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Beu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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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Beun Camino)
  • 박태린
  • 승인 2019.11.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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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까미노는 혼자 걸어라

포도밭을 한참 지나면 푸른 열매 가득 달린 올리브 나무 밭을 지난다. 도토리같은 그 열매 살짝 한 번 만져도 보고  흙보다 돌이 많은 황량한 밭을 지나친다. 포도밭 곁을 지날 때면 주렁주렁 달려 있는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떨어져 있는 포도송이를 얼른 주워 먹기도 했지만, 까미노가 거의 끝나갈 즈음 스페인 친구에게 들은 말은~~~@@

길에 인접한 포도밭의 한 줄은 순례자들이 따먹도록 수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은 또한 길가는 순례자들을 도둑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스페인 농부들의 마음이 담긴 것이었다.^^;; 산 능선마다 줄줄이 늘어서서 바람에 돌아가고 있는 풍력발전기의 어마어마한 풍경. 바람 많은 제주처럼 스페인도 바람이 강하다. 그래서 산능성이엔 반드시 풍력발전기들의 모습들이 장관을 이룬다.

사흘 전, 하루도 빠짐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산티아고에 입성했다. 6년을 고대하던 장소에 들어서면서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도착 순간을 사진 찍은 후, 어떤 순례자는 완주 증명서를 받으러 가고 어떤이는 대성당안에 안치되어 있는  야고보 성인에게 달려간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우비를 입은 채 서서 한참동안 대성당을 올려보았다. 내가 진실로 원한것은 무엇이었던가 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걸어 온 길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비가 내리고 있는 대성당 광장을 거닐었다.

환호하는 사람도 있고, 갖가지 포즈로 사진 찍기에 열중하는 사람도 있고 건물의 기둥에 기대어 서서 하늘로 뾰족히 솟은 대성당을 바라보며 우는 사람도 있다. 800킬로미터를

걸어  온 사람들이 쏟아내는 감회이다.

36일을 걸어왔다. 다친 발뒤꿈치 때문에 멈추었던 시간들에 대한 속상함은 <아바날>의 성당에서 만난 인영균신부님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상쇄 되었다. 12세기에 지어졌다는 작고 아담한 교회에는 독일인 신부님과 한국인 신부님이 계신다. 순례자를 위한 기도 시간에 두 분이 부르는 그레고리 성가를 들었다.  너무나 정갈했다. 서양 음악의 기초가 된 간결한 멜로디의 그레고리 성가, 그 감동을 표현하기에는 나의 표현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대성당 주변을 거닐다보면 순례길에서 자주 만나던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래서 일찍 도착한 사람들은 떠나는 날까지 대성당 광장에서 멍?때리고 앉아 있곤 한다. 나도 프랑스 생쟝에서 같이 출발했던 <아란>과<마마드><로만손>도 만나고 호주여인 <아마릴리스>와 <매들린> <킴 리오니>도 만났다. 얼싸안고 그동안의 고생을 서로 위로하면서 견디어낸것에 대해 축하한다. 21세의 어여쁜 독일 처자 리오니는  되돌아 걸어서  출발지였던 <생쟝 드 피드 포르>로 돌아간다고 한다.

어제는 옛 사람들이 이 세상의 끝이라고 여겼다는 <피니스테라>와 <묵시아>를 다녀 왔다. 그곳 바닷가의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데 누군가 꾸벅 인사를하며 다가왔다. 이럴수가~!  라바날에서 혜어진 청주에 사는 청년 <정헌욱>씨였다. 대기업의 IT프로그래머로 근무하다가 사표를 내고 왔다고 한다. 순례길을 택한 이유를 물어보니 너무나 쇼킹하다. 지금까지는 자신을 위해서만 살고 기도했는데 이제부터는 남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현실을 생각한다면 30초반 청년의 생각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놀라왔다. 버스투어로는 산티아고에서 부터 하루면 돌아볼 수 있는 길을 4박5일을 걷고 있는 것이었다. 흰 피부에 검은 뿔테 안경을 낀 그는 많이 야위어져 있었지만 얼굴 표정은 너무나 고요하고 겸손했다.

발꿈치가 아픈 나 대신 앞뒤로 배낭 두개를 메고 숙소를 ㅤㅊㅏㅊ아다니던 서울 KBS방송국의 방송작가 김진하. 그녀는 아름다운 <포루투>를 떠나기 아쉽다고 메세지로 종알종알~(요기에 꼬리하나 달린 음표 하나 부탁해요)입대 전 남은 시간으로 순례길을 택했다는 김한군도 <테네리페>에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

나의 순례길이 끝남과 동시에 기침감기가 찾아 들었다. 2년째 세계 일주를 하고 있다는,

40대의 한국 여성이 뜨거운 물이 담긴 큰 물통을 주면서 안고 자라고 한다. 그녀는 대서양의 경치가 아름다운 북쪽길을 혼자 걸었다고 한다.

나는 접어 두었었던 꿈 하나를 다시 펼쳤다.

"두드리라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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