 요구하는 제도다. 하 의원 측은 “선거 출마 전 오랫동안 활동해 온 산악회에서 인사한 것을 사전 선거운동으로 본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제청을 하면 헌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1월 1일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조선일보 6일 보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12월 5일 이전에 자신의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고, 원심대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헌재 결정이 나오는데 보통 1~2년,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도 있다.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 2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 구청장은 올 초 2심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지자체 소속 시설관리공단 직원에게 당내 경선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주장이었다. 광주고법이 이를 받아들여 김 구청장 항소심은 중단됐다.
법조계와 여의도 정가에서는 정치인들에게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이른바 ‘신의 한 수’라는 말도 나온다.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선거법 위반 사건은 시간을 끌어 최대한 임기를 채울 수 있는 수단으로까지 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389건 가운데 법원이 인용한 비율은 3.2%에 그쳤다. 특히 대법원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결정까지 나온 사례는 1989년부터 12건에 불과하다.
대법원이 하 의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인용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보은 정가는 도의원 재선거에 대해 관망세에서 정중동하며 꿈틀거리기 시작했지만 매우 조심스런 모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