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도(甘露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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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도(甘露圖)
  • 소설가 오계자
  • 승인 2019.11.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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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끝없는 우주공간으로 먼지처럼 흘러 가버리는 것인 줄 알았다.
역사 공부를 하면서 자원봉사로 국립청주박물관 유물 해설을 시작하던 날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시간이 흘러 가버린 것이 아니구나! 여기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 있구나. 이것이 역사로다. 일요일마다 박물관을 드나들면서 선조들의 지혜에 놀라지 않은 날이 없다. 오늘은 중학생 세 명과 불화 ‘감로도’ 앞에서 긴 시간 문답이 보람이었다. 지난주에 충남대 사학과 학생들과 한참 동안 정보를 나누었던 감로도라서, 그리고 나름 공부도 했기 때문에 자신감과 의욕이 넘쳤다.  

“임진란 때 금산전투가 가장 치열했어요. 일본군은 식량 확보를 위해 호남평야 쪽 점령이 목표지만 바닷길은 이순신에 의해 막혔어요. 부산을 통해 영남지역을 거쳐서 한양으로 가는 척 하다가 방향을 바꿔서 충남 금산과 공주, 부여 쪽으로 해서 호남으로 갈 계획이었지요. 이미 저들의 속셈을 알고 스님들까지 나라를 위해 나섰고 의병들과 병사들의 목숨은 나라에 바쳤다는 불타는 정신으로 싸웠으니 사상자도 엄청나났데요. 이 그림은 그때 희생 된 영혼들을 위로하고 명복을 기원하는 그림 이예요. 원래 충남금산의 보석사에 소장되었던 불화구요, 여기 가장 하단은 우리의 승병, 의병, 일반병사가 연합하여 왜군의 총과 맞서 싸우는 장면과 산악을 배경으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 호랑이에게 물리는 장면, 감옥에 갇혀 형벌을 받는 장면 등 현실 속 온갖 재난 장면을 묘사했어요. 중앙의 시식단(施食壇)은 물론 일반 법당 대전에 올리는 기본 공양물이 놓이고,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아귀(餓鬼), 그 옆으로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이 있어요. 상단에는 아미타불(阿彌陀佛)을 중심으로 한 칠여래(七如來)와 관음(觀音)· 대세지(大勢至)보살이 배치되었어요, 또한 감로도의 상단과 중단의 내용에 비하여 중생들의 위난상을 담은 하단의 표현은, 감로도가 제작되는 당시의 상황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데요. 수재로 인한 압사 혹은 익사의 장면이 표현되는 16세기 감로도의 경우, 실제로 명종 대 2년(1549)에는 충정도 읍내의 인가들이 물에 모두 잠기고 휩쓸려 떠내려갈 정도의 수해 피해가 있었다는 기록이 존재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아미보살이니 대세지보살이니 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죠? 그림 속의 이름보다 이 불화를 그리게 된 동기와 사건에 관심을 주면 좋겠어요. ” 이렇게 설명을 하는 중에 한 학생이
“우리는 역사 공부가 아니라 그림공부를 위해 왔어요. 체색이나 그림 속의 배치 같은 거요” 한다. “그럼 지금까지 여기 이 감로도 속의 배치를 설명 했고, 일반적으로 불화는 과일과 쌀, 꽃, 향등의 공양물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고, 체색이라면 이 감로도의 경우, 붉은색과 녹색(綠色)을 주조색으로 설채했는데 호분(胡粉)이 섞인 안료를 군데군데 사용하여 채도가 낮은 분홍이나 하늘빛의 파스텔 톤이 화면을 온화하고 부드럽게 보이게 하지요. 바탕은 아홉폭의 삼베를 이은 천이랍니다.”
의외로 학생들이 해찰 없이 진중하게 듣는 태도에 나는 신이 나서 열정을 다했다.
 실제로 15~16세기에 호랑이에 의한 피해가 많았다는 기록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일례로 농민들 중 부유한 사람들로 선발해서 호랑이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병사들을 두거나, 호랑이를 1년에 10마리 이상 잡으면 고을원에서 품계를 올려주었다는 등의 기록이 남아 있다. 그래서 감로도는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현존하는 94점의 감로도 가운데 이른 시기의 도상을 보여주는 감로도로서 17세기 감로도의 도상과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결론은 일본군의 호남지방 진출을 저지한 중요하고 치열했던 금산전투에서 희생된 넋을 천도하기 위해 조성 되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승병들과 이 지역의 의병이 아니었다면 호남의 식량 밭을 왜병이 점령했을 것이다. 목숨 바친 선조들의 애국정신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역사를 왜곡하며 갖가지 방법으로 침략하는 왜를 우리는 잠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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