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수호신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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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수호신 돌려주세요
  • 송진선
  • 승인 200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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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북 아곡, 장승 2기 없어져
내북면 아곡리(이장 신기수) 주민들은 요즘 매년 마을의 안녕과 가족의 건강을 빌기 위해 제를 올렸던 장승 2기가 감쪽같이 없어져 주민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다. 장승이 없어진 것을 발견한 것은 9월25일 아침 9시경. 이 마을 주민 이영남(47)씨와 박태수(72)씨가 볼일을 보기 위해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중 장승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이장인 신기수씨에게 연락, 파출소에 신고한 것이다.

장승이 없어진 시각을 24일 밤 12시에서 25일 새벽 5시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땅 밑을 20㎝이상 파서 묻은 장승은 대략 170∼180㎝이상 규모로 장승이 있던 자리는 크레인 등으로 단 번에 뽑았고 차 바퀴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3년전 동네 경주 김씨 문중의 묘소에 설치된 장군석을 도난당했을 때 마을 장승도 훔쳐가기 위해 시도하다 넘어뜨리기만 하고 훔쳐가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도난 사건도 3년전 경주김씨 문중의 장군석을 훔쳐간 사람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는 주민들은 장승 2기가 하루 빨리 마을로 돌아오길 학수 고대하고 있다. 다행히 마을 홈페이지를 제작하면서 장승 2기 사진을 마을의 자랑거리로 게재해놓아 아곡리 장승임을 대조할 수 있는 증거 사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주민들이 그나마 안도하고 있다.

장승은 74년경 상궁리 입구에 설치됐던 것을 국도 19호선 확포장으로 인해 아곡리 아치실 입구로 옮겨와 남자 장승은 오른쪽, 여자 장승은 왼쪽에 설치했다. 장승을 귀히 여기는 마음은 여느 조상을 모시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매년 음력 정월 열 닷새가 오기 이전에 좋은 날을 받아 몸을 정갈하게 가꾼 마을 전체 주민들이 산제사를 지내고 수호신으로 믿었던 장승제를 올렸다.

제를 올린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 연대를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돼 마을내 최고령 할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 지금 마을 주민들은 마을 수호신인 장승이 없다는 사실에 매우 허전해 하면서 하루 빨리 장승을 찾을 수 있길 학수 고대하면서 훔쳐간 사람도 장승만 갔다 놓으면 죄를 묻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장승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다.

신기수 이장은 “제를 올리기 전에 장승을 찾지 못할 경우 연말 대동계에서 주민들과 상의해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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