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사회, 보은에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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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사회, 보은에서 산다는 것...
  • 박진수 기자
  • 승인 2019.09.05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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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 보은에 첫 발을 내딪던 그 때가 생각난다. 연고란 학창시절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속리산 법주사에 몇 번 오갔던 기억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보은 속리산과 나의 인연은 나의 아버님때부터 잠재 의식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1970년대 중반쯤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였다. 충북도청에 잠시 재직하시던 아버님은 말티재 확장공사 때문에 자주 보은으로 출장을 가셨다. 저녁 늦게 귀가하시면 하시는 말씀중에는 말티재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청주시내 불빛이 보인다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가 확인하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잦은 보은출장과 주말이면 속리산으로 향하시는 모습은 어릴적 내 기억으로는 속리산이 좋으셨던 것 같았다.
세월이 흘러 아무연고 없는 보은에 온지 벌써 25년째를 넘기고 있다. 친구들이 그랬다. “너 보은가면 다시 청주로 나올건데 뭐 하러 가니” “청주에서 자리잡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내려올 때의 친구들 이야기이다.
돌이켜보면 보은을 떠나고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고향도 아닌 보은에 와서 보은사람 다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보은이 고향이 아닌 나로서는 가끔 후회아닌 후회를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후회마져 쓸모없는 잡생각이 되었고 이제 보은사람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
학교를 졸업할 당시 아버님은 공무원이 되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도 그만둔 공무원을 왜 하냐고” 반문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사실 우리 아버지때만해도 공무원 봉급으로 자식 4명을 먹이고 가르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만두신 분이 왜 나보고 공무원이 되라고 하셨을까 아마도 지금의 상황을 예견하셨을지 모른다. 충북도청을 나와 사업을 시작하신 아버님은 경제적으로는 공무원보다 더 좋았을지 모르지만 공공기관을 상대하시던 아버님 입장에서는 자식이 공무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뀌신 것 같다.
세상은 수시로 바뀐다. 바뀌는 세상속에서 자식에게 “이거하라, 저거하라” 고 말하는 시대는 우리 부모 세대로 끝난 것 같다. 지금 내 자식에게 공무원이 되라고 말한 듯 과연 그 아이가 시간이 지난 후 행복해 할까?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속에서 분명한 것은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부지런하고 성실한 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흑수저와 금수저로 판단되는 기준의 잣대가 아니라. 내가 지금 처한 현실을 보다 현명하게 극복하고자 하는 인성이 필요한 듯하다. 서울에서도 강남에 살아야 금수저가 되고 열악한 재정자립도와 이런저런 모든 게 부족한 보은에 산다는 것만으로 흑수저가 되고 있다. 보은에 태어나 보은을 벗어나기 위해 도외지로 나간 보은사람들이 이제 고향이라고 돌아오고 있다.
돌아온 고향 보은은 예전 보은이 아니다. 변해도 너무나 변해 버린 고향의 모습에 실망을 넘어 돌아온 것을 후회하고 만다. 고향으로 돌아온 보은사람도 고향을 떠나 도외지에서 바라보는 고향의 모습은 언제든 소멸위기를 코앞에 두고 있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이런 보은에 3만3천여명의 군민이 살고 있다. 나 아닌 보은에 살고 있는 군민은 행복할까. 금방이라도 소멸될지 모르는 전국 최하위의 재정자립도와 열악한 인구, 어느 하나 넉넉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런 가운데에도 새로운 삶의 위해 귀농귀촌한 새로운 보은인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내가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사느냐에 따라 내가 때로는 흑수저가 되었다가도 다시 금수저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보은에 산다고 해서 흑수저가 아니고 내가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따라 금수저로 살 수 있다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부귀영화도 결국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서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마음으로 보은에 산다면 내가 금수저로 사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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