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나리 희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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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나리 희나리
  • 석보 김태혁
  • 승인 2019.11.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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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마을을 지나칠 때 어르신이 썩고 병들고 못 쓰는 고추를 일일이 고르고 있었다.
땀 흘리며 고생해 지은 한해농사 저렇게 많이 버려야 하나 싶어 농부들이 측은하기만 했다.
 어느 나라에선가 썩은 고추나 고추씨를 닭을 주면 잘 먹고 건강해진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어 “어르신 썩은 고추 버리시지 말고 닭 모이로 주면 잔병 안 걸린다고 하던데요!”하며 거름통에 버려지는 희나리고추 한주먹을 움켜쥐고 닭장으로 가니 “아니 왜 가져가는 거여?” 하시기에 “닭 주려구요”했더니 “뭐여! 당신 눈에는 그게 버리는 쓰레기로 보이시오, 떼기 이양반아 어디서 왔소? 그게 다 돈이요 돈, 아까운 돈을 왜 닭을 준단 말이요. 당장 이리 가져오시오”라고 했다.
멍멍했다.
우리나라는 모두 버리든가 닭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별난 마을이라 생각하며 “그럼 이것들을 누가 삽니까?”하고 물으니, “돈에 미친놈이 매일 썩은 고추나 희나리 고추팔라고 마당까지 들어오는데, 왜버려?”하며, 소 거름 묻은 신발로 툭툭 차서 마당 귀퉁이로 모으는 것이었다.
“그럼 그 미친놈은 병들고 썩은 고추 비싸게 사서 어디에다 쓴답니까?”라고 물으니,  “응, 그놈들 말이 산속이나 지하에서 무허가로 붉은 물감 섞어서 고춧가루나 김치 만든다는데, 놈들이 가져가면 산값에 두 배를 주는데 왜 이 장사를 안 하느냐고 하던데”하시기에 “그럼 그놈들은 고춧가루나 김치 만들어 어디다 쓴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어르신은 “허어 이 바보 같은 사람 보았나, 서쪽 바다건너서 들어오는 것은 우리 못난 나라에서 나오는 것 보다 백배 더 못쓰는 것으로 만든다며 우리 여기에서 나가는 것은 고급상품이래나 뭐래나 하드군 그래서 조직적으로 싸구려 식당이나 이윤을 많이 보려는 여러 곳에서 서로사려고 주문 이 쇄도 한다고 하던데, 무엇을 넣어 만드는지 몰라도 맛있어서 손님들이 더 달라고 한다네!”라고 말했다.
“그럼 어르신도 읍내 장날 가서 점심 사 드시잖아요 고춧가루나 김치 안 잡수세요?.....”
 그때마침 다 썩어빠진 트럭 한 대가 들어온다.
 “희나리 고추 삽니다” “썩은 고추도 삽니다” 트럭 위에달린 녹슨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요란했다.
“어르신 미치고 썩은 장사꾼 왔는데 안 팔아요? 하니 이 사람아 왜 내가 우리 동네서 파나 잘못하면 내가먹을 판인데 썩은 고추는 먼 이웃동네 가서 팔고오지” 하며 속으로 ‘내가 바보냐 우리 동네서 팔게 이놈아’라는 스타일의 음흉스런 웃음을 짓는다.
내가 이런 마을에 안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 어르신은 불량식품이 전국을 누빈다는 것을 모르고 멀리 가서 팔면 나는 안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장날 아들딸과 온 식구 식당가서 점심 먹을 때 고춧가루, 김치, 맛있다고 더 달라며 먹은 것이 작년에 자기가 소 거름통에 발로 걷어찬 것 인줄 모르고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 우리나라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런 몰상식하고 썩은 장사꾼 없고 희나리 파는 이웃이 없어 불량식품 안 먹고 不老대추 먹고 사는 아름다운 땅에 살 수 있어 우리나라 사랑하며 結草報恩하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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