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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보약이라
[1439호] 2019년 08월 14일 (수)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webmaster@boeuni.com

 신화시대인 먼 옛날에 빛의 이미지인 야훼가 이른바 창조주로서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빛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빛과 어둠을 나누사...”<창세기> 하는 내용이 기독교 종교경전에 나온다. 그러나 그 어떤 존재가 말 한마디로 빛과 천지만물을 만들었다는 소리는 믿기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다만 인간의 좁은 눈으로 볼 때 이 세상은 빛(보이는 것)과 어둠(보이지 않는 것)으로 양분되는 것은 사실이다. 빛의 성질에 대해서는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입자설(광자)과 파동설(전자기파)로 의견이 분분하다가 이제는 입자와 파동의 두 성질을 다 가지고 있다는 쪽으로 접근한 것 같다. 이 우주에는 수많은 은하계와 소속된 별들의 집단(星團)이 있고 이들 사이에는 무한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그 공간은 그냥 빈 공간이 아니라 ‘성간물질’이라는 물질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물질(수소)들과 각종 에너지들로 가득 차있다.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는 우주의 에너지는 빛만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어둠 역시 암흑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비어있다고 생각하는 그 우주공간에는 빛도 통과하지 못하는 ‘블랙홀’이라는 우주의 수렁이 있어서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지구도, 더 크게는 태양계 같은 전체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단순히 비어있는 광활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무지한 생각일 뿐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콜라병에 든 콜라를 다 마시고 나면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병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병 안에는 콜라만 없어졌을 따름이지 공기라는 새로운 물질이 들어가서 병속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콜라만 없을 따름이지 다른 것은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신화시대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주개념을 모르고 오직 보이는 하늘과 땅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내용들이 거의 모든 종교들의 경전에 나온다. 이런 생각이 수천년동안 이어오면서 오직 시적인 종교적 심성만을 보전해온 것이었다. 오늘에 와서도 사람들은 머리위에 있는 것이 하늘이고 하늘은 높은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땅속을 수직으로 계속 뚫고 들어가면 그 밑에 다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이럴 때는 뭐라고 이야기 말해주어야 할까? 하늘이 땅밑에 있다고 말한다면 그래도 ‘엉터리’라고 고집을 피울 것인가? 흔히 종교적 심성이나 어둠에 대한 두려움으로 빛은 좋은 것, 어둠은 나쁜 것 즉, 밤은 악마들의 휴식처, 파멸, 저주, 죽음에 대한 개념으로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 지구상의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활동과 휴식이 모두 필요하다. 쉬지 않고 활동만 하는 생명체는 곧 그 수명을 다하고 말 것이다. 빛은 일하고 활동하라고 나온 것. 어둠은 휴식하라고 있는 것이다. 어두움이 깃든 깜깜한 밤에 충분한 휴식을 취함으로써 밝은 다음날에 활동할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낮과 밤이 번갈아 찾아오듯이 빛과 그림자도 번갈아 찾아온다. 아니, 빛과 그림자는 항시 붙어 다니는 단짝이다. 서로 상극같이 보이는 이 둘은 각각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빛은 양의 에너지, 즉 열에너지요 어둠은 음의 에너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빛과 소리도 없는 조용한 심해라고 해서 죽은 세상이 아니고 거기에도 생명체들은 살고 있다. 어둠이 결코 죽음과 동의어가 아닌 것이다. 어두움과 밝음은 서로 대비개념일 뿐,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은 나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수면! 주변의 모든 발광물질을 끊고 깜깜한 저 깊은 심연으로 내 몸을 천근만근 가라앉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다. 참으로 어둠이야말로 원기회복의 보약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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