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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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Buen camino)
  • 박태린(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단원)
  • 승인 2019.10.09 13:3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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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비에 젖은 빠리, 만남의 시작

약 8시간의 시차를 둔 프랑스에 도착해서 5일째, 여행자, 또는 순례자로서 시작하는 일정은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과 기대감을 모두 품고 있었다. 그런데 두려움을 잠재워주는 것도 사람이었고 설렘을 채워주는것도 사람이었고 기대감 또한  사람들과 함께 였었다. 어둠이 내린

드골 공항에 내려 늦은 밤 찾아간 호텔에서 정신없이 자고 나서 일어난 이튿날 새벽 6시엔 조용히 내리는 이슬비가 빠리를 덮고  있었다. 배낭을 지고 우의를 걸치고 나서는데 키가 몹시 큰 남자가 프론트 곁에서 인사를 한다.<봉주르~!> 그는 작은 배낭을 멘 50대 후반쯤의 러시아인 저널리스트였다. 2주간의 빠리여행을 마치고 뉴욕으로 향한다고 했다. 우산도 없이 걷는 그와 함께 낙엽을 밟으며 15분 거리에 있는 몽파르나스 역으로 갔다. 여행자로서의 첫발을 이름도 모르는 러시아인과 걸은 것이다. 바욘 지방으로 가는 떼제베는 9시 47분인데 3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역 안을 어슬렁거리다가 대구에서 온 순례자를 만났다. 커톨릭신자인 그분은 은퇴를 앞두고 공로연수 기간중인 공무원이었는데 그날이 바로 <프란치스코>라는 자신의 카톨릭 본명  축일이라고 한다. 그분이 산 크로와상과 마들렌, 오렌지 쥬스로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나보다 두시간 빠른 떼제배를 타고 먼저 바욘으로 떠났다. 두번째의 여행자를 만나고 헤어진 것이다. 시간이 많으니 또 큰 역안을 돌아다니다 피아노 소리를 들었다. 조율 상태가 엉망인 피아노로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치고 있는 사람은 40대로 보이는 빠리지앵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는 내게 혹시 피아노를 칠 줄 아느냐고 물었다. 당근 칠 줄 알지요~!  아! 나는 그 몽파르나스역에서 피아노를 쳤다. 이런것을 버스킹이라고 하지. 그것도 피아노 연주자라는 쟝과 함께 듀오를..

나는 세박자의 간단한 반주를 하고 쟝은 <나타샤의 왈츠>멜로디를 짚었다. 살다보니 어쩌다 나도 이렇게 예기치 않은 호사를 누리게 되는구나. 연주하는 모습도 같이 사진을 찍고 연락처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호텔의 조식을 먹지 않고 일찍 나오길 잘했어. 정말 잘했어.^~^♡

쉽게 내려놓지 못한 흥분을 안고 떼제베를 탔다. 작은 체구의 동양여자가 큰 배낭을 메고 들어서자 옆 좌석의  뚱뚱한 40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얼른 일어서더니 내 배낭을 화물칸으로 가져가 얹어 주었다.

프랑스로 오는 여행자가 얼마나 많은지 공항버스는 물론이고 떼제배에는  입구마다 화물칸이 있었다. 바욘에서 파프리카 통조림을  만드는 작은 회사를 한다는 <티어리>는 와인의 고장 <보르도> 출신으로 프랑스인 특유의 억양이 아닌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다.사진으로 보여주는 그의 아름다운 아내는 가구회사 이케아에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61행)

바욘역에 도착하자 캐나다에서 왔다는 20대의 한국 여학생 두명과 50대의 여자 아동작가를 만났다. 이후, 서울서 온 아동작가와 나는 산티아고를 향하는 까미노상의 긴 인연을 시작하게 될것이다.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만나게 될것이까.

그리고 티어리의 도움을 받아 헤매지 않고 순례자들의 첫번째 목적지인 <생쟝 피 드 포르>행 일반 기차표를 사게 되었다.

한국에서 오는 거의 모든 순례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생쟝까지 오는 길은 의외로 너무 쉽게 해결이 된 셈이다. 기차에서 내게 에스프레소 커피까지 사 준 티어리와는  작별의 포옹으로 짧은 만남을 이별했다.<71행>

생쟝행 기차안에서 보는 풍경은 너무나 이채릅고 아름다왔다. 기차안 테이블에는 카페처럼 예쁜 조명등이 노란불빛으로 켜져 있고,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는 양과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낮은 산 비탈과 부드러운 곡선의 능선들이 보였다. 우리들은 똑같이 감탄의 소리를 내면서 즐거워했다.

드디어, 순례길을 동경했다면 누구나 꿈꾸었던 생쟝에 도착. <82행> 우리들은 각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따라서 순례자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70대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순례자 카드와 산티아고행 지도를 주면서 주의 사항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나도 순례자의 표시인 커다란 조개껍질을 받아 배낭에 매달고 <크

레덴시알>에 내 손으로 첫 <세요>를 찍었다.

 

☆크레덴시알-순례자 여권. 혜택이 있음

☆세요-크레덴시알에 찍는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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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2019-10-16 23:39:39
Buen Camino!!! ^^~ ♡

염규원 2019-10-10 22:39:25
아침의 비의 느낌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생동감있게 느껴져서 너무 좋네요. 글로나마 같이 순례길 가시죠~

신동한 2019-10-10 09:51:09
WOW! 여행은 진정한 자기의 참모습을 깨달아 가는 과정인것 같습니다.^^
멀리서 너무나도 생생히 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번 연재 잼있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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